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무취로 일관한 대표팀, 원정 5경기 2무 3패… 단 1승도 못 거둬
-신 감독 공격축구 천명…축구팬들 “본선 진출 당했다”며 무용론 제기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대표팀이 천신만고 끝에 본선 진출을 확정 지으며 9년 연속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특히 마지막 우즈벡전에서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무승부를 기록하며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자력 진출을 빙자한 실체가 이란의 도움을 직간접적으로 받게 되면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과거만도 못한 한국축구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우즈베키스탄 원정에 나섰던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들은 우즈베키스탄과의 마지막 예선을 무승부로 마무리하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더욱이 9회 연속 본선 진출은 세계적으로도 6번째며 아시아 최초다.

이날 귀국장에는 약 100여 명의 축구 팬들과 선수 가족, 협회 관계자등이 나와 이들을 맞았다. 특히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비롯해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정남 감독(1986년), 이회택 감독(1990년) 김호 감독(1994년), 차범근 감독(1998년) 허정무 감독(2010년) 등이 참석해 선수들과 함께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축하했다.

선수단은 26명 가운데 15명 만이 귀국했고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는 기성용(스완지 시티), 손흥민(토트넘),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권창훈(디종), 황희찬(잘츠부르크), 남태희(알두하일) 등은 우즈베키스탄에서 바로 소속팀으로 복귀했다. 또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고 있는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정우영(충칭 리판), 김기희(상하이 선화)를 비롯해 일본 J리그의 김보경(가시와 레이솔), 장현수(FC 도쿄) 등도 인천공항서 환승해 각각 소속팀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처럼 한국은 고생 끝에 본선 진출을 일궈냈지만 귀국한 선수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특히 원정경기에서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대표팀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한국 축구의 자존심에 금이 간 상태다.

물론 이날 공항 분위기는 고생한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신 감독은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은 팬들의 응원 덕분이다. 일찍부터 공항에 찾아온 축구 관계자와 팬들에게 고맙다. 이번 최종 예선을 계기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선수들을 대신해 이동국(전북현대)도 “환대해 줘서 고맙다.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해 월드컵 진출을 이뤘다. 러시아 월드컵도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최약체로 전락…
오직 기적만


축구대표팀은 이번 우즈벡전에서 최악은 피했지만 경기력에 의문점을 남기며 비난의 주인공이 됐다. 일각에서는 축구대표팀의 경기력이 기대 이하였다고 지적할 정도로 심각성을 드러냈다.

물론 이제 막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신 감독이 겨우 2경기를 치렀다는 점에서 과도한 비난일 수 있지만 이란전을 비롯해 우즈벡전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선보인 것이 문제였다.

전문가들은 수비진은 불안했고 공격진은 여전히 날카롭지 못했다고 평했다. 당초 신 감독에 말한 것처럼 무실점을 기록한 것에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는 점은 실책에 가깝다는 얘기도 나온다.

악평이 쏟아지는 데도 본선진출을 확정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최종 예선 첫 경기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대표팀은 지난해 9월 홈에서 열린 중국전에서 3-2로 이기며 기분 좋은 출발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리아전에서 0-0 무승부를, 이란 원정 경기에서 유효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하며 0-1 패배를 맛봤다.

더욱이 한국은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던 중국과 카타르에게 잇따라 패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한국대표팀을 이끌던 슈틸리케 감독은 사실상 경질됐고 소방수로 신 감독이 선임되며 큰 변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짧았던 것이 문제인지 결국 신 감독 역시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저 과거를 답습하는 수준에 머무른 것. 앞서 열린 이란전에서는 노련한 적의 장수의 책략에 무승부를 기록했고 이번 우즈벡전에서도 이겨야 하는 팀이자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상대를 이기지 못하면서 여러 과제만 남기게 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축구대표팀이 기적에 가까운 행운이 따르면서 본선 진출을 할 수 있었다.

