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구국의 강철대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 부활하고 있다. 8~9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전대협은 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이끈 주역으로 결성된 지 올해 30년이 됐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의 정치권 새 피 수혈 전략으로 대거 정치권에 입문한 지도 꽤 된 셈이다. 노무현정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386 세대’로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는 세대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숨죽여  왔던 전대협 출신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재차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당에서도 요직을 맡아 제2의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결성 30주년… 200여 명 대규모 회합 임 실장 주도 별도 모임도
- 청와대 ‘쥐락펴락’ 당청 핵심 포스트 장악… ‘무적’ 전대협


지난 8월19일 전대협 결성 30주년 기념식이 서울 시내 모처에서 성대하게 개최됐다. 언론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200여 명이 넘는 전대협 출신 전현직 의원과 기초단체장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전대협 1기 의장부터 6기 의장까지 총출동했다. 전대협(87~92년)은 87년 민중항쟁과 민주화운동을 거치며 ‘스튜던트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 자리에는 1기 의장과 부의장을 각각 지낸 이인영 의원과 우상호 전 원내대표, 2기 의장을 지낸 오영식 전 의원과 송갑석 4기 의장, 김종식 5기 의장, 박홍근 6기 의장직무대행(현 여당 원내수석부대표)까지 참석했다. 지자체에서는 복기왕 아산시장, 김성환 노원구청장,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원 등이 자리를 지켰다. 축사는 박원순 서울시장, 민주화동운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스님이 했다.

30주년 ‘불참’ 임종석
별도 전대협동문 회동


3기 전대협 의장 출신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바쁜 일정으로 기념식장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임 실장은 8월29일 한양대 전대협 출신 동문들을 주축으로 전현직 의장들과 만찬 회동을 서울 시내에서 별도로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자리에서 임 실장과 정치권 동문들은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전대협 출신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당선될 수 있도록 하자고 도원결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대협 출신 인사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간명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핵심 포스트에 적잖게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대협 출신 인사들 스스로 6.10 시민항쟁과 87년 직선제 개헌투쟁을 완수한 주도 세력으로서 30년이 지난 지금 ‘신역할론’을 요구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포스트 87년체제’ 등 개헌을 통한 새로운 정치 질서가 요구돼 다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보수정권이 무너지고 진보정권이 들어서면서 전대협 출신 인사들이 정치 전면에 나설 토양이 무르익었다는 자체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전대협 출신 인사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당청에서 요직을 맡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이인영, 우상호 의원을 필두로 전대협 부의장 출신인 당 정책위의장 김태년 의원, 6기 의장 대행을 맡았던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인영, 우상호 두 인사는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 도전을 결심할 경우 내년 있을 당 대표 선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박완주·홍익표·기동민·최인호 의원 등 역시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무엇보다 청와대 내 핵심 요직에 전대협 출신 인사들이 수십 명 포진해 있다는 점은 새 정부에서 전대협 동문들의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임종석 비서실장이다. 한양대 86학번으로 총학생회장이던 1989년 전대협 3기 의장을 맡아 ‘임수경 방북 사건’을 주도했다.

또한 백원우 민정비서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한병도 정무비서관은 전직 국회의원 출신으로 각각 전대협 연대사업국장, 전북대 부총학생회장, 원광대 총학생회장 겸 3기 전북지역 조국통일위원장을 지내면서 80년대 중후반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문재인 정부 ‘눈과 귀, 입’
핵심은 운동권


특히 문재인 대통령 입과 귀 역할을 할 정도로 청와대내 서열 상위권에 포진한 3인방(윤건영, 송인배, 유송화) 역시 운동권 출신이다.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은 국민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현재 청와대 내 ‘실세중의 실세’로 알려져 있다. 참여정부 시절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윤 실장은 문 대통령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냈다.

문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시절 일정을 담당한 송인배 제1부속실장은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부산·울산지역 총학생협의회 의장을 지냈으며 부산참여연대 조직부장을 거쳐 1998년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유송화 제2부속실장 또한 1988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유 실장은 민청련(민주화운동청년연합) 조직부장을 지냈다. 나아가 임 비서실장 한양대 1년 선배이기도 한 신동호 연설비서관은 전대협 문화국장을 지냈다.

아울러 권혁기 춘추관장은 윤 실장과 국민대 동문으로 국민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유행렬 자치분권비서관실 행정관은 전대협 3기 중앙위원을 역임했다. 충북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1987년 6월항쟁 당시 충북 시위를 주도했다.

특히 그는 임 실장이 지명수배를 받던 엄혹한 시기에도 충북대에 나타나 당시 총학생회장이던 유 행정관과 기자회견을 갖는 등 지금까지 친분이 남다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밖에 김금옥 시민사회비서관은 전북대 총여학생회장 출신으로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대학졸업 후 ‘전북 민주여성회’에서 여성 인권과  성 평등 문제에 천착했다. 연세대 출신인 조한기 의정비서관은 문화운동에 투신해 진보 성향 문화예술인 단체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에서 활동했다.

문대림 제도개선비서관은 1986년 제주대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을 맡아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오종식 정무기획비서관실 선임 행정관은 제주도 출신으로 고려대 조국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여준성 사회수석실 행정관은 상지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98년 전교조 활동가의 길을 걷다가 17대 국회 정봉주 전 의원실에 들어가면서 정치권과 연을 맺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 정부 들어서 청와대를 전대협, 주사파분들이 장악했고, 모든 분야에서 나라가 급격히 좌편향되고 있다”고 우려감을 표출하고 있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결속력이 강한 운동권 특성상 향후 전대협 동문들이 패권세력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인영, “우리를 특정 패권
집권으로 생각 말길”


하지만 이에 대해 1기 의장출신인 이인영 의원은 30주년 기념식이 끝난 후 가진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30주년 기념행사에서 마지막으로 내가 ‘우리는 세상의 소금돌로 남아선 안 된다. 우리가 녹아야 짠 맛이 나고, 부패를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전대협은 특정 개인이나 그룹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특정한 패권이나 권력집단으로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 의원의 발언에 진정성이 있을지 여야 정치권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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