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보수의 새 희망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보수 진영내 이렇다 할 큰 인물이 부재한 가운데 지방선거가 가까워짐에 따라 황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로 주목을 받는 등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황 전 총리는 보수층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무난하게 수행했다는 평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중도하차 이후 보수후보 중 높은 지지율로 출마를 종용받기도 했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선 관리자로 남았다. 대신 보수진영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대표적 인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황 전 총리 역시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정치적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보수의 아이콘’에서 SNS 타고 보수의 새 깃발 들다!
- 주요 현안 두고 페이스북 소통과 반박 ‘제 색깔 내기’
 

황교안 전 총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보수진영 내 차기 대권을 노릴 만한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데 기인한다. 당장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았지만 차기 대권주자의 각축전이 될 서울시장 후보도 찾기 힘든 게 우파 진영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황교안 전 총리는 원내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카드가 아닐 수 없다.
 
이옥남 한국당 혁신위 대변인은 ‘황교안 서울시장 출마론’을 두고 “지금 여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에서는 인물난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당 입장에서는 여러 보수를 대변할 수 있는 후보가 나올 수 있다면 그런 부분은 반길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황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이 3월10일 파면되면서 명실상부한 과도정부의 수반이 됐다.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고건 전 총리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고 전 총리는 2012년 대권 출마를 선언했다가 중도에 포기하면서 ‘대망론’은 꽃이 피기도 전에 사그라들었다.
 
황 전 총리 역시 총리직에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으면서 보수 진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보수 아이콘’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법무부장관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 등 보수적 행보를 통해 우파 진영으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고 있다.

당시 바른정당과 보수 적자 경쟁을 벌이던 한국당은 유승민 후보에 비해 지지율에서 월등하게 앞선 황 전 총리를 삼고초려를 넘어 십고초려를 하기도 했다.
 
‘서울시장 차출론’ 대선 불출마로 정치 위상 커져
 
하지만 황 전 총리는 3월15일 5.9대선일을 확정하면서 “고심 끝에 현재의 국가 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 관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 관리를 위해 제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이런 결정 배경에는 대선 관리에 매진하는 것이 향후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대통령이 사라진 가운데 안보·외교·경제 등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고 대선을 관리해야 하는 권한대행이 중책을 버리고 대선에 나서는 것은 민심을 외면한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판도 의식한 결과였다.
 
결국 황 전 대행의 불출마 결정은 옳은 판단이었다. 새정부의 인기가 여전히 높지만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는 반면 황 전 총리의 정치적 위상은 내려갈 일보다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런 기류가 보수 정당으로부터 서울시장 출마나 재보선 출마 등 러브콜을 받는 배경이 되고 있다.
 
황 전 총리 역시 각종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보수 진영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특히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정기적으로 국민과 소통하면서 ‘정치인 황교안’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특히 황 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국민 소통에 나서고 있다.
 
한중수교 25주년인 8월 24일 페이스북에 “역사를 돌아보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우리가 미래로 가야 하는데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지 걱정된다”고 심경의 일단을 밝혔다. 황 전 총리는 “오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1900년대에 들어와서만도 '8월 24일'에 일어났던 일로서 잊지 않아야 할 것들이 적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1920년 조만식 선생 등이 주도한 조선물산장려회 창립, 1945년 해방과 함께 한국인 징용자를 태우고 귀국길에 올랐다가 의문의 폭침 사고를 당한 우키시마호 사건, 1992년 한중수교를 거론했다.
 
이어 황 전 총리는 “한 사건 한 사건을 생각해보더라도 정말 많은 교훈을 얻게 된다. 역사로부터 얻은 교훈은 우리의 소중한 미래 자산이 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를 돌아보고 성찰하되 이를 토대로 미래로 향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 우리도 그렇게 하고 있는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우려감을 토로했다.