한국은 이란이나 일본처럼 조기 진출을 확정하지 못했다. 결국 최종 예선 결과에 따라 진출 여부가 결정됐다. 엄밀히 따지면 자력으로 진출을 확정하지 못하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무실점에 가려진
공격 부재


하지만 지난 9차전에서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을 1-0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켜 한국으로서는 원정 부담감을 줄일 수 있었다. 다만 같은 날 시리아가 카타르를 3-1로 이기는 바람에 이란과 시리아의 최종예선 10차전 결과에 따라 한국의 운명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한국을 외면하지 않았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무승부를 이뤄 최악을 피했고 때마침 이란이 시리아를 상대로 경기 막판까지 2-1리드를 만들면서 한국의 본선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결국 시리아가 추가시간 동점골을 터트렸지만 이란을 넘어서지 못하면 한국은 2위로 본선 진출을, 시리아는 3위로 플레이오프 전을 통해 본선 진출을 노리게 됐다.

결국 축구대표팀이 사실상 자력 진출에 실패하자 축구팬들은 “본선 진출 당했다”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난의 화살을 늦추지 않고 있다. 더욱이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듯 보이나 한국대표팀의 최종 예선 내내 단 한 번의 시원한 경기를 선보이지 못하며 험난한 길을 걸었다.

앞서 열린 이란전은 신 감독의 데뷔전이자 상대팀이 아시아 강호라는 점에서 무실점이 중요한 경기였다. 그만큼 양팀은 수비에 집중하며 힘의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역대 전적에서 우위에 있는 우즈베키스탄을 놓고서는 득점에 대한 기대감이 쏠린 바 있다. 또 신 감독 특유의 공격 축구가 기대되며 첫 원정 승리를 거두며 자력진출을 기대했다. 그러나 경기결과 무승부로 마무리 되며 경쟁력을 잃어가는 한국대표팀을 확인할 뿐이었다.

이날 경기는 슈틸리케 감독 체제보다 단단해진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불안감을 노출했다. 특히 수비력에서는 김영권과 장현수 모두 불안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무리한 볼 돌리기와 백패스로 상대에게 기회를 내줄 뻔한 것도 수차례 연출됐다.

더욱이 이란전에 이어 우즈벡에서도 손흥민과 황희찬 조합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번 경기에서 신 감독은 손흥민과 황희찬, 이근호(강원FC)를 공격 전방에 배치했다. 신 감독은 활동량이 좋은 세 선수를 전반에 배치해 상대를 흔들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신 감독의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잦은 크로스는 부정확했고 몇 차례 얻어낸 기회 역시 결정력 부족을 드러냈다. 오히려 후반 교체 투입된 염기훈(수원삼성)의 공격 전개가 살아난 모습을 보여 줬고 이동국 역시 중요한 기회를 만들어 내며 베테랑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이번 경기에 대해 이동국은 “내겐 너무 먼 러시아 월드컵”이라고 전제한 뒤 “결정력이 부족한 게 한국 축구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이에 대해서는 반성을 하고 있다. 월드컵에서는 단 한 번의 기회가 왔을 때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정력을 보완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신 감독 역시 아쉬움은 가득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축구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절대 그렇지 않다. 바꿀 수 있다면 축구협회 예산 절반 투자해서 명장을 데려오면 된다”면서도 “월드컵 진출이 목표였다. 서서히 바꿔 나가면 된다. 팬들은 빨리 발전했으면 바란다. 비난한다고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비난과 격려를 동시에 해줬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히딩크 복귀설에
거세진 역풍


이동국 선수(전북현대)
낙제점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한국축구에 대한 회의론도 거세게 불고 있다. 신태용호는 본선 진출을 확정했지만 역풍도 거세게 일고 있다.

아직 2경기밖에 치르지 못한 신 감독이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가득하다. 또 때마침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어냈던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복귀설까지 제기됐다. 물론 축구협회는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일축한 상태다. 지난 6일 한 매체는 히딩크 감독 관계자의 말을 빌려 “한국 국민이 원한다면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히딩크 감독은 최근 러시아, 잉글랜드 대표팀, 중국 리그 구단 감독직을 거절한 상황에서 한국축구에 대한 애정에서 정식으로 제의가 오면 수락할 의사가 있다고 전한 것. 하지만 축구협회 측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못 박았다. 신 감독이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상황에서 루머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여론이 흔들린다는 점은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공격축구로
색깔 찾기 나서나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요즘 팬들은 과거처럼 결과만 따지지 않는다. 많은 정보를 통해 ‘한국 축구가 불량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도 조광래, 최강희, 홍명보 감독을 거치며 망가졌는데 달라진 게 없다. 연령대별 대표팀도 부실하고 프로축구도 심판 매수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대표팀의 제조사’인 대한축구협회부터 달라져야 남은 9개월 동안 본선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본격적인 본선 준비 체제에 접어들면서 신 감독의 발걸음 더욱 빨라졌다. 러시아 월드컵은 2018년 6월 14일 개막하는 가운데 약 9개월간을 남겨뒀다. 우선 신태용호는 다음달 10일 프랑스에서 튀니지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필두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다. 또 튀니지 전에 앞서 열릴 같은 달 7일 평가전경기를 두고 상대팀과 장소를 조율중이다. 또 올해 마지막 A매치 기간인 11월에는 홈에서 두 번의 친선경기를 갖는다.

