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孫子兵法)》은 전쟁의 승패를 미리 알 수 있는 다섯 가지 ‘지승(知勝)’의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윗자리 장수로부터 말단 병사까지 그 원하는 바가 같아야만 이긴다(上下同慾者承, 상하동욕자승)’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 전한 말의 유향(劉向)은 《설원(說苑)》에서 ‘윗사람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아랫사람에게 충성심이 없어 화합하지 못하면 겉으론 안정돼 보여도 반드시 위험이 닥친다(上不信 下不忠 上下不和 雖安必危, 상불신 하불충 상하불화 수안필위)’고 갈파했다. 이것은 국가의 모든 구성원들이 같은 생각으로 뭉쳐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뜻으로 국론의 통일을 강조한 것인데, 북의 6차 핵실험(9월 3일, 수소탄 시험)에 대비해야 할 정부의 허황된 안보태세와 국민의 이완된 안보관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하겠다.
 
신라가 삼국통일 후 당(唐)나라를 몰아내고 자주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임금과 장수와 백성이 삼위일체가 되어 애국심과 신의로써 똘똘 뭉친 결과였다. 나당(羅唐)연합군에 의해 687년의 백제 사직이 무너지자(660년 7월 18일)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심에 불타는 당나라는 신라까지 집어삼키려는 마각을 드러냈다. 태종 무열왕이 어전회의에서 대책을 묻자, 김유신은 “개는 그 주인을 두려워하지만 주인이 개의 다리를 밟으면 무는 법입니다. 나라가 어려우면 자구책을 만들어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라고 ‘전쟁 불사(不辭)’를 진언했다.
 
이런 김유신의 결전(決戰) 의지에 기가 꺾인 원정사령관 소정방은 그냥 당나라로 돌아갔다. 소정방을 맞이한 당 고종(高宗)은 이렇게 말했다. “어찌하여 내친 김에 신라마저 정벌하지 아니하였는가?” 소정방이 자초지종을 답했다. “신라는 임금이 어질어 백성을 사랑하고, 신하는 충의로써 나라를 받들고, 아랫사람들은 윗사람을 부형(父兄, 아버지와 형)과 같이 섬기므로 비록 나라는 작지만 쉽게 도모할 수 없었습니다” 이윽고 지배층의 내분으로 705년의 고구려 사직이 무너졌다(668년 9월 21일). 670년 3월. 신라군은 고구려 유민군과 함께 압록강을 건너 당을 선제공격함으로써 7년간에 걸친 ‘나당전쟁(羅唐戰爭)’이 시작됐다. 신라는 당시 세계 최강 당의 20만 군대를 물리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삼국통일을 완수(676년 11월)하는 동시에 자주권을 회복했다. 삼국 통일기에 신라가 당의 식민지가 되지 않고 한국사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은 김유신의 굳건한 자주국방 의지 덕분이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역대 정권은 모두 북에 기망 당해서 ‘평화’를 앞세웠지만, 북핵 개발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북핵 위협에 맞서 ‘공포의 균형’을 이룰 현실적 방안으로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및 정우택 원내대표 등 지도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8월 7일 “평화는 구걸하는 게 아니고 힘의 균형을 이룰 때 오는 것”이라며 “한미동맹을 강화해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철우 최고위원도 “우리 당에서는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확정하고 이것을 국민들께 서명을 받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자 합니다”라고 뒷받침 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대응방안으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정부는 설 자리를 잃은 ‘한반도 운전석론’으로 안보위기를 심화시켜서는 안 된다. 힘이 만드는 평화를 위해, 국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전면전(全面戰) 위험을 막기 위해 자유한국당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수용해야 한다.
 
전술핵은 1991년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 발효 이후 한반도에서 철수했다. 청와대가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한 적이 없다”(9월 1일, 고위 관계자)고 밝힌 것은 우리 스스로 선택권을 포기하는 하지하책(下之下策)이며, 6차 핵실험 직후에도 “북핵은 완성 단계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것은 핵미사일이 서울 상공에서 폭발해야 완성단계라고 할 수 있는 지 묻고 싶다.

북이 핵을 이미 보유한 마당에 한반도 비핵화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식 주장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단연코 없으며, 북핵 폐기 타이밍이 지났기 때문에 미-중은 결국 북핵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주한미대사로 내정된 빅터 차가 “김정은에게 핵포기를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며 “햇볕정책 재개는 이념적 방종이다”라고 말한 것이 반증한다.
 
“북의 6차 핵실험으로 이제 한국은 공식적으로 북한의 ‘핵 인질’이 되었다. 이런 판국에 대화로 북핵을 해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전술핵 재배치로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 하며, 최후의 카드로 독자 핵무장을 준비해야 한다. 한국이 전술핵에 대해 미군과 공동작전권을 가질 수 있게 되면 코리아 패싱도 자동적으로 해결된다. 이는 한·일의 핵 무장을 반대하는 중국에게는 북핵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버리게 하는 강력한 외교카드가 될 수 있다.

정부는 ‘햇볕’과 ‘비핵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적국에 포위된 신라가 존립을 위해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외교정책과 ‘이공위수(以攻爲守, 공격함으로써 수비하는 정책)’의 국방정책을 병행하여 통일 대업을 이룩한 것과 같은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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