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최흥식(65·사진) 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11대 금융감독원 원장으로 임명됐다. 최흥식 신임 금감원장은 1998년 금융감독원이 설립된 이후 최초의 민간 출신 금융감독원장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또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연구원장, 연세대 경영대 교수,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두루 역임한 이력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최흥식 금감원장 선임을 두고 ‘정치권 인맥의 입김이 작용한 인사’라는 설부터 ‘금융감독원장 역할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인색한 평가까지 뒷말이 너무 무성하다. 뒷말들의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봤다.

하나금융지주 출신 이력 놓고도 ‘이득이다’ ‘불안하다’ 갈등
정부 실세의 입김? 해명 필요한 부동산 내역? 각종 설 난무


청와대는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최 금감원장이 “금융연구원장과 하나금융지주 사장 등을 역임,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의 의결과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그런데 최 금감원장 선임 소식이 들리자마자 금융권과 시민단체 등 곳곳에서 부정적인 소문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첫째는 민간금융사 사장 이력이 있는 최 금감원장이 적폐세력을 청산할 수 있는 역량이 있겠냐는 의문이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혼란만 주는 금감원장 인사라는 제하의 성명을 내고 “(최 금감원장 선임은) 감독 기구의 독립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또 “(최흥식 금감원장이) 과거 금융권 적폐세력을 청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면서 “금감원장은 금융위 관료의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금감원은 금융시장을 장악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나금융지주 출신이라는 점에 대해선 “(최흥식 금감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으로 당시 하나금융 회장이었던 자의 측근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최 금감원장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차례로 맡았다.

노조는 “하나은행이 최순실과 정유라를 지원하기 위해 불법대출을 일으키고 그 조력자가 승진한 것에 대한 검사결과가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하나지주 사장 출신 금감원장을 임명하는 것이 청와대가 그토록 강조하는 적폐청산인가”라고 반문한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씨티은행 회장 출신 로버트 루빈을 재무장관으로 임명한 사실이 꼽힌다”며 “금융회사 사장 경력이 금감원장 업무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은 순진하기 그지없다”고 꼬집었다.

금융감독기구 자율성 확보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와 론스타 사태 책임론도 불거진다.

참여연대는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비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관치 금융의 관행을 청산하는 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면서도 “피감기관인 하나금융지주 사장 경력은 금융업 이해라는 점보다 금융감독기구의 자율성 확보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감독기구의 수장으로서 자칫 특정 금융회사의 이해관계에 편향되거나 포획될 가능성, 엄정한 금융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와 관련한 업계 편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론스타 문제 청산 과제는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던 시기에 지주 사장으로 재직했단 점에서 (최 금감원장이) 대표적 금융권 적폐인 론스타 문제 청산을 사심 없이 수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안 문제를 차지하더라도 최 금감원장을 선임하는 과정도 잡음 투성이다. 당초 최 금감원장은 금감원장 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당초 유력했던 금감원장 후보자는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다.

김 전 사무총장이 금감원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은 10여일 전부터 금융가에 떠돌았고 일부 언론은 내정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최 금감원장이 떠오르면서 정치권과 관가·금융가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닌지 의구심을 품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세로 자리 잡은 장 실장이 최 금감원장을 밀었다는 것이다. 최 금감원장은 경기고등학교 출신으로 장 실장과 동문이다. 금융계에선 두 사람의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금감원장의 자산 중 부동산과 관련한 내역들도 그가 풀어 내야 할 지적사항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로 2016년과 2017년에 서울시에 신고한 재산내역을 보면 총 재산은 약 25억 원에 달한다.

그 가운데 부동산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간단히 말하면 최 금감원장은 다주택자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를 겨냥하고 있는 만큼 최 금감원장도 해명이 필요한 셈이다.

한편 최 금감원장을 향한 우려와 지적들이 거센 가운데서도 긍정적인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최 금감원장이 관료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금융 위기가 오기 전 경고해야 하는 워치 독(watch dog)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금감원 조직 개혁 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가능성도 언급된다. 최 금감원장은 외환위기 직후 금융감독위원회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금감위 상근 자문위원을 맡는 등 조직·기능 개편작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하나금융과의 관련성도 김승유 회장 후임인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체제에서 최 금감원장은 하나금융 사장에서 물러났고, 현재 하나금융 현직 수뇌부들과 가까운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김정태 회장·함영주 하나은행장 체제에서 일어난 최순실·정유라 불법 지원 의혹과 최 금감원장을 연결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최 금감원장이 금융위와 금감원의 화합, 조직 개편과 위기 관리 등을 해결해줄 구원자로서의 기대감과 금융권 적폐 청산에 대한 의문, 금감원 자율성 확보에 대한 회의감 등 우려 사이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는 지속적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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