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세 굳히는 신동빈 vs 장기 포석 두는 신동주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롯데그룹은 지난달 29일 롯데제과 등 계열사 4곳의 분할·합병 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지주사 체제 전환의 닻을 올렸다. 롯데그룹이 합병 기일인 10월 1일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면 그동안 지적을 받아왔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순환 출자 고리 역시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롯데그룹의 신동빈, 신동주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은 오히려 점입가경인 모습으로 지주사 체제 전환이라는 개혁의 시기, 다시 한번 대혼란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그룹의 끝나지 않는 집안싸움을 들여다봤다.

경영권 확보 통해 한국 롯데 1인 체제 구축한 ‘동생’
어차피 알고 있었다? 일본 롯데 집중, 역전 노리는 ‘형’


지난달 29일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의 지주회사 전환 여부가 결정되는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4개사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안이 각각 통과함에 따라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의 사내 절차가 마무리됐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5년부터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해,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체제 전환’을 추진해 왔다. 이후 지난 4월, 롯데제과 등 4개사의 이사회를 통해 지주사 전환을 위한 기업 분할과 분할합병을 결의한 바 있다.

분할 및 합병안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안건으로 전체 주주 중 과반 이상 주총 출석에 참석 주주의 3분의2 이상이 안건에 동의해야 한다.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 주주총회에선 계열 4사 모두 참석 주주의 90%에 가까운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었다.

롯데쇼핑 주총에선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82.4%가 참석했고, 참석 주식수의 82.2%가 찬성표를 던졌다. 롯데푸드 주총에선 66%참석, 참석 주식수의 96%, 롯데제과는 65.6% 참석에 86.5%, 롯데칠성음료는 68.8% 참석에 88.6%가 찬성했다.

같은날 주총에는 법원이 선임한 검사인도 참석해 주총의 적법한 진행에 대해 충분한 검사권한을 행사했으며, 기타 분할합병과 관련된 다른 안건도 상법이 정한 절차와 요건에 따라 승인했다.

롯데그룹 계열 4개사는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하고, 오는 10월 1일에는 투자 부문을 합병한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공식 출범한다. 분할합병 비율은 롯데제과 1, 롯데쇼핑 1.14, 롯데칠성음료 8.23, 롯데푸드 1.78이다.

롯데그룹 지주사 출범이 결정됨에 따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형제 간 경영권 분쟁도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일단 주주총회를 통해 신 회장의 지배력이 한층 공고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신 회장은 4개사가 이날 인적분할을 결정한 사업회사의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하고, 지주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는 주식 스와프(교환)를 통해 지주회사의 대주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 스와프를 통해 신 회장이 확보할 지주회사 지분율은 10~20%로 예상되며, 특수관계인 등 우호지분을 더하면 최대 50%까지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신 회장 입장에서 해결해야 하는 다음 과제는 호텔롯데 상장이다.

오는 10월 출범할 롯데지주 밖의 계열사가 훨씬 많아, 그룹의 또다른 축인 화학·관광 부문까지 아우르는 지주사 설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롯데와 부산롯데호텔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한 호텔롯데를 장악하면 신 회장의 지배력은 훨씬 강화된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기각 처분을 받았고, 소액주주모임 등과 연대해 지주사 전환에 반대 여론을 확산시켰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그가 제안한 롯데제과, 푸드, 칠성음료 3개사 분할·합병 수정안은 모두 부결된 상황이다. 

신 전 부회장이 운용할 수 있는 보폭도 한층 좁아지게 되면서,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과 소액주주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고 신 회장의 재판이라는 변수가 남아 롯데그룹 집안싸움이 모두 끝났다고 볼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이 주총이 끝난 뒤 민유성 SDJ 고문(전 산업은행장·나무코프 회장)과 계약관계를 해지한 것을 두고도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민 전 고문이 떠난 것을 두고 형제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어차피 신 부회장은 한국 롯데그룹보다 광윤사 대표직이 걸린 일본에서 진행되는 소송이 더 중요하다”는 견해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신 전 부회장은 롯데 4개사 분할합병은 자신의 경영권 분쟁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던 눈치다. 신 부회장은 롯데쇼핑 지분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신 회장의 전략을 알고 있었음에도 지난 2월 롯데쇼핑의 지분을 대량 매각했다.

롯데 주요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지주사 역할을 해 왔던 호텔롯데는 일본롯데홀딩스가 대주주라는 점도 주목된다. 아울러 신 회장이 10월 예정된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신 전 부회장의 공세가 본격화 되고, 지주사 전환이 무너질 수도 있는 변수가 된다.

신 회장에 대한 횡령·배임죄 재판 1심 선고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4개사 분할·합병을 통해 출범한 롯데지주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신 회장의 다음 과제인 호텔롯데 상장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유죄 선고 시 신 부회장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된다. 롯데그룹을 이끄는 총수로서 신 회장의 적격성을 문제 삼을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신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 대주주인 일본롯데홀딩스 흔들기에 나설 공산도 높다.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 우호지분인 종업원지주회를 설득해 일본롯데홀딩스를 장악하면 한국롯데 내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일본롯데홀딩스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 지분은 27.8%. 여기에 신 전 부회장의 우호지분이자 대주주인 광윤사(28.1%)와 신동주(1.6%), 신격호(0.4%) 지분까지 더하면 57.9%로 신 전 부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를 장악한다는 가정이다.

결국 신동빈, 신동주 형제 간 집안싸움은 ‘주주총회로 판세를 읽은 신동빈’과 ‘포석을 두고 지켜보는 신동주’의 대립 형국이다. 배임·횡령 등의 혐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뇌물죄 혐의 등이 걸린 신 회장 재판 결과가 나오는 날,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의 끝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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