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부정적 시각이 있는 것 사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18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찾은 곳은 지방노동청이었다. 그곳에서 김 장관은 근로감독관을 직접 만났다. 이 만남은 파격적이라 평가됐다. 역대 고용노동부 장관들은 취임 후 첫 대외 행보로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우리나라 양대 노사단체를 만났기 때문이다. 근로감독관은 ‘노동 경찰’로 불린다. 이들이 노동현장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노사관계 안정 등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근로감독관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근로감독관들이 노동 경찰로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관련 법 잘 몰라 신고·진정 제대로 처리 못 하기도
김영주 장관 “전문성 높지 않다는 평가 있다” 

 
취임 후 부산청, 울산지청 등의 지방노동청을 찾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장에서 임금체불, 산재사고, 부당노동행위를 노동현장에서 뿌리 뽑아야 할 3대 과제로 규정했다.

또 근로감독 혁신을 위한 실천 방안으로 근로감독관의 권한을 공정·투명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평가시스템 마련, 디지털 증거분석팀 확대·직무교육체계 개편, 인력 확충을 통해 수사와 근로감독 부서 분리, 분야별 감독 전담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김영주 장관은 “근로감독관들이 인력부족, 과중한 업무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노동현장 일선에서 애쓰고 있지만, 현장에서 부정적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임금체불 사건 처리에 매몰돼 있다시피 하지만 실제 임금체불은 늘고 있고, 현장 근로감독의 전문성도 높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며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근로감독관들은 노동경찰이라는 책임감과 자긍심을 갖고, 혼연일체가 돼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다양한 노동현장에서 많은 노동자의 소리를 들어 온 김 장관이기에 가능한 말들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와 함께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근로감독관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직접 “근로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근로감독관 확충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말한 이유다.
 
64년 역사에 비해
전문성·진정성 부족

 
근로감독관이 근로현장에서 노동자를 위해 다양한 역할을 펼치고 있음에도 비판을 받는 이유는 전문성과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다.

근로감독관 제도는 1953년에 처음 시행됐다. 64년이 넘는 역사에 비해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만족도는 상당히 낮은 게 사실이다. 물론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의 권익이 중시되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근로감독관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남녀고용평등법, 산업안전보건법, 근로복지기본법 등 노동관계법령 16개에 대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해당 법 위반에 대한 진정이나 신고를 하면 접수받은 근로감독관이 이를 수사한 후 내사종결하거나 검찰에 송치한다.

당연히 근로감독관이 해당 법률에 대해 잘 알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문제는 근로감독관들이 법에 대해 잘 몰라 노동자들의 진정이나 신고를 제대로 처리해 주지 못하면 결국 피해는 노동자들이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근로감독관을 찾아오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생업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다. 당장 월급을 못 받아 생계유지가 곤란하거나 노동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 노동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근로감독관은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근로감독관에게조차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외면받는다면 이들은 갈 곳이 없다.
 
채용 인원 부족
교육 시스템 부족

 
근로감독관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현재의 시스템상 당연하다. 채용과정에 문제가 있고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인 근로감독관은 채용 시 별도의 직렬이 없다. 직렬이란 직무의 종류를 구분한 것으로 현재는 일반행정직, 기술직, 경찰직, 소방직 등으로 나뉘어 있다. 근로감독관은 이중 일반행정직에 포함돼 통합 채용된다.

고용노동부에 배치된 7급 이상 공무원 중 근로개선지도과, 노사상생지원과 등의 부서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근로감독관으로 일하게 된다. 애초 근로감독관을 위해 채용된 인력이 아니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근로감독관 양성을 위한 교육시스템이라도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문제가 덜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새로운 근로감독관을 위해 고용노동연수원에서 4주간의 교육을 실시한다. 총 140시간 동안 16개 법률을 포함한 근로감독에 필요한 모든 업무를 가르친다. 물론 근로감독관이 된 이후에도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일과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

프랑스의 경우는 새로운 근로감독관에게 최소 12개월에서 최대 18개월 동안 교육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부급인 근로감독지휘관은 18개월, 근로감독사무관은 1년 동안 교육과 연수를 받는다.
 
문재인정부
근로감독관 개혁 적기

 
근로감독관들도 할 말은 있다. 노동자들의 진정 및 신고에 비해 근로감독관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1705명의 근로감독관이 활동하고 있다. 일반 분야, 산업안전 분야에 각각 1297명, 408명이다.

김영주 장관은 근로감독관 수를 최소 1000명 이상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초 고용노동부가 추경안에 500명 증원을 요청했는데 200명만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의 지방노동청에는 기업의 부당행위 등으로 인한 신고사건들이 산적해 있다. 통상 근로감독관 1명이 사건 하나를 처리하는 데 서너 달씩 걸린다. 과부하가 걸린 근로감독관들에 대한 노동자들의 원성이 높을 수 밖에 없고 진정성을 느끼기 힘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주 장관이 근로감독관 증원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근로감독관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는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근로감독관의 권한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만큼 근로감독관 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을 검토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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