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지난 18일 강원도 철원에서 한화테크윈이 만든 ‘K9 자주포’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7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서울 경찰청, 소방방재청, 한화테크윈, 윈텍 등이 포함된 대규모 조사단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품을 생산한 한화테크윈의 대외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9자주포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각에선 명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추측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사 결과 K9 문제라면 향후 수출에 악영향
방산 비리=이적 행위, 정부 적폐 청산 신호탄 쏘나

K9 자주포는 한화테크윈의 지상방산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한화지상방산의 대표 제품이다.

지난해 12월에 폴란드에 K9자주포의 2차 물량(96문, 2794억 원)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3월과 4월에는 핀란드와 인도에 K9자주포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수출에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었다. 아시아 지역 및 중동 국가로의 수출도 모색하고 있다.

이런 기세를 입증하듯 주가도 상승세였다. 지난 18일 한화테크윈 주가는 전일보다 1800원(4.61%) 오른 4만850원에 장을 마감했다. 8월 초에 3만5000원대까지 떨어졌으나 2주일여 만에 15% 가까이 올랐다.

안전불감증 여전

그러나 이번 K9 자주포 사고로 인해 한화테크윈 실적에도 악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K9 자주포의 결함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발견됐다. K9 엔진의 핵심부품인 엔진제어장치(CDS) 이상으로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이동 중 갑자기 멈춰 버리는 사고가 2010년 1대, 2011년 3대, 2012년 13대 발생했다. 그때마다 국방부는 발본색원 조치를 약속했다.

2010년 8월 31일 파주시 국도변에서 부대로 돌아가던 K9자주포가 방향 장치 고장으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는데 이는 동력이음매 부품인 ‘불량 커플링’때문인 것으로 밝혀졌고 당시 방사청은 26개부대 전체를 대상으로 K9자주포 전반에 대한 점검을 통해 결함을 보완했다고 밝혔다.

또 2011년 4월 경기도 가평 수도기계화사단 훈련 중 K9 한 대가 이동 중 시동이 꺼지더니 엔진에서 연료가 새어나와 화재가 발생했고, 같은 해 11월 초 수도기계화사단의 K9 13대에서는 사격통제장치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등 말썽은 계속되었다.

방산제품의 경우는 안전성 등 제품에 대한 신뢰성이 중요해 향후 해외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는 의견도 나오는 형국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사고원인을 예단해 자주포 업체의 결함으로 치부하기는 힘들다”면서도 “다만 최근 방산 비리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해 최근 해외수주가 대거 성사된 K-9 자주포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K9자주포 사격 전면 중지

반면 일각에서는 “사고로 인해 이미 계약한 해외 수주 상황이 급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K9 자주포 사고가 한화테크윈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윤관철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은 K-9 자주포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현재 국내에 공급하기로 한 사업은 막바지 단계고 올 상반기까지 계약한 해외 수주의 방향성도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사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과대 해석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결과 제품 결함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수출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한화테크윈은 국내에서 자주포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 오히려 성능 개량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K-9 자주포는 대북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지상방산 중 유일한 포격 무기라 대체할 대안이 없는 독점 제품”이라며 “과거 수년간 검증을 통해 수출까지 이뤄진 제품의 결함을 지금 이야기하기에는 새삼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투자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이슈는 맞지만, 당장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화테크윈에 미칠 영향을 성급하게 예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화테크윈 측은 “아직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언급이 조심스럽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방산비리는 이적행위이기에 국가를 바로 세우는 부정부패 척결의 시작이라고 공표하며 방산비리 척결 의지를 표명했다. 그 의지가 이번 K9 자주포 사고를 계기로 재차 강조되기를 바라는 바다.

한편 이번 사고는 강원도 철원 지포리사격장에서 탄약과 장약을 장착한 폐쇄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연기와 스파크가 발생해 내부의 장약이 빠르게 연소하면서 폭발성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육군은 21일 “현재까지 조사 결과, 부상자 진술에 의하면 사고 자주포에서 포탄을 장전한 후 폐쇄기에서 연기가 나온 뒤 내부의 장약이 연소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육군은 사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작전 목적 외에 교육훈련 목적의 K9 자주포 사격을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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