[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 도전이 확실한 가운데 정작 선거에 투입할 인재난에 빠졌다. 2011년 재보궐선거와 2014년 서울시 선거, 나아가 이번 대선 경선에서 그를 도왔던 예전의 전우들은 간 데 없고 정치에 생경한 시민단체 출신들만 주위를 지키고 있는 처지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3선 도전을 하는데 서울시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는 1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박 시장 주변이 조용한 까닭을 알아봤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2인3각 체제(박 시장-이인영 민평련+86그룹)’붕괴 중
- ‘3선 도전->대선 출마’ 대권열차… “탈 사람이 없네~”


박원순 서울시장은 추석전후인 9월 말이나 10월 초 3선 도전 관련 명확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당권 도전 과정에서 불거진 ‘서울시장 출마론’으로 박 시장의 출마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출마를 저울질하다 당시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바 있다. 이에 안 전 대표가 출마할 경우 ‘박원순 시장이 안 전 대표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이른바 ‘박원순 보은론’이 나왔다.

이에 박 시장 측은 초기에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었지만 이후 “서울시장 자리가 아이들 장난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나아가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 “양보를 기대한다면 정치인으로서 빵점” 등 역공을 펼치고 있다.

‘확실해지는 3선 출마’
최대 우군 이인영과 ‘소홀’


박 시장측의 반발이 거세지자 오히려 안 전 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 서울시장 선거 관련한 얘기는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이어 그는 “제가 먼저 꺼낸 얘기도 아니고 당 대표가 되면 당을 개혁하고 인재영입을 하면서 선거를 치를 진용을 갖추고 어떤 역할을 하는 게 당에 도움이 될지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박 시장의 3선 도전이 ‘안철수 출마론’으로 확실시되면서 실망한 세력은 다름아닌 이인영 의원 등 민주당내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그룹과 ‘86운동권’이다. 이 의원이나 86그룹의 대표적인 인사인 우상호 의원과 임종석 청와대비서실장 등 3인방은 서울시장의 꿈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시장이 3선 도전을 결심할 경우 출마가 부담스럽고 경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들 3인방이 서울시장 출마가 부담스러운 이유는 박 시장의 선거 승리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 운영에 서 ‘2인 3각체제’(박원순-이인영 민평련+86그룹)로 운영돼 왔다는 게 여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고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계열의 민평련 회장을 맡고 있는 이 의원은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상임선거대책 본부장을 맡아 승리에 기여했다. 또한 당내 20여명이 넘는 민평련 의원들은 박 시장이 정치적 위기에 처할 때마다 팔걷고 나서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건이 국정원에 의한 박 시장 사찰 의혹이 일 당시 19명 현역 의원이 나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했다.

박 시장은 인사로 이 의원에게 보답했다. 서울시내 차관급인 정무부시장에 김형주 전 의원을 시작으로 기동민, 임종석, 하승창, 김종욱 현 정무부시장 순으로 임명했다. 하 전 부시장을 제외한 김형주 전 의원은 1995년 우상호 의원과 임종석 비서실장과 인연을 맺고 이들이 만들었던 청년문화정보센터 회원으로 가입, 우상호·임종석에 이어 3기 소장을 맡았다. 기동민 의원은 김 전 고문 보좌관 출신으로 민평련 회원이다. 박 시장맨으로 알려져 있지만 엄밀히 보면 ‘이인영 사람’이란 게 정확한 지적이다.

무엇보다 지난 3월에 ‘깜짝 발탁’된 김종욱 현 정무부시장은 이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이 의원 지역구인 구로의 시의원이다. 기존 정무부시장들에 비하면 인물이나 경력이 일천하지만 반면 이 의원이 갖는 서울시내 파워를 잘 알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 의원의 장백건 전 보좌관 역시 서울시설관리공단 상임감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3선 출마’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는 ‘설’로 끝날 수밖에 없게 됐다. 박 시장이 불출마하고 전폭적으로 이 의원을 지지해도 경선이 쉽지 않은데 박 시장이 출마한다면 인지도 면에서나 조직 그리고 인간적인 도리에서 이 의원은 출마를 접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당내 최대 우군이었던 이 의원과 민평련 소속 의원들이 박 시장과 결별을 준비하는 까닭이다.

이 의원과 같은 전대협 출신인 우상호-임종석 두 ‘86운동권’ 세력도 마찬가지다. 임 비서실장의 경우 청와대 들어간 지 1년도 안 돼 출마가 어렵겠지만 우 의원의 경우는 다르다. 3선에 원내대표를 거치면서 인지도와 경력을 쌓아온 그다.

하지만 박 시장이 출마를 한다면 역시 경선 승리는 요원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 비서실장은 지난 총선에서 친문 강병원 의원에게 패배한 이후 박 시장 곁을 떠나 친문으로 말을 갈아탔다.

‘박원순맨’은 간데없고
인재 ‘인큐베이터’役만


나아가 서울시에 근무하다 청와대에 들어가 박원순맨으로 불리는 시민운동가 출신 하승창 전 서울시정무부시장, 조현옥 전 여성가족정책실장, 김수현 전 서울연구원장도 ‘박원순맨’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은 문 대통령이 부서를 신설할 정도로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다. 한때 하 수석은 ‘박원순 복심’으로 불렸지만 2012년 대선 당시에는 안철수 진심캠프 대외협력실장도 역임했다. 당시 하 수석은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를 이끄는 데 혁혁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의 첫 인연도 이때 맺었다.

조현옥 인사수석도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고위공직자인사검증자문회의 위원, 인사수석실 균형비석관을 지내며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김수현 사회수석 역시 노무현 정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국민경제비서관, 사회정책비서관과 환경부 차관을 지냈다.

서울시를 좌지우지했던 이인영 의원과 임종석 비서실장은 소원해졌고 참모 4인방은 박원순맨이라기보다 원조 친노 내지 신친문으로 복귀하거나 전향해 버렸다.

결국 박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재선을 거치면서 보수 정권 9년간 국정운영에서 배제된 친노·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관리하고 있었을 뿐 자기사람만드는 데는 실패했다는 냉소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 온 인사들 중 다수가 곁을 떠났고 남은 시민단체 출신 무명 장수들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시장과 서울시는 보수 정권 9년간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던 진보 성향 백수들에 중앙부처급 조직에서 행정경험도 쌓고 생계도 유지하도록 기회를 준유일한 곳이었다”며 “진보·개혁 정권인 문재인 정부의 ‘인재 인큐베이터’ 역할을 충실히 해온 셈”이라고 냉소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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