황 전 총리의 언급을 두고 야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 기조 하에 추진하는 과거사 진상조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일에는 “이런 나라가 있습니까”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달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인 이유를 나열하면서 “조국을 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나라는 위대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을 폄하하는 이야기들이 우리 안에서부터 나오곤 한다. 안타까운 일”이라는 글을 남겨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황 전 총리는 광복 이후 대한민국 성과를 열거하며 자긍심을 강조함으로써 보수우파 진영이 주장해온 1948년 건국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의혹이나 비방에 대해서도 페이스북을 통해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한겨레>는 5월29일 황 전 총리의 법무부장관 시절 세월호 참사 이후 있었던 6.4지방선거와 7.30재보궐 선거를 의식해 검찰 수사를 최대한 지연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황 전 총리는 다음날인 30일 외압 의혹과 관련해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관련) 검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다. 지방선거 관련 보도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미 검찰의 수사,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 등을 통해서도 모두 사실이 아님이 밝혀진 바 있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어 그는 “해당 언론이 사실과 다른 보도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이라며 “이러한 잘못된 보도에 대해 이제는 엄중한 책임을 묻기위한 법적 조치들을 취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국민 소통 나서는 황 전 총리, ‘댓글’에 ‘댓글’도
 
7월18일에는 황 전 총리가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의 중요한 증거를 청와대에 넘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황 전 총리는 “황망합니다”라며 “제가 국정원 댓글 관련 자료를 어디에 상납했다느니, 그 책임자가 저라느니 하는 등의 터무니없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모두 전혀 사실이 아니다. 관련된 언론이나 관계자들이 왜, 어떻게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이런 잘못된 보도와 발표를 하는지 놀랍고 황망한 심정”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황 전 총리는 SNS(6월29일자 페이스북)를 통해 33년간 공직 생활에서 회고하며 ‘우공이산’(愚公移山, 우공이 사람의 왕래를 불편하게 하는 두 산을 옮겨 결국 연결되게 했다는 뜻) 고사성어를 소개했다. 어떤 일이든 꾸준하게 계속 노력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음을 깨우치게 하는 고사성어라고 적었다.
 
특히 공직생활 중 좌우명이 ‘반 보만 먼저 가자’라며 한 걸음을 앞서가는 것은 계속 유지하기 쉽지 않으니 욕심 내지 말고 반 걸음씩만 먼저 가면 좋겠다는 평소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사드 배치를 두고 국론 분열이 심해지자 “도산 안창호 선생은 ‘단결이 없이는 국력도 생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면서 “우리를 둘러싼 안보.외교 정세가 매우 어렵다. 우리의 대동단결이 긴요한 시점으로 우리끼리 싸우고 다투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황 전 총리가 페이스북을 통해 대국민 소통에 나선 것은 2016년 12월10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된 이후에 본격화됐다. 2015년 6월 총리로 임명된 이후 7월28일 ‘국무총리 황교안’명으로 페이스북을 개설했지만 게시글은 전무할 정도로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팔로우 숫자는 1만 명이 넘었다. 하지만 총리 겸 대통령권한대행을 수행하면서 올해 5월11일 직에서 물러날 때까지는 ‘황교안 Hwang Kyo-ahn’ 명의로 거의 매일 일기형식의 국내외 현안과 행사를 페이스북에 소개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특히 북한이 3월6일 아침 탄도미사일 4발을 동해쪽으로 발사한 다음날인 7일에는 “한미공조, 더 강화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오늘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며 “대북제재와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강화해 북이 핵을 포기하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어 황 전 총리는 “저와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한 경우 언제든 전화로 신속히 협의해 협력하기로 했다”며 단순히 권한대행이 아닌 외교·행정의 수반으로서 위상을 알렸다.
 
황 전 총리는 5월11일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주 1회 정도 현안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국정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잘못된 것, 개선돼야 할 것은 국민들과 공유하는 게 필요하고 댓글을 통해 ‘국민의 소리’를 듣고 있다고 페이스북 이용하는 이유를 한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현재 팔로우 수는 6만명에 육박하고 있고 글을 게시하면 천 건 이상 ‘좋아요’와 ‘공유’, ‘댓글’이 달릴 정도로 보수 진영 내 ‘희망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시장 출마시 박원순-안철수 대선 전초전
 
아직 황 전 총리는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고 있다. 한국당의 기대처럼 서울시장에 출마할지 아니면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나설지 결정된 바는 없다. 서울시장 출마를 할 경우 여당 박원순 서울시장과 ‘출마설’이 나오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함께 차기 대권을 노리는 3자간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띨 공산이 높다.
 
황 전 총리는 8월25일 본지와 통화에서 현안과 향후 거취 관련 공식적인 인터뷰를 요청하자 “인터뷰는 필요하면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게 안 본다”고 자세를 낮췄다. 또한 서울시장 차출론 등 정치권의 높은 관심 때문이냐는 질문에도 ‘허허허’ 웃으며 “(정치권에서) 관심을 표명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언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냐는 질문에 재차 “하하하...”웃으며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머잖아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할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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