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재정상태 따라 천차만별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허위로 아이 두 명을 낳고 회사와 자치단체 등을 통해 수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은 전직 항공사 승무원 A씨가 잠적 6개월 만에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경찰에게 입양을 고려하다 출생신고부터 먼저 했다고 진술했지만 신빙성이 떨어져 경찰은 그 배경에 대해 계속 수사를 하기로 했다. A씨가 회사와 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받은 출산축하금 등은 4800여만 원으로 확인됐다. 자자체 등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출산장려금이 알게 모르게 줄줄 새고 있다.
 
일시금 옹진군 1000만 원, 분할방식 의성군 1800만 원 최고
출산장려금 받으러 위장전입, 재정 부족해 지급 연기 되기도 

 
A씨의 범행은 출생신고한 첫째 딸이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나오지 않은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꼬리가 잡혔다. A씨는 지난 2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했으나 6개월 만에 인천에서 붙잡혔다.

A씨는 지난 2010년 3월 여아를 출산했다며 서울 강남구의 한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했다. 당시 A씨는 회사로부터 매달 100만 원가량의 출산휴가 급여와 정부양육수당 20만원을 꼬박꼬박 받았다.

2년 뒤인 2012년 9월에는 둘째를 낳았다며 출생신고를 했다. 2010년과 마찬가지로 모두 허위였다. 둘째 출생 신고 후에는 출산장려금 500만 원도 받았다. A씨는 4년간 회사와 정부로부터 약 4800여만 원의 각종 양육지원금을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결혼 후 아이를 갖지 못했다. 인공수정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입양을 고려했지만 절차가 복잡해 포기했다. 그녀는 경찰 조사에서 입양을 하기 전 미리 출생신고부터 했다고 말했지만 의문점이 너무 많다. A씨는 출생신고를 위해 강남의 한 산부인과 의사 서명도 위조했다. 병원장은 이미 2007년 사망한 사람이었다.

올해 2월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자 그녀는 회사에 셋째 임신을 이유로 휴직계를 내고 잠적했다. 당시 A씨는 한 남성과 동거 중이었다. 인천 친정집에서 검거될 당시 그녀는 생후 2개월 된 남자아이와 함께였다.

A씨의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자 엽기적인 행각이 도마에 올랐지만 그녀가 그동안 타 갔던 각종 출산장려금이 새삼 이목을 끌었다. ‘출산절벽’이라고 불릴 만큼 출산율이 저조해 이를 타계하기 위해 내 놓은 출산장려금을 손쉽게 빼갔기 때문이다.
 
출산장려금 2002년 시작
청양군은 2000만 원

 
출산장려금 지급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충북 청원군이 2002년 가장 먼저 시행했다. 최대 100만 원을 지급했다. 지금은 전국 243개 대다수 지자체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출산장려금을 주는 지자체는 인천 옹진군이다. 옹진군에서는 다섯째 이상 출산엔 1000만 원을 준다. 일시불이다. 분할 방식으로는 경북 의성군이 가장 많다. 넷째 이상 출산엔 1800만 원을 지급한다. 전남 완도군은 일시와 분할 방식을 합치면 일곱째 이상 2200만 원을 준다. 이밖에 충북 괴산군은 셋째 출산 시 1000만 원, 충남 청양군은 출산장려금이 2000만 원이다.

출산장려금은 전액 지방비로 지급되는 만큼 해당 지자체의 재정상태와 단체장의 의지 등에 따라 금액이 천양지차다. 과거 김포시의 경우는 갑자기 늘어난 산모들로 출산장려금 지급이 늦어진 경우도 있었다. 자연스레 지역에 따라 산모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출산장려금을 받아낼 목적으로 위장전입 등을 통한 ‘먹튀’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A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자체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분할지급 쪽으로 조례 등을 개정하기도 한다. 전북 고창군이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다섯째 이상 1000만 원을 일시 지급했던 방식을 2015년부터 분할 지급 방식으로 바꿨다.
 
출산장려금 1억?
재정부담·형평성 문제 제기

 
최근 성남시에서는 ‘셋째 자녀 출산 시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조례를 추진했다 좌초됐다.

자유한국당 소속 박광순 의원의 ‘성남시 출산장려금 지원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이 30일 열린 성남시의회 제231회 임시회 본회의 상정됐으나 박 의원이 자진 철회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이 ‘연간 600억~700억 원의 과도한 재정부담’, ‘타 시군과의 형평성’ 등을 제기하며 반대하자 박 의원은 신상 발언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자진 철회했다.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셋째 출산 시 1000만 원을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셋째자녀가 3·5·7세가 되면 각 해당년도에 2000만 원씩, 10세에 3000만 원을 지급하되 성남시에 지속 거주한 세대에 한해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셋째 자녀 이상에 대해서는 고교 수업료와 대학교 등록금·수업료 전액을 시가 지원하고, 성남시 소유의 공동주택을 우선 분양하거나 임대, 시 산하 공공기관 우선 채용이나 가점 부여 등의 혜택도 포함됐다.

‘출산장려금 1억 원’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조례가 발의 되자마자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모았으나 결국 실현되지는 못했다. 출산장려금은 그 효과가 아직까지 확실치 않다. 그래서 비판의 목소리도 많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사회’를 늦추기 위해 저출산 영역에만 수십조 원을 투입해 왔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출산율은 눈에 띄게 증가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근본적인 이유인 육아, 보육, 교육환경, 부동산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출산율 반등을 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부, 자녀 지원 세제
아동수당 간 중복 허용

 
문재인정부는 지난달 2일 ‘2017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0~5세 아동을 대상으로 월 10만원의 수당이 지급될 예정인데, 정부는 기존의 자녀 지원세제와 아동수당 간 중복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5세 이하 자녀를 키우는 가구는 내년부터 연간 120만 원의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부양가족 소득공제, 출산·입양 추가공제, 저소득층 대상 자녀장려금 등의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단, 기존의 자녀세액공제의 경우 아동수당과 지원목적이 같은 만큼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기존의 자녀 지원세제는 총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부양가족 소득공제, 자녀세액공제, 출산·입양 추가공제, 자녀장려금 등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이 출산율 증가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는 알 수가 없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