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사정기관 총출동…재계 역대급 사정 태풍 예고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본격적인 재계 사정이 시작될 것이란 불안감이 재계 주변에 퍼지고 있다. 검찰이 최근 진용을 갖춰가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직이 김상조 위원장 입성을 계기로 크게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판결에서 실형이 선고되면서 정부의 재벌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중이다. 이미 주요 사정·감독 기관이 본격적인 재벌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들의 칼끝이 주요 대기업을 향했다는 기류가 팽배하다.

검찰 경찰 공정위 국세청 감사원 ‘적폐 청산’ 앞장
기업들 “안팎에서 거센 압박, 경영 위축 우려”

재계가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모든 사정당국으로부터 전방위 사정에 직면한 모습이다. 공정위의 칼날도 프랜차이즈를 넘어 대기업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는 일단 조용히 튀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며 “조만간 올 것이 올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둔 상황이다. 사정당국의 수사소식은 곧바로 국감 증언대에 총수를 세우는 꼴이 되는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공정위는 주요 그룹사들과 만나면 나쁘지 않은 분위기였다. 김상조 위원장은 4대 그룹에게 스스로 변화할 것을 주문했고 소통의 문이 열려 있음을 강조했다. 기업들 역시 이에 화답하면서 공정위는 주요 그룹 대신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사정기관 이상 기류 감지

그런데 최근 재계에선 이런 기류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는다. 이미 공정위 내에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등을 집중 감시하는 기업집단국이 신설되는가 하면,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 디지털기기에서 각종 정보를 복원하고 추출하는 디지털포렌식 TF를 경쟁정책국 산하 ‘디지털조사분석과’에 확대 개편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기업집단국 정원은 국장 1명을 포함 총 54명으로, 본부 조직 중 소 비자정책국(59명)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고 하며, 디지털조사분석과는 인원을 17명을 증원해 22명으로 늘린다.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위와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지난달 14일 입법예고했다. · 이번 조직개편으로 공정위 조직은 5국 26과에서 6국 31과로 증편되고, 소속 직원은 현행 541명에서 601명으로 11%(60 명) 늘어났다.

검찰도 본격적으로 대기업 사정에 나설 채비를 끝낸 것으로 알려진다. 법무부는 지난달 10일 고검 검사급 검사 538명, 일반검사 31명에 대한 승진 및 전보 인사를 같은 달 17 일자로 단행했다. 그동안 잠잠했던 민정수석실도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설 것으로 전해지는데, 민정에서 검찰로 이어지는 사정라인이 완성되는 셈이다.

감사원도 2015년 두 차례에 걸친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관세청이 일부 기업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으면 관련 업계를 바짝 추격 중이다. 최근 임명된 한승희 국세청장은 대기업의 변칙적인 상속·증여와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의 조세 회피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경찰은 오너일가의 자택 증·개축 비용 등을 회사가 떠맡는 불법 관행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꼬리 내린 이통사

이번 대기업 사정은  각 기관 간 자존심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재계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검찰로선 이번 기회에 지난 정권 때 실추된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적극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들어 경찰 수사권 조정, 공정위 권한 확대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 검찰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수사력만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역시 새 정부 들어 달라진 위상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야 하는 입장인데, 일단 현 정권 들어 권한이 확대되지만 얼마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 상황이라 총력전을 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찰도 수사권을 두고 검찰과 맞대응해야 하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사정이 재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부 기업은 알아서 ‘자진납세’(?)하는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자진해서 대리점 밀어내기를 개선하고 보상하겠다는 ‘동의의결’을 공정위에 신청했다.

정부와 통신비 인하를 놓고 양보 없는 기싸움을 벌이던 이동통신단말 3사도 결국 무릎을 꿇었다. 앞서 통신 3사는 휴대전화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에 강력 반대하며 소송을 통한 정책폐기 카드까지 꺼내려했지만 결국 제소를 포기했다. 

과학기술정통부는 29일 “이동통신 3사가 요금할인율 25% 상향 적용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과기정통부에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통사들은 소송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함께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통사들이 정부안을 수용한 배경에 대해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하고 국민들도 이통사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마찬가지로 재계는 말조심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반기업 정서가 커진 상황에서 섣불리 목소리를 냈다가 사정기관의 더 큰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각에선 자칫 정치적 논리에 따른 법 적용이 늘어나면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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