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쿠샤 전경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서울시의회 유찬종 의원(더불어민주당, 종로2)이 지난 25일 열린 제276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딜쿠샤 잔류 거주민에 대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2길 17에 위치한 딜쿠샤는 조선을 침탈한 일본의 식민 통치 실상과 3·1 만세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미국 AP통신사 임시특파원 앨버트 테일러가 기거하던 집이다.
 
앨버트 테일러는 1942년 일제에 의해 미국으로 강제추방될 때까지 20년간 아내와 함께 딜큐샤에 살며 우리나라의 아픔과 투쟁의 역사를 전 세계인에게 전달했다.
 
‘딜쿠샤(Dil Kusha)’란 이름은 '이상향', '희망의 궁전'이라는 의미가 담긴 힌두어다. 딜쿠샤에는 지난해까지 12세대가 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3세대만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찬종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딜쿠샤가 삶의 보금자리가 되어주지 않았다면 보호수 한 그루만 덜렁 남아 있는 바로 옆 권율 장군 집터처럼 사라졌을 것”이라며, “3.1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AP통신 엘버트 테일러 특파원이 거주했었다는 역사적 사실만큼이나 1967년 사직터널 개통 시점을 전후해 딜쿠샤에 모여들어 치열하게 삶을 영위해온 사람들의 역사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록 딜쿠샤가 국유재산이지만 주민들은 1982년과 1993년에 점유에 대한 사용료를 납부하라는 행정기관의 요구에 충실히 따라왔다”며, “1971년 이후 등본에도 전출입 기록이 엄연히 남아 있는 등 주민으로 인정받아 온 만큼 민법상 보장된 점유권 차원에서 이들의 재산상 실익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기획재정부, 문화재청, 한국자산관리공사, 종로구와 함께 딜쿠샤의 문화재 지정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그 동안 딜쿠샤에 거주해온 12세대의 거주민에 대해 이주를 요구해 왔다.
 
문화재청은 지난 8일 딜쿠샤를 문화재로 공식 등록했고 서울시는 오는 2019년까지 딜쿠샤를 원형 복원하여 시민에게 개방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딜큐샤는 건축학적으로도 적잖은 가치를 지닌다. 영국과 미국의 주택양식이 절충된 형태의 딜큐샤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붉은 벽돌로 지어졌다. 이는 국권상실기 우리나라 근대건축 발달 양상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딜큐샤는 장기 무단 점유로 건물 내외부가 변형·훼손돼 2015년 정밀안전진단결과 D등급 판정을 받는 등 보존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진단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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