12월 1일에는 개최국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본선 조추첨식이 열린다. 신 감독과 코칭스테프,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본선 일정이 확정되면 조별리그 3경기가 펼쳐질 도시와 경기장 및 본선을 준비할 베이스캠프 후보지를 답사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와 더불어 12월 8일부터 16일까지 일본에서 개최되는 동아시안컵을 통해 올해 마지막 점검에 나서게 된다. 특히 동아시안컵은 한국, 일본, 중국, 북한 등 4개국이 풀 리그로 치르는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의 선수 차출 규정을 적용받지 못해 K리거를 비롯해 중국, 일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옥석을 가리게 된다.

이후 2018년에 접어들면 1~2월 중 대표팀 소집 및 전지훈련을, 3월 19~27일에는 본선 전 마지막 A매치 평가전을 통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바쁜 일정만큼이나 신 감독이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한 축구해설 위원은 “경기력 자체로 본다면 역대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을 정도로 바닥이었으나 좋게 보면 최종 예선을 하면서 우리의 현주소를 알게 됐고 이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력이나 전술보다는 전임 슈틸리케 감독 시절의 2년 9개월 동안 우리도 모르게 없어져 버린 한국축구의 색깔을 얼마나 빨리 되찾느냐다. 바로 강한 압박과 기동력, 투지 등이다. 남은 9개월여 동안 A매치와 동아시안컵 등을 통해 조율하고 새로운 선수들을 끌어들여 우리 색깔을 회복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신 감독 역시 본선무대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는 우즈벡전 이후 “비록 무승부지만 월드컵에 갔다. 이 대표팀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잘 준비를 하겠다. 멋진 대표팀을 만들어 도약하겠다”며 “공격 축구를 좋아한다. 부임한 지 얼마 안 돼서 득점이 없는 것 같다. 제가 원하는 패턴을 입히기에는 시간이 짧았다. 대한민국 축구가 강하다는 것을 월드컵 가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더 강력해진 신태용의 축구를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신 감독은 귀국기자회견을 통해 “10월부터는 내가 좋아하는 공격 지향적인 축구로 경쟁력을 끌어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 감독의 바람처럼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여전히 근시안적인 협회의 운영방식을 비롯해 미래에 대한 준비도 탐탁지 않은 상황이다. 신 감독은 “대표팀은 짧은 소집기간 동안 모든 것을 맞춰야 한다. 대표팀을 완벽하게 만들어 가는 것은 쉽지 않다. 만약 케이로스 (이란) 감독처럼 장기간 대표팀을 맡고 간다면 가능하겠지만 현재 우리 대표팀은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대신했다.

또 그는 선수들의 부족한 개인기도 장차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7대7 등 풋살 경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좁은 공간에서 볼을 다루는 기술이 좋아져야 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성적에 대한 압박이 있다 보니 개인기술이 약하다”며 협회 차원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신태용호가 9회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해 약 20억 원의 포상을 받게 됐다. 대한 축구협회는 지난 7일 “이번 달 중 이사회를 열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한국의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낸 국가대표팀에 지급할 포상금 규모를 확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포상금 규모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기준으로 총 20억 원 안팎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신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기준으로 약 1억5000만 원을, 선수들도 기여도에 따라 A-D급으로 분류돼 차등 지급받는다. A급 1억 원, B급 8000만 원, C급 6000만 원, D급 4000만 원이 지급되며 소집 횟수와 출전 시간 등을 고려해 손흥민, 기성용 정도가 A급 기준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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