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지난달 13일 대구 달서구의 한 빌라에서 20대 남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튿날 경북 안동의 한 원룸에서 20대 남녀 3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지난달 19일 강릉시 사천면의 한 펜션에서도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사망했다. 이들은 거주지가 각각 다르고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흔적이 발견됐다. 이처럼 최근 여러 사람이 한 데 모여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범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모방 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주변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사건은 나이나 주소지 등 사망자 간 관련 접점이 없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사망자들은 대부분 온라인 모임을 통해 만남을 가졌다. SNS를 통한 범죄는 갈수록 그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조건부 만남’을 찾거나 마약을 거래한 데 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을 돕는 브로커까지 등장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7월 인터넷에서 ‘목숨 끊는 도구’를 판매한 A(55)씨와 지인 B(38)씨를 자살방조(미수) 등 혐의로 구속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SNS를 통해 ‘고통 없이 죽는 방법’을 알려준다며 사람들을 모집하고, 신경안정제 등을 하나로 묶은 상품을 만들어 100만 원 상당에 팔았다.
 
문제는 SNS가 범죄를 부추기는 내용의 게시물을 모두 단속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온라인상의 자살유해정보를 집중 모니터링해 총 1만2108건의 유해정보를 발견하고 그중 46.2%(5596건)을 삭제 조치했는데, 이번에 발견된 자살유해정보의 내용은 ‘자살을 부추기는 내용’이 51.6%(6245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반자살 모집 19.9%(2413건) ▲자살방법 안내 13.8%((1667건) ▲독극물 등 자살도구 판매 13.0%(1573건) ▲자살 관련 사진·동영상 게재 1.7%(210건) 등 순이었다.
 
평소 범죄를 벌일 생각이 없던 사람도 자연스럽게 범죄의 유혹에 넘어갈 우려가 있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2%는 ‘죽고 싶다’ 등 일부 SNS의 자살관련 콘텐츠가 자살을 희화화하고 ‘조금만 힘들면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서강대학교 유현재 교수는 “SNS를 통해 특히 위험한 정보가 빈번하게 유통되고 있는데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며 “트위터 등 SNS 운영업체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자살률을 줄이려면 복지예산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자살예방 관련 복지부 예산은 2015년 89억4000만 원→2016년 85억2600만 원으로 줄어들지만, 올해는 99억 원으로 책정됐다. 일본은 최근 5년(2012~2016)간 자살예방 예산으로 2조2281억 원을 투입했과, 지난해 자살률 2위에서 올해 5위로 호전됐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