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노동 운동 역량 강화, 노동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드러나는 갑을 논란, 이루어진 적 없는 재벌개혁,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등장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각종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소상공인의 삶, 팍팍하기만 한 노동자들의 일상. 나열하자면 끝이 없는 경제, 산업, 노동 시장의 문제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어느 때보다 화두다. 이른바 민심으로 태어난 촛불정부의 시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던 숙제의 답을 찾겠다는 움직임이 가시권에 들어온 모양새다. 하지만 경제 전반에 산적한 과제들은 아직도 명확한 해법이 나와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또 최선의 방법을 결정하는 과정도 난제다. 일요서울은 일선 노동운동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탁상공론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현실적인 답을 찾기 위해 [노동운동가 인터뷰 한국 노동자의 삶과 현실을 듣다]를 기획했다. 해답을 얻기 위한 조언과 충고, 갈 길이 먼 현실을 제시해 준 여섯 번째 노동운동가는 노중기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사진 가운데)다.

정책 따르기보다 노동조합 조직 혁신, 정치세력화 등 요구
최저임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현안에 대한 견해 밝혀


노중기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환영하면서도, 아직 출범 초기이기 때문에 그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경계한다. 또 과거 참여정부 때 경험했던 노동 개혁 실패를 뚜렷히 기억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용 사유 제한, 노동 시간 단축,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 등의 노동정책들은 반드시 시행해야 하며, 그렇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참여정부 때 노동 개혁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던 과거를 떠올릴 수 있다. 일자리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비정규직 양산을 초래했고, 또한 재벌 개혁조차 대대적으로 단행하지 못했다”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참여정부 시절 구속된 노동운동가들은 그 수가 다른 정부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많다. 출범 초기 기대와 다르게 변해가던 정부의 모습은 여전히 상처로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 역시 막연한 기대보다는 끝까지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


노중기 교수는 노동 정책의 성공 여부를 두고 두 가지 변수가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째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재벌들의 반발, 둘째는 노동·시민 사회의 견제 및 비판 능력이다.

“노동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가장 강력하게 반발할 세력은 재벌이다. 일례로 자동차 산업처럼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한 업종의 재벌 기업들은 노동 정책을 흡수하지 못하고, 전력을 다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노동 분야 및 시민 사회가 정부의 노동 정책 추진을 뒷받침할 수 있는 힘이 있느냐, 혹은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그리고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도 노동정책 이행과 관련한 중요한 변수이며, 향후 지방선거 및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노중기 교수는 노동운동이 단순히 정부의 정책을 따라가기보다 스스로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노동조합의 조직혁신, 조직률 제고, 산별노동조합 건설과 정치세력화 등이 중요하다는 것.

아울러 그는 노동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동자 간 비판이 오고가는 현상을 바닥을 향한 경주라고 정의하고, 노동조합 활동 참여와 연대 활동, 노동 교육 등으로 이를 개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000만 원 받는 노동자들은 2000만 원 받는 노동자를 비판하고, 2000만 원 받는 노동자들은 4000만 원 받는 노동자들을 비판한다. 혹자는 대기업 노동자, 교수, 교원, 공무원들을 지칭하면서 귀족 또는 철밥통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정부와 자본 등 지배세력이 합작해 매우 오랜 기간, 장기적으로 만든 분할 지배 전략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또 우리나라 재벌 앞잡이 언론과 일부 경제 신문들도 반성해야 한다. 매일 같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을 비판하고 나선 주체들이다”


“한 가지 더, 북한이라는 특수성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재벌과 맞선 노동자들을 ‘빨갱이’,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로 규정해 왔다. 불합리하게 조작된 인식에서 출발한 노동자 간 분쟁은 서로를 바닥으로 끌어내릴 뿐, 절대 올바른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다만 노중기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여전히 건강하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는다. 아울러 젊은 세대의 건강한 분노와 연대의 힘, 그리고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집회가 그 기점이 되어줄 것이라는 생각이다.

노중기 교수는 노동 운동에 대한 원론적 관점의 해결책뿐만 아니라,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문제 등의 현안에 대해 사회학자, 노동운동가로서의 견해도 밝혔다.

“비정규직, 최저임금 문제를 반대하는 것은 ‘나는 현재가 좋다’ 혹은 ‘너희들은 앞으로도 개, 돼지로 살라’는 이야기와 똑같다. 일년에 수십조 원을 남겨도, 정경유착을 저질러도, 갑질을 행해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 재벌들과 불로소득자들이 주장하고 싶은 부분일 것이다”

“최저 임금을 한없이 늘리고 비정규직 0%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노동 지옥 사회, 젊은이들이 말하는 헬(HELL)조선을 벗어나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만이라도 만들자는 주장인데, 이를 왜곡하고 폄하하려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본다”


“단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 임금 1만 원에 대한 지불 능력이 없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최저 임금 1만 원조차 지불할 수 없는 사업장은 사라져야 한다”

1만 원 아래로는 노동자를 고용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도태된 사업자나 자영업자가 나온다면, 그들을 구제해 줄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한편 여러 가지 사회 현상과 노동 문제들에 대해 열변을 토한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가 끊임없는 갈등을 통해 인식 수준이 발전하고,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어떤 분야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갈등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갈등 해결의 과정과 노력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대립을 통해 노동이 중심이 되며, 일하는 사람들이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노중기 교수 약력

▲ 서울대학교 사회학 박사
▲ 비판사회학회 회장 역임
▲ 산업노동학회 운영 위원
▲ 교수노동조합 위원장 역임
▲ 경기도 노동위원회 공익 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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