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vs반대, 아직도 합의점 찾지 못해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노인 무임승차 제도’에 대한 여론의 찬반 논란이 다시금 뜨거워졌다. 신분당선(네오트랜스) 측이 운영 적자로 노인들에게 운임비를 징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부터다. 사실상 신분당선 측이 노인 무임승차제 폐지의 총대를 멘 격이다.

신분당선, ‘적자 누적으로 노인 운임 징수 불가피하다’
2013년 서울 지하철 무임승차 관련 손실비용 ‘2792억 원’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지난 1980년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운임요금 50%를 할인해 주면서 시작됐다. 이후 1982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 50% 할인, 1984년부터 현재까지 6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100% 무임승차가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면서 노년층의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했으며 철도공사와 교통 예산을 책임지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적자가 본격화됐다. 선거철마다 복지의 범위를 두고는 복지 과잉 논란이 빚어지면서 노인 무임승차 제도의 존폐 문제가 거론돼 왔다.
 
시민들 의견도
엇갈려

 
지난 6월 13일 민자철도 노선인 신분당선(강남~정자‧네오트랜스) 운영 사업자가 국토부에 노인 운임 유료화를 요구했다는 한 언론사의 기사를 시작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찬반 논란이 다시금 대두됐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정부와 신분당선 측이 지난 2005년 3월 ‘신분당선 개통 첫 5년 동안만 노인 운임을 무료로 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또 신분당선 측이 65살 이상 노인에게도 기본운임 2150원(교통카드 기준)과 구간별 요금 등 전철 운임을 징수하겠다는 입장을 지난해 말부터 국토부에 전달하고 협의를 요청했다.

국토부 측에서는 내부적으로 기본운임 전액이 아니라 추가운임 900원만 유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이날 “신분당선의 무임 운송과 관련, 현재 사업자인 신분당선으로부터 관련 내용에 대한 운임신고가 되지 않은 상황으로 아직까지 검토‧확정된 바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해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논란이 컸던 지하철 노인 무임 문제에서 신분당선이 사실상 총대를 멨다” “(노인 무임승차제 폐지에) 찬성한다. 노인 무임승차를 70세 이상으로 바꾸거나 기본 교통비 정도만 지급하는 정도로 바뀌었으면 한다. 무임승차로 인한 (철도공사의) 적자가 너무 심하다” “(노인들이) 그만한 대우(무임승차)를 받을 만하다. 폐지는 너무하다” 등 의견이 엇갈렸다.

시민들의 찬반논란과 언론 보도가 속출하자 지난달 12일 국토부는 “7월 7일 (주)신분당선으로부터 65세 이상 승객 등에 대한 무임운송을 유임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운임변경 신고가 접수됐다”면서 “기재부 등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 최적의 대안을 검토‧마련하고 민간사업자와 협의해 나갈 계획으로 현재 정해진 바 없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밝혔다. 종전과는 다른 입장이다.

장애인 단체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지난 7월 13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사업자(신분당선)는 지난 2005년 국토부와 실시협약을 근거로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의 이용 요금 감면을 철회하고 정상 요금을 받겠다고 국토부에 신고했으나 그 내면에는 운영 적자를 메우려는 속셈이 들어 있다”면서 “할인감면 대상의 이용률이 높다는 이유로 손실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업자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도시철도는 좌석이 지정되는 다른 철도나 항공기 등의 교통수단처럼 탑승 가능한 승객 수가 한정돼 있는 것도 아닌데 서울시 등 지자체와 지하철 사업자들은 감면 대상으로 인한 손실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분당선 측은 정부와의 협약 체결 당시에는 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 등 무임승차자 비율이 5%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 16.4%까지 올라 이로 인한 적자가 지난해 기준 140억 원을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분당선 측이 밝힌 총 적자 누적은 지난달 기준 393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신분당선 측이 주목하는 것은 무임승차 승객 비율이다. 따라서 경영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임승차 승객에 대한 요금 징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지난 2014년 6월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 지하철 무임승차인원은 2억 4100만 명이다. 이는 전체 승차인원인 17억8700만 명의 13.5% 규모다. 무임승차에 대한 비용은 27925억 원으로 2013년 당기순손실액 4172억 원의 66.9%에 육박했다.

당시 고령화 추이를 감안했을 때 2018년에는 서울 지하철 총이용 승객 중 무임승객이 15.5%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또 이로 인한 손실비용이 3170억 원가량 될 것으로 서울시는 내다봤다.

기자는 지난 24일 신분당선 양재역을 찾아 신분당선 노인 요금 유료화에 대한 여러 연령층의 의견을 들어봤다.

A씨(69)는 “(노인들의) 무임승차로 인해 운영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면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는 대다수의 노인들은(무임승차를 하는 노인) 차가 없거나 돈이 없어 지하철이라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같다”며 “어느 정도의 운임 요금 징수는 찬성이지만 감면 없이 모든 요금을 징수하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지하철을 이용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B씨(76)는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타면 이용 요금이 상당하다. 이렇게 소소한 혜택(지하철 무임승차)까지 침범하려는 태도들에 대해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본인(무임승차 반대자)들도 이렇게 나이가 들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젊은 층의 반응은 어떨까. C씨(32)는 “돈 내고 지하철을 타는데 앉지도 못하고 불편하게 이용한 적이 많다. 최소한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노인들에게 이용요금을 징수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D씨(43)는 “진작에 논의가 됐어야 하는데 뒤늦게 터진 상황이다. 무임승차를 없애고 정부가 나서서 노인들에게 교통비를 지원해 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시 등 관계자와 신분당선 운영사인 네오트랜스, 노인단체 대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대학교수 등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성남시청에서 ‘신분당선 무임수송 유료화 관련 2차 간담회’를 진행했다. 앞서 1차 간담회에서 신분당선 측은 노인 운임 징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으며 2차 간담회에서도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반면 이날 노인단체 대표들은 수도권과 부산 등 다른 지역에서는 지하철 무료 이용이 가능한 상황에서 신분당선만 요금을 받겠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 등으로 맞섰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이들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추후 진행될 추가 간담회에서 입장이 좁혀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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