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안철수 전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한 지 110일 만에 국민의당 새 대표로 돌아왔다. 안 대표의 일성은 ‘선명 야당’과 ‘전국 정당화’를 통한 지방선거 승리로 요약된다. 하지만 넘어야 할 난관도 수두룩하다. 일단 고공 행진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높은 지지율이다. 호남이 기반인 국민의당이지만 집권 여당에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이다. ‘1여다야’구도 역시 불리하다. 무엇보다 안 대표는 ‘빼앗긴 호남’을 되찾아오는 게 급선무다. 안 대표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호남민심 복원 프로젝트’를 알아봤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호남 진지 구축’ 정동영·박지원·천정배 ‘광역단체장 차출론’
- PK+수도권은 바른 정당, TK중심은 한국당과 연대론

안철수 전 대표는 결선투표를 거치지는 않았지만 ‘턱걸이’ 과반으로 당 대표에 올랐다. 호남은 친 여권 성향의 호남 출신 정동영, 천정배 후보를 선택하는 대신 비호남 출신에 ‘자강론’을 앞세운 안 대표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이에 대해 호남 출신 당 관계자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 입장에서는 정동영.천정배 간판으로 승리가 힘들다는 게 안철수의 부활로 이어졌지만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려는 호남의 절묘한 선택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분석했다.

호남, 친여권 호남 출신 대신 철수 선택한 까닭

이 인사는 “문재인 정부가 새 정부 초기 호남 출신 인사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인사 폭탄’이라고 부를 정도로 신경을 쓰는 데에는 ‘안철수’라는 인물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철수 메기효과(Catfish Effect)’로 볼 수 있다”며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주역인 정동영, 천정배 후보를 당 대표로 내세울 경우 호남은 재차 영남정권인 문재인 정부로부터 홀대를 받을 것을 염려한 결과”라고 내다봤다.

메기효과란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라는 의미다. 청어의 싱싱함을 유지하기 위해 수족관에 메기를 함께 넣어둔 노르웨이 어부의 비결로 강한 경쟁자가 존재해야 생명력을 높인다는 데서 유래했다.

호남 입장에서는 안 후보가 당대표가 되는 게 새 정부로부터 임기 초뿐만 아니라 다음 대선까지 정치적, 경제적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기대심리의 반영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 대표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호남에서 정당 지지율이 집권여당에 크게 뒤지고 있다는 점은 안 대표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이대로 지방선거 특히 호남에서 패배할 경우 안 대표의 정치적 생명뿐만 아니라 당의 존재 자체도 유지하기 힘들다. 이에 국민의당 일각에서는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서 안 대표를 비롯한 거물급 인사들의 차출론이 나오고 있다.

즉, 당내 1진 그룹 총동원령으로 서울시장 안철수, 광주시장 천정배, 전남지사 박지원, 전북지사 정동영 등 광역단체장 선거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안 대표는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서울시장 출마론’이 화제가 됐다.

안 대표는 후보 시절 서울시장 출마를 묻는 질문에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선당후사 요청에 따라 백의종군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당 대표가 된 다음에 안 대표는 “인재 영입도 해야 하는 데 서울시장 출마를 조기에 선언하면 인재 영입을 하지 못한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일단 많은 인재를 영입해 진용을 갖추는 것이 대표로서 책임있는 자세”라며 한 발 물러났다.

그러나 ‘호남패배=정계은퇴’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당내 출마자들의 서울시장 출마 요구가 높아질 경우 당 대표로서 거부하기는 힘든 처지다.

현재 서울시장 당선 가능성은 민주당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높다. 자유한국당 후보로 황교안 전 총리까지 가세할 경우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당내 유일하게 서울이 지역구인 김성식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2진이다. 그나마 안 대표가 나서야 ‘해볼 만하다’는 게 수도권 출마자들의 판단이다.

전북도지사 차출론이 나오는 정동영 의원도 비슷한 처지다. 전북 역시 여당이 지지율에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현실에서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주당 소속 송하진 전북도지사의 재선 도전이 확실한 상황에서 여권 프리미엄에 높은 당 지지율까지 재선은 무난할 전망이다.

이에 ‘차출론’이 나오는 정 의원은 출마에 부정적이다. 정 의원은 “전북지사 출마를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다”고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북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유성엽, 조배숙 의원보다는 정 의원의 차출론이 더 설득력을 얻을 공산이 높다. 4선의 정치인에다 2007년 대선에서 대통합민주당신당 대통령 후보까지 지냈다는 점에서 중량감과 인지도 측면에서는 다른 후보에 비해 월등하다. 또한 당 대표 경선에서 30% 가까운 득표로 2위를 차지해 어느 정도 존재감을 인정받았다.

광주시장의 경우에는 안 대표가 특별히 신경이 쓰이는 호남 단체장 선거 중 하나다. 현 민주당 윤장현 시장은 안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로 있을 당시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략공천으로 광주시장을 만들어준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시장은 안 대표가 민주당에서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 당시 동반 탈당을 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도 안 대표와는 철저하게 거리를 둔 채 문재인 후보를 측면 지원했다.

