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은 베트남이 통일되기 이전 남베트남의 수도였던 사이공에서 바뀐 이름이다. 호치민은 서구의 침략을 받았지만 끝까지 버텨냈고 외부의 문물을 침착하게 잘 이식했으며 또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호치민 사람들은 모든 것을 아울러 호치민을 베트남 최고의 도시로 가꾸어 냈다.
언제든지 이곳으로 와서 우리를 표현하라고 했다. 자존감과 자부심, 호치민이 양손에 들고 있는 두 개의 정신. 메콩의 황톳빛 물결이 기슭에 닿고 그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호치민 거리를 스치듯 지나가면 사이공 훗날의 추억은 이제 시작.
참파의 흔적, 호치민 역사박물관
호치민 역사박물관은 타오 덴 문화 공원 내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호치민 시내 주요 관광지 중 가장 북쪽에 있으므로 이곳을 제일 먼저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남쪽 방향으로 내려오는 효과적인 동선을 꾸릴 수 있다.
고대의 유적과 유물의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방문지. 전시실 내부의 사진 촬영은 금지이므로 억지로 사진을 찍을 필요는 없다. 기억으로 담아두면 그만.
2세기 말부터 17세기 말까지 수백 년간 유지되었던 베트남 중, 남부의 힌두 왕조. 베트남 본토인이 아닌 인도네시아계인 참족이 세웠으며 캄보디아의 그 유명한 앙코르와트를 점령했을 정도로 강력한 왕조였다.
호치민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벤탄 시장은 시내 중심인 레 라이 거리와 레 러이 거리가 갈라지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해 있다. 1914년 프랑스인들에 의해 처음 문을 열었다고는 하지만 17세기 초에 사이공 강 근처 길 거리 상인들이 물건을 팔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는 유래가 있으므로 시장의 역사는 한참 길다.
400년이 넘는 시장이라,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서로 간의 믿음 없이는 그런 긴 시간을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베트남 각지로 연결되는 시외버스 터미널이 바로 앞에 위치해 있고 어지간한 호치민의 유명 관광지와도 도보로 연결되므로 호치민 시내 여행의 중심점으로 삼으면 좋다.
예나 지금이나 호치민의 가장 아름다운 상징이자 호치민을 가장 경건하게 꾸며주는 곳은 바로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가톨릭 성당으로 19세기 프랑스 식민지 시절 건설된 이 성당은 건축기간이 1862년부터 시작돼 1880년까지 총 18년의 기간이 소요됐으며 외벽 자재인 붉은 벽돌을 당시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직접 가져올 정도로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
미사 시간이 아닌 경우 내부 방문은 일부로 제한되지만 성당에 들어서는 순간 내부의 웅장함과 엄숙함은 분명 동양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정경이 아니다. 물론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도 그렇게 움직이고 또 그렇게 물러난다. 성당 정원 앞에 있는 마리아상은 2005년 여러 날 동안 눈물을 흘리는 기적이 일어났다는 후문이지만 그런 기적의 소문과는 상관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고 마음의 평온을 주는 곳.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하고 고요하게 주변을 밝히는 당신. 당신의 사랑으로 인해 호치민의 밤은 더욱 안전하게 깊어간다.
거창하게 말해서 모든 우체국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자 나아가 전 세계 우체국이 가야할 노스탤지어. 분명한 점은 이곳은 단순한 우체국 이상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호치민이라는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 꼭, 이라는 단서를 붙여 들러야 하는 스폿 중 하나이며 지켜야 할 문화재, 호치민 중앙 우체국. 개나리색 벽과 초록의 창틀이 어우러진 유럽풍 건물은 그 유명한 에펠탑의 설계자 구스타프 에펠의 작품으로 1891년에 만들어졌다.
우리가 베트남에 대해서 간과하고 있는 몇 가지 중요한 점들 중 하나는, 베트남이 종교에 대해서 상당히 유연하고 개방적이라는 점이다.
베트남이 오랫동안 사회주의 국가의 노선을 견지해 왔고, 종교는 아편과 같다며 거리를 두어 왔음을 감안할 때 그것은 온전히 베트남 사람들의 성품에 관련된 문제이다. 도교와 불교, 천주교와 기독교 그리고 여기에 이슬람과 토착 종교인 까오다이교까지 수많은 종교를 아우르고 있는 베트남에 다소 의아하고 이색적인 힌두교까지 뿌리를 내렸다.
아무래도 힌두사원에서는 갖가지 향과 양초 그리고 불을 밝히는 기름과 제단에 바치는 꽃들, 각각의 석상에서 풍기는 물감 냄새가 어우러져 힌두 특유의 격한 냄새가 진동하기 마련인데, 잘 정돈된 사원 내부는 그런 힌두의 냄새가 다소 정리돼 있었다.
호치민에는 마리암만 외에도 보다 더 큰 스리 덴다유타파니 사원도 있다. 마리암만과는 멀지 않으니 힌두 문화가 그리운 사람들은 시간을 내서 찾아갈 것. 그리고 그곳에 가서 마음껏 힌두를 탐하고 마시라.
1975년 베트남이 통일된 이래 인민위원회 청사로 이용되고 있으며 길 건너 건물 정면에 호치민의 동상이 있어 노트르담 성당, 우체국과 함께 호치민의 3대 주요 스폿으로 여겨진다.
연한 아이보리색과 흰색의 외관, 초록의 창틀 그리고 주황색의 지붕이 조화를 이루고, 마침 파란 하늘 아래에 베트남의 빨간 국기마저 어우러지면 비로소 동양의 파리라는 호치민의 닉네임이 완성되는 순간.
호치민에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지어진, 건축 시기가 백 년이 넘는 유달리 아름다운 성당들이 많다.
프리랜서 이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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