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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백두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활화산인 백두산이 북한 핵실험의 영향을 받아 폭발할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망이 과거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이번 핵실험의 위력은 역대 최대였다는 점에서 이 같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백두산이 대규모로 폭발할 경우 화산 물질과 홍수 등 일대 지역이 초토화되는 것을 넘어 환태평양 화산대인 ‘불의 고리’(Ring of fire)를 깨울 수 있다는 분석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마그마 챔버 존재 백두산, “지진파 만들어지면 폭발로 이어질 수도”
6차 실험, 지난해보다 12배 강력… 폭발하면 대홍수·항공대란·연쇄 지진


백두산은 흔히 휴화산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2002년부터 수백 차례 약한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 활화산이다. 대규모 화산활동은 대략 천 년 전인 946년부터 모두 13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가장 최근의 화산활동은 100여 년 전인 1903년이며, 1925년 소규모 분화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은 지난 3일 강행한 여섯 번째 핵실험으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 지역에 리히터 5.7 규모의 인공 지진을 발생시켰다. 기상청은 이날 감지된 인공 지진의 에너지 위력은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보다 5∼6배, 같은 해 1월 4차 핵실험보다는 11.8배 강력하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4월 세계적인 과학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실린 국제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백두산 지하에 대규모의 마그마 층이 존재하고 있다. 국내에서 마그마를 연구하는 연세대 홍태경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2월 백두산 내부에 4~5개 정도의 마그마 챔버(magma chamber: 마그마가 대량으로 모여 있는 공간, 방)가 있는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마그마 면적은 서울시의 최소 2배가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백두산 하부 마그마 방이 충분히 차 있는 경우 100kPa(킬로파스칼·기압) 내외의 압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진파가 만들어지면 화산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실험 시설이 위치한 풍계리 지역도 백두산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 백두산은 이 지역으로부터 115~13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북한 수소폭탄 실험
“마그마에 강한 압력”


그동안 백두산의 폭발 가능성에 대해선 여러 차례 제기됐다. 북한은 이번 6차 핵실험이 원자탄보다 수백 배 강력한 수소탄 실험을 성공했다고 밝힘에 따라 이로 인해 백두산의 대규모 분화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의 한 화산학자도 이번 북한 핵실험 열흘 전인 지난달 23일 북한 핵실험이 백두산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해 주목을 받았다. 화산학자 로빈 앤드루스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에 ‘북한이 화산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수소폭탄을 터뜨리면 백두산의 화산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며 “풍계리 지하 핵실험이 백두산 아래 마그마 챔버에 강한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소탄의 강력한 파동이 백두산 내부에 압력을 가해 암석의 균열을 일으키고, 그 결과 마그마 분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앤드루스의 설명이다.

북한 핵실험 이후 이튿날 풍계리 일대에서 과거 핵실험 때보다 광범위한 지역에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미국의 대북 전문매체 38노스(north)는 지난 5일(현지시간) 풍계리 일대를 촬영한 위성 전후 사진을 분석한 ‘북한의 6차 핵실험: 첫 모습’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해발 2200m 고지의 견고한 화강암 지대인 만탑산에서 산사태로 추정되는 지형 변화가 중점적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1000배 위력


만약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그 위력은 얼마나 될까. 기상청은 2010년 발생한 아이슬란드 화산의 최대 1000배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당시 분출물은 0.11㎦이었지만, 유럽 대륙 대부분 국가 영공이 폐쇄되는 등 항공 대란이 발생했다. 백두산이 대규모 폭발을 일으켰던 946년 당시 분출물 양은 83∼117㎦로 지난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의 1000배에 달한다.

백두산의 화산재 기둥이 지상 4000m까지 올라갈 경우 시간당 최대 1만t 정도의 엄청난 화산재가 배출되면서 항공 대란이 일어나고, 남한에도 황사 경보 수준의 화산 먼지 피해가 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소규모 분화가 진행돼도 20억톤(t)에 달하는 천지의 물이 수증기로 올라가 거대한 구름층을 형성해 북한 지역과 인근 중국 접경지대에 대규모 홍수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엇보다 백두산이 위치한 곳은 일명 ‘불의 고리’라 불리는 일본의 환태평양 지진대와 해상으로 연결된 지역이어서 백두산 폭발이 연쇄작용을 일으켜 대규모 지진으로 이어질 확률도 존재한다.

백두산이 지난 946년 폭발 규모로 재분화할 경우 주변 다른 불의 고리 축인 일본,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까지 남북한은 물론 동남아시아까지 연쇄 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점점 더 핵실험에 몰두할수록 정치군사적 파장을 일으킬 뿐 아니라 백두산을 자극해 화산 폭발이라는 자연적 재앙을 초래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 랜드(RAND) 연구소의 국방 분야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은 지난 5월 CNN에 출연해 “북한이 대규모 핵실험을 하면 중국·북한 사람 수천명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분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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