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정치권에서 시행을 2년 더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다. 이 때문에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과세 정의를 실현해야 하며, 긴 시간 끌어 온 문제인 만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종교계를 방문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을 만났다.
 
개신교 등 여타 종교계도 추후 일정을 잡아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종교인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는 만큼 정부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종교계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다.
 
앞서 정부는 2015년 말 종교인 소득 구간에 따라 6%에서 최대 38%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종교계 반발과 준비 부족 등을 감안해 시행 시기를 2년 유예한 2018년으로 잡았다.
 
그런데 지난 달 초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종교인 소득 과세를 2년 더 유예하자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 의원은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일부 종교단체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여론이 싸늘해지자 “준비가 완료되면 내년부터 과세를 진행해도 무방하다”고 한 발 물러섰다. 다만 종교인 과세 조건으로 국세청 훈령에 교회나 사찰 등에 대한 세무조사 금지를 명시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그러나 시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기재부에서 관련된 준비를 세정당국과 쭉 해 왔고 종교인들과 소통을 진행해 왔다”며 “국회에서 (종교인 과세를)유예하는 법이 제출된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고 정부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 10명 중 8명은 종교인 과세에 대해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종교인 과세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해야 한다’는 응답이 78.1%로 가장 높았다. ‘종교인 과세는 해서는 안된다’는 응답은 9.0%에 불과했다.
 
천주교와 불교는 대체적으로 과세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 개신교 교단 역시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 대형교회 관계자는 “최근 종교인 과세에 대한 교회들의 입장이 과세에 찬성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대형교회가 앞장서서 반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도 과세를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반대하는 측은 세무조사를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부담 자체는 미미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명분이 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김 의원은 ‘종교인 99.9%는 탈세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세무조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나머지 0.1%의 탈세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반박의 소지가 있다. 더욱이 이 0.1%가 소득에서 최상위에 해당하는 종교인이라면 그냥 눈감아줄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최호윤 교회재정건강성운동본부 실행위원장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논쟁거리도 안 되는 걸 무슨 문제가 있는 양 논란을 벌이는 모양새 자체가 창피하고 미안하다”며 “교회가 사회에 모범이 되고 나를 따르라 해야지, 사회가 교회더러 나를 모범 삼아 따르라고 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세무당국 관계자는 “종교인에 세금을 받지 않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는 건 당연하다”며 “종교인 역시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과세 형평성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