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침 따르겠지만 이케아도…” 규제 허술함 간접 지적

복합쇼핑몰 규제 방침에 관한 ‘형평성’ 문제 제기

소비자들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거리 있어 보여”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작심 발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에서 정부의 복합쇼핑몰 규제 방침 형평성에 관한 ‘돌직구’를 날렸다. “쉬라면 쉬어야 한다”라며 정부의 방침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쉬움은 이케아가 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오너가 특정기업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 부회장이 ‘이케아’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케아가 식품을 비롯한 다양한 생필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가구전문점’으로 분류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또 신세계그룹 차원의 성장 동력 꼽히는 복합쇼핑몰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와중에 이케아 고양점 개장을 앞둬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발언에 동조하며 ‘역차별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 후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휴일에 영업을 제한하는 정부의 복합쇼핑몰 규제 방침과 관련해 “쉬라면 쉬어야 한다”며 “항상 법 테두리 내에서 열심히 하는 게 기업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방침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다만 복합쇼핑몰 규제 형평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정 부회장은 글로벌 가구기업인 이케아에 대해 “아쉬움은 이케아가 쉬지 않는 것”이라며 “이케아도 복합쇼핑몰 규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의 복합쇼핑몰 규제 예고 범주 안에 이케아가 속하지 않은 것을 두고 규제의 허술함을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3일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발표하며 복합쇼핑몰 영업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오는 12월부터 복합쇼핑몰, 아울렛 등도 ‘대형마트’와 같이 ‘대규모유통업법’ 규제를 받게 될 전망이다. 현재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해서만 월 2회 의무휴업이 적용하고 있다. 이를 복합쇼핑몰까지 확대하고 규제 여부와 대상은 지자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과징금 기준금액도 현재 위반금액의 30~70%에서 60~140%로 2배 인상하고, 정액과징금 상한액은 현행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높인다는 방안도 나왔다. 이 외 복합쇼핑몰과 관련된 규제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3건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부터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나오지 않아 어떤 규제를 받을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복합쇼핑몰들이 대형마트와 같은 월 2회 의무휴업, 영업시간, 입지 등의 규제를 받게 될 경우 그룹 차원의 성장 동력인 ‘스타필드’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스타필드 하남을 찾는 주말 방문객 일 평균 10만 명으로 주중(일 평균 5만 명) 대비 2배에 이른다. 주말 영업을 월 2회 제한할 경우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것. 복합쇼핑몰 대부분이 교외에 위치해 주말 영업을 제한하면 손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케아 정조준한 까닭

정 부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직접 경쟁기업 ‘이케아’를 정조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케아는 스웨덴에 본사를 뒀으며 세계 28개국, 340개 점포를 운영하는 가구 전문 유통기업이다. 하지만 이케아는 가구뿐만 아니라 ‘아동용품’ ‘주방용품’과 같은 잡화류, 식음료, 육류와 어류, 채소, 빵, 소스와 잼, 양념류, 디저트, 쿠키, 사탕, 초콜릿, 과자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가구류는 전체 품목의 4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가구 외 제품들이다. 이케아는 식품을 비롯한 다양한 생필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가구전문점’으로 분류돼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 휴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2014년 광명점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 진출할 때 가구판매사업자로 등록했기 때문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케아가 복합쇼핑몰 성격을 지녔지만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꼬집은 것이다.

특히 이케아는 오는 10월 스타필드 고양 인근에 이케아 고양점을 개장한다. 롯데아울렛 고양점과 연결된 이케아 고양점을 오픈할 예정이며, 이케아 고양점은 2~4층, 롯데는 지하 1층과 1층을 도심형 아울렛으로 조성해 스타필드 고양에 맞불을 놓는다. 이에 정 부회장이 스타필드는 이케아와 경쟁관계로 한쪽은 규제에 묶여 영업제한이 생기고 한쪽은 규제 범위 밖에 영업제한에 생기지 않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며 불편함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들과 일부 소비자들은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게 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번 복합쇼핑몰 규제의 핵심은 ‘골목상권 보호’다. 하지만 복합쇼핑몰은 시외에 위치해 있으며 ‘생필품 구매’를 위한 쇼핑 공간보다는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결합한 여가 공간으로 자리 잡혀 보호하겠다는 명분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신세계 그룹은 스타필드를 쇼핑뿐만 아니라 문화, 레저, 힐링, 맛집 등을 즐길 수 있는 복합 체류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매장면적 13만5500㎡ 중 엔터테인먼트, 식음, 서비스 등 즐길거리가 30%를 차지하며, 아쿠아필드, 스포츠몬스터 등 놀이 시설들이 입점한 상태다.

기업 ‘역차별(?)’ 논란

평소 스타필드 하남을 자주 이용한다고 밝힌 A씨는 “올해 여름 무더위를 피해 주말에 스타필드 하남에 자주 방문했다”며 “대형마트들의 규제는 재래시장 살리기에 합당하지만 스타필드는 시외에 위치했고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답했다.

일요서울은 이케아 측에 신세계가 직접 이케아를 언급한 것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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