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앱이 성매매 창구로 ‘둔갑’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모바일과 인터넷에 익숙한 20~30대 남녀들이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에 소개팅 앱을 찾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소통의 편리함과 문제점이 동시에 야기된다. 일부 소개팅 앱에서 은밀하게, 또는 대담하게 ‘조건만남’, ‘외도’ 등의 성매매 정보 교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성인인증 없이도 가입 가능해 마음만 먹는다면 손가락 하나로 성매매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중매’ 사라지고 ‘소개팅 앱’ 떠올라···이용자 49% ‘호기심’
일부 소개팅 앱, 인증 절차 없고 성매매 제안 판쳐


“소개팅 앱으로 여자 친구를 만들었다.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눠 봐야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일반적인 소개방식과는 다르게 상대방의 인적사항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직장인 A(28‧남)씨-

“그동안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소개팅 앱을 통해 남자친구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앱을 켜자마자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았다. 새로운 느낌이었다.” -직장인 B(25‧여)-

모바일과 인터넷에 익숙한 20~30대에게 ‘중매’라는 단어는 사라진 지 오래다. 연애와 결혼, 사랑이라는 만국 공통어를 바탕으로 온라인상에서 ‘소셜 데이팅’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소셜 데이팅이란 모바일을 통해 이성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앱 서비스다.

이용자가 원하는 이성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에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170여 개의 소개팅 앱 업체가 성업 중이다. 시장 규모는 최대 500억 원, 회원 수는 33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외국의 경우 기업 가치가 무려 4조 원에 이르는 미국 매치그룹(Match Group)의 ‘틴더’와 회원 1억8000여 명을 보유한 중국의 ‘모모’가 대세다.

이 밖에 국내에서는 소개팅 앱을 통해 만나 연인으로 지내다 결혼하는 커플이 늘고 있다. 지난 2015년 국내 전체 앱 소셜 매출에서 비게임 분야 5위를 차지한 A사를 통해 만나 결혼한 커플은 각 200여 쌍에 달한다.

국내 20‧30대 연령층의 사람들은 사회, 경제적 압박으로 연애와 결혼, 출산, 미래까지 포기한 것이 너무 많아 셀 수도 없다는 의미에서 ‘N포세대’라 불린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연애는 포기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다.

지난해 A사가 밝힌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3만8944명 중 절반 이상이 연애‧결혼‧출산 중 ‘연애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여성 58%의 선택률이 남성 52%보다 많았다.

‘결혼을 포기할 수 없다’고 대답한 남녀 비율은 31%로 같다. ‘자녀 출산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응답 비율은 여성 11%, 남성 17%로 3가지 선택지 중 가장 적었다.

또 ‘소개팅 앱을 사용하는 이유’를 묻는 설문조사(전체 응답자 1만6523명)에서는 대다수 여성이 ‘호기심에서’라고 응답한 반면, 남성은 ‘애인을 만들고 싶어서’라는 대답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여성은 ‘그냥 호기심에서’ 49%, ‘채팅·대화 친구를 찾고 싶어서’ 26%, ‘애인을 만들고 싶어서’ 16%, ‘가벼운 만남을 하고 싶어서’ 7%, ‘결혼상대를 찾고 싶어서’ 3% 등의 이유로 소개팅 앱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랜덤 채팅 앱 업체
성매매 알선 ‘무혐의’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5년 5월까지 소개팅 앱 서비스를 이용한 남녀 500명 중 49.8%가 “앱을 사용하다 피해를 봤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보면, 상대방으로부터 ‘원치 않는 계속적인 연락’을 받은 경우가 24.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음란한 대화 및 성적 접촉 유도’ 23.8%, ‘개인정보 유출’ 16.0%, ‘금전 요청’ 10.2% 등의 순이었다.

특히 일부 소개팅 앱은 본인 인증 절차가 없어 이용자가 피해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또 성매매 교류가 판치고 있는 앱도 있어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기자는 음지에서 성행 중인 한 소개팅 앱을 설치한 뒤 접속해 봤다. 휴대폰‧이메일 등의 인증 절차 없이 바로 가입할 수 있었다. 모든 정보는 허위로 작성할 수 있다.

업체 측은 ‘무제한 무료 매칭’, ‘외도를 가장 손쉽게’, ‘100% 비밀 보장’ 등의 문구들로 홍보를 하고 있다.

가입 후 프로필 입력창이 나왔다. ‘원하는 만남을 선택하세요’라는 입력 창에는 ‘잠자리 파트너’라는 내용까지 선택 가능했다. 10여 분이 흐르자 20대부터 40대까지 다수의 여성들이 대화를 걸어왔다.

이용자들의 프로필을 살펴보니 ‘화끈히 놀죠’, ‘D컵이다’, ‘애인도 좋고 친구도 좋다’ 등의 소개글과 함께 몸매를 노출한 선정적인 사진들이 가득했다. 또 노골적으로 조건만남, 스폰 외도 등을 내세우는 이용자도 많았다.

이처럼 일부 소개팅‧채팅 앱이 성매매 창구로 이용됨에도 성인인증 등 관리는 부실한 상황이다.

최근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의 성매매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 조장 앱 317개 가운데 87.7%가 본인인증이나 기기인증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에는 성매매 알선 혐의를 받고 있는 채팅 앱 운영자들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알선 혐의 등으로 고발된 7개 랜덤 채팅 앱 운영자 4명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7월 31일 밝혔다.

앞서 십대여성인권센터 등 255개 단체는 지난해 10월 채팅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을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배당받은 경찰은 8개월간 관련자를 소환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지만 현행법상 이 업체들에게 성매매 알선 혐의를 적용할 근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알선은 행위가 관여돼 특정 행위를 용이하게 만들어 줘야 하는데 채팅 내용은 운영 업체 측에서도 들여다보기 어렵다”며 “채팅방에서 둘이 대화해 이뤄지는 범죄이기 때문에 업체에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여가부와 함께 성매매 조장 앱에 올라온 게시물을 토대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장소를 급습하거나 앱에 접속해 성 매수를 원하는 이들에게 접근, 검거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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