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9일 만났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로 경쟁했던 이들이지만, 최근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놓고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시하는 등 향후 국민의당과 한국당의 ‘합동 견제’를 예고했다.
 
대표가 취임 인사를 위해 한국당 당사를 찾았다. 특히 두 사람은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는 데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 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운전대론을 들고 나왔는데 미국도, 일본도, 북한도 외면하고 있다"며 "레커차에 끌려가는 차의 운전석에 앉아서 운전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도 "외교·안보가 아주 우려된다"면서 "코리아 패싱이 실제 일어나면 안 되기 때문에 여러 채널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홍 대표는 "코리아 패싱이 아니고 문재인 패싱"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이날 아침 북한 미사일 도발을 언급하고 "안보 위기, 경제 위기가 앞으로 더 심각해지는 것 아니냐"며 "국회에서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고 했다.
 
홍 대표도 "위기가 겹쳤는데 이 정부는 사법부까지 좌파 코드로 전부 바꾸려고 하니 참 그렇다"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야당이 힘을 합쳐서 이 정부를 바로잡아 주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고 했다.
 
두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을 위한 공론화위원회 구성 문제도 지적했다. 홍 대표는 "법 절차에 있는 것도 아닌데, 시민단체하고 연계해서 국가 백년대계를 졸속으로 뒤엎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고, 안 대표도 "지난 100일간 (문재인 정부가) 쫓기듯이 굉장히 중요한 결정들을 저렇게 해온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홍 대표는 "안 대표가 부활하니 이제 정치가 조금 활기차졌다. 정부가 폭주 기관차를 타고 가는 것을 국민을 위해 막자"며 "우리는 대선 때 별로 싸운 일도 없으니 앞으로 수시로 연락해 의견 조율을 하고 안 대표가 돈도 많으시니 저녁식사도 한번 하자"고 했다. 안 대표도 "그렇게 하겠다"고 화답했다.
 
회동시간만 따져보더라도 인사차 방문으로는 긴 20분가량이었다. 10분가량의 비공개 회동에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문제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특히 홍 대표 측에서 “안보나 경제 등에서 가능하면 함께 도울 수 있는 것은 돕자”는 제안을 다시 했다고 한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와 관련해선 안 대표와 홍 대표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선거연대와 관련해 “안 대표는 선거연대는 생각 없다고 말했고, 홍 대표도 우리도 그렇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홍 대표는 “죽을 듯이 싸우다가도 한 편이 되고, 또 한 편이 됐다가도 헤어지는 게 정치이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현안에 따라 조율해 나가자”며 여운을 남겼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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