정동영·천정배, “지방선거 출마 관심 없다지만…”

현재 거론되는 국민의당 광주시장 후보는 장병환, 김동철, 박주선 국회부의장이다. 하지만 윤 시장을 넘기 위해서는 당 대표 경선에 나섰던 ‘천정배 차출론’이 나오고 있다. 천 의원은 당 대표 경선에서 3위를 차지했다.

천 의원 역시 출마에는 부정적이다. 경기 안산에서 3선하고 광주에서 재선을 하고 있는 천 의원은 경기도지사나 광주시장 출마를 종용받고 있다. 이에 대해 천 의원은 “지방선거에 나갈 생각이 없다”면서 “특히 광주에는 인물이 부족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경기지사 출마 관련해서는 “당의 총의로 제게 심청의 마음으로 헌신하는 차원에서 출마하라고 한다면 나가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나마 호남 광역단체장 차출론 대상자중 박지원 전대표의 경우 전남지사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전남지사는 이낙연 전 지사가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로 발탁되면서 ‘무주공산’이다. 국민의당 후보군도 주승용, 황주홍 의원과 무소속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장관에 당 대표까지 지낸 박 전 대표가 정치 인생을 정리하는 입장에서 나선다면 당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표 역시 지난 2014년 지방선거과정에서 뒤늦게 도지사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말바꾸기’ 논란 등의 비판이 잇따르자 마음을 접었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고 평소 강조하는 박 전 대표로서는 당 대표가 삼고초려할 경우 받을 공산이 높다.

관건은 전북과 광주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하지 않고 ‘선당후사’건, ‘백의종군’이건 ‘차출론’에 두 인사는 응할 가능성은 낮다. 이럴 경우 2진 그룹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승리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안 지사가 ‘백의종군’ 정신으로 서울시장에 출마를 하고 정 의원과 천 의원에게 당 대표로서 백의종군할 것을 요청할 경우 두 인사 모두 마땅히 거부할 명분은 없다.

안 대표는 8월29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전국정당화’, ‘극중주의’ 등 주장이 탈호남을 위한 정책 노선이 아니냐는 지적에 발끈하며 “호남 없는 전국 정당화는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말한 배경과 일맥상통한다.

안 대표는 “작년 총선 때 왜 호남이 국민의당을 지원하고 만들어 주셨는지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며 “호남의 든든한 지지를 통해 전국으로 뻗어 나가는 정당이 돼 달라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안 대표는 ‘先호남 진지구축 後전국정당화’를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안 대표는 당 대표에 당선된 이후 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를 연속으로 만났다. 특히 정치권은 안 대표의 등장으로 민주당과 협치보다는 야 3당 간 야권연대에 관심을 더 두는 모습이다.

이미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야3당이 최소한 수도권 3곳에서라도 시·도지사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지방선거 연대를 해야 한다”고 선거연대를 공식 제안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안 대표가 나선다면 경기지사는 바른정당 남경필 지사, 인천시장 유정복 한국당 후보로 자당 후보가 출마하는 지역을 제외한 2곳에 후보를 내지 말자는 것이다.

하지만 안 대표는 홍준표 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원칙적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며 “아직 선거 연대는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홍 대표는 “우리도 뭐 그렇다”며 “그렇지만 정치라는 게 늘 상황이 변한다”고 야권 선거연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당분간은 현안별 정책별 연대를 하되 선거는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게 안 대표의 입장이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원내 야당 1당으로서 여당과 1대1 구도를 바라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여당의 지지율이 50% 안팎인 상황에서 대구·경북을 제외한 여타 다른 지역에서 승리가 요원한 게 현실이다. 지역별 선거연대를 통해 1대1구도가 아니라면 지난 대선 패배의 재판이 될 공산이 높다.

국민의당·바른정당 야권연대 ‘동병상련’

국민의당 안 대표 역시 딜레마다. 호남에서 확실한 지지를 못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과 선거연대는 역풍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호남당으로 정치를 계속 할 수도 없고 여권 성향 지역에서 여당 후보와 1대1 구도를 만들지 않고서는 승리가 힘들다는 점에서 고민이다.

반면 안 대표는 수도권 및 PK지역 출신 의원이 많은 바른정당과 교집합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당 중심의 야권 개편을 꿈을 갖고 있는 안 대표는 바른정당 일부와 민주당 비주류를 끌어들여 외연 확장과 함께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얻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바른정당 또한 지방선거를 앞두고 속내가 복잡하다. 20석을 가까스로 유지하면서 원내교섭단체로서 면모를 유지하고 있는 바른정당은 한국당과 합당을 원하는 다수파와 국민의당과 연대를 꾀하는 소수파로 나뉘어 갈팡질팡이다. 이혜훈 당 대표는 한국당으로 흡수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국민의당과 정책연대 나아가 선거연대까지 기대하고 있다.

안 대표 취임 이후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이 대표는 “안 대표가 말한 대로 2달 동안 바른정당이 걸어온 길과 접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협력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원내 3당, 4당인 두 당은 지역 기반이 다르지만 ‘합리적 중도개혁’을 표방하고 있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독자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아울러 안 대표는 ‘51%’ 득표율이 보여주듯이 바른당보다는 민주당에 더 가까운 세력이 엄존하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방선거 전 거여거야에 흡수되지 않기 위해 전략적 연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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