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식용 귀뚜라미 사업도 아냐

사업설명회 및 압수수색 영상화면 캡처 <부천소사경찰서 제공>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식용 곤충이 국내외에서 새로운 식량 자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식용 귀뚜라미 사업으로 고수익을 안겨준다며 투자자를 현혹해 201억 원 상당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벌인 사업은 식용 귀뚜라미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단순한 유사수신 행위로 드러났다. 일요서울은 식용 귀뚜라미 사기 사건의 전말과 떠오르는 식용곤충 산업에 대해 살펴봤다.

투자자들, 최대 9천600만 원 지급···범행 일당, 투자금 ‘돌려막아’
국내외 곤충산업 시장규모 급증···식용 곤충, 전 세계인 80%가 먹는다


“거짓말이 아닌 진실, 진심을 드릴 것이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다 되는 겁니다.”

부천소사경찰서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부천시 송내동에 사무실을 차리고 투자금 명목으로 총 650명으로부터 201억 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 위반)로 업체 대표 A씨를 구속하고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제2의 대체식량 사업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면서 사업 투자자를 끌어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업 설명회는 매주 목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 계좌당 240만 원을 내고 귀뚜라미 알을 사면 자신들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위탁관리를 해 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았다.

이들은 투자를 하면 3개월 후 배당금으로 매주 20만 원씩 원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으며 이후 9개월간 주당 7만5000원을 배당받아 연이율 212%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A씨 일당의 권유에 투자자들은 한 명당 많게는 9천600만 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당은 다수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하위 투자자를 모집하는 상위 투자자에게 투자금의 10%를 지급하기도 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렇게 받은 투자금을 사업투자가 아닌 다른 투자자의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돌려막기’ 수법을 이용해 업체를 운영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주부나 노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투자 권유를 받은 경우에는 투자회사가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각종 투자사업을 빙자해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투자금을 유치하는 유사수신 행위에 대해 엄중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식용 곤충 산업 발전을 위해 힘썼던 단체들과 식용 곤충을 분양‧수매했던 사람들의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귀뚜라미 사업이 아닌 유사수신 행위였다.

또 대체식품으로 식용 곤충이 부상하면서 유사한 사기 사건이 늘어날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식용 곤충
어디까지 왔나

 
국내 곤충시장 규모는 2011년 1680억 원에서 2015년 3039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향후 관련 산업 전망도 블루오션(무경쟁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밖에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곤충산업 활성화를 지원해왔다.

지난해 4월 4일에는 곤충산업의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한 육성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제2차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2016~2020)은 곤충산업 규모를 당시의 1.7배인 5000억 원 규모로 확대하고 사육농가는 1.65배인 1200호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현재 전국의 곤충 사육농가는 1260여 가구로 파악되고 있다.

그동안 곤충 시장의 대부분이 지역축제 등 지역행사용 소재로 활용하는 데 그쳤으나 정부가 앞장서 곤충 소비를 개척하고 유통과 생산기반 확충을 통해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곤충산업의 세계시장규모는 2007년 11조 원에서 2020년 38조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용도의 확장에 따라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농업,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유엔 국제농업식량기구(FAO)는 지난 2013년 지구환경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으로 미래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자원으로 ‘식용 곤충’을 지목했다. 전 세계 80%가 이미 곤충을 섭취 중이라는 점을 착안한 것이다.

또 식용 곤충의 선호도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이유는 고단백일 뿐 아니라 마그네슘, 칼륨 등의 영양소도 풍부해 영양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먹을 수 있는
곤충 무엇?

 
현재 국내에서 인정되고 있는 식용곤충은 벼메뚜기, 백강잠누에, 누에번데기, 갈색거저리유충, 쌍별 귀뚜라미, 흰점박이 꽃무지 유충, 장수풍뎅이유충 등 총 7종이다. 인정되는 식용곤충 수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흰점박이 꽃무지 유충(이하 꽃벵이)에서 분리한 물질이 피가 굳은 덩어리인 혈전 치유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1월 18일 융복합 프로젝트의 곤충 이용 식품 및 의약 소재 개발 연구의 하나로 경북대학교, 충남대학교와 함께 꽃벵이에서 분리한 ‘인돌 알칼로이드’라는 물질이 혈전 치유와 혈행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동물실험 등을 통해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꽃벵이를 이용한 항혈전 치료제 및 혈행 개선 건강기능식품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식용 곤충은 식용곤충 판매장‧음식점 등에서 과자, 순대, 파스타 등의 다양한 형태로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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