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또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곧 그곳을 다녀올 사람들까지. 호치민이야말로 가장 베트남을 닮은 도시라는 말, 베트남답고 베트남스러우며 끝까지 베트남처럼 살아가길 원하는 도시. 사이공의 다른 이름 호치민.

호치민은 베트남이 통일되기 이전 남베트남의 수도였던 사이공에서 바뀐 이름이다. 호치민은 서구의 침략을 받았지만 끝까지 버텨냈고 외래 문물을 침착하게 잘 이식했으며 또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호치민 사람들은 모든 것을 아우른 호치민을 베트남 최고의 도시로 가꾸어냈다. 그것은 아주 잘 자라고 잘 길러낸 자존심이었다.

상당수는 호치민 사람들은 이 도시가 사이공으로 불리길 원하며 끝까지 사이공 사람으로 남길 원한다. 호치민은 많은 영화와 소설, 뮤지컬로 자신의 앞마당을 외국에 내주었다. 언제든지 이곳으로 와서 우리를 표현하라고 했다.

자존감과 자부심, 호치민이 양손에 들고 있는 두 개의 정신. 메콩의 황토빛 물결이 기슭에 닿고 그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호치민 거리를 스치듯 지나가면 사이공 훗날의 추억은 이제 시작.

호치민 미술관

미술관은 벤탄 시장 근처 버스터미널 뒤편에 있다. 호치민 대부분의 여행지가 몰려 있는 시내 중심에서 조금 비켜선 터라 다소 소외된 면이 없지 않지만 이 혼잡한 호치민에서라면 기꺼이 시간을 내어 찾아갈 만하다.
호치민에서는 미술 작품을 볼 만한 곳이 별로 없고 그림을 보는 것은 언제나 차분해지기 쉬운데 엄청난 활기로 가득찬 호치민을 여행하면서 반드시 필요한 감정이다. 미술관은 나란히 선 세 동의 건물로 파스텔 톤의 아이보리 색 외관이 우선 마음의 안정을 준다.
호치민 미술관은 원래 20세기 초 사이공에서 가장 부유했던 화교 상인의 별장이었다. 당시 이 건물은 호치민에서 가장 먼저 엘리베이터가 설치됐을 정도로 부의 상징이었던 건물이었다. 이후 호치민시가 인수해 미술관으로 용도 변경했다.
미술관은 호치민 이름으로 돼 있지만 작품은 베트남 전역을 아우른다. 방문객이 그다지 많지 않아 호젓한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며 3층의 한적한 회랑을 걷다가 나무 창문 바깥으로 호치민의 풍경이 보이는 것은 이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나지막한 미덕 중 하나. 전시실마다 적지 않은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작품 수는 생각보다 많고, 물론 놀랄 만큼 훌륭한 그림도 다수 있다.
전쟁을 많이 겪은 나라이므로 작품 안에 그런 이미지가 녹아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그 속에서 어렵게 피워낸 베트남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고마운 마음마저 드는 곳. 호젓함과 작은 감사, 번잡하고 유명한 미술관이 아닌 호치민 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주된 풍경이다.
호치민 시립박물관

베트남 역사박물관과 미술관을 통해 베트남의 역사와 미술을 보았다면 조금은 온전히 호치민 시에 대해서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무더운 호치민이라면 실내 스폿은 적절하게 분배하는 것이 여행의 한 가지 포인트. 위치도 시내 관광지들 중심에 있어 거리를 걷다 보면 언젠가 마주치기 마련이다.
호치민 시내는 지도 한 장이면 길을 잃을 염려가 거의 없을 정도로 구획정리가 잘돼 있다. 밝은 회색의 외관은 프랑스 건축가가 지은 유럽풍의 건물로 120년이 넘는 건물이며 외관은 다소 딱딱한 공공관청을 연상시키는데 반해 내부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다.
전통 의상과 공연 의상 그리고 각종 시대별로 분류된 화폐와 약간의 중세 이전 유물들. 전쟁이라는 상황을 그대로 관통한 나라였기에 전쟁과 관련된 총기나 물품들의 전시도 꽤나 많다. 9개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는 시립박물관의 전시물품은 사실 그리 많거나 주목을 받을 정도로 역사적이진 않지만 시립 박물관 건물 자체의 역사는 매우 다양하게 흘러 왔다.
1945년 이후로 일본 정부와 남베트남의 임시정부 역할을 했으며 영국 경찰과 프랑스 정부 관련자의 처소 역할도 했다. 베트남 응우옌왕조의 마지막 황제인 바오 다이의 집무실이기도 했으며 현 베트남 국가의 건국 시기에는 호텔로도 사용됐다.

대통령궁과 대법원 그리고 독립 박물관으로,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주인을 여러 번 바꾸면서도 오래도록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호치민 시립박물관. 어찌보면 호치민에서 가장 숨은 이야기가 많은 장소일 것이다.
만 원의 행복, 메콩강 1일 투어

메콩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베트남을 넘어 인도차이나 전체의 축복이다. 메콩강을 보고 메콩강을 느끼며 그것과 잠시라도 함께할 수 있는 것. 또 그것은 모든 인도차이나 이전에 호치민의 행운이기도 하다. 호치민 시내를 흐르는 강은 사이공강이지만 메콩 또한 호치민과 그리 멀지 않기에 메콩 역시 호치민의 강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티베트에서 발원해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과 캄보디아를 거쳐 남중국해로 빠지는 메콩강은 베트남, 그것도 호치민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숨을 고르며 바다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 그래서 이 4000km가 넘는 장대한 메콩 릴레이의 마지막 주자는 호치민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메콩으로부터 분류되는 수많은 지류와 수로가 종횡으로 연결돼 메콩의 가장 많은 물을 땅에 나누어 주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메콩을 우리나라 돈 만 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둘러 볼 수 있다니 이 투어는 무조건, 이라는 단서를 붙여 다녀옴이 마땅하다.

메콩강 투어는 여행자들의 거리인 데탐거리의 모든 여행사들이 운영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니 아무 여행사를 통하면 된다. 미리 예약을 하고 아침 여덟 시에 집결, 투어는 시작된다. 버스를 타고 두어 시간. 시내를 벗어나면 곧바로 호치민의 화려함과 혼잡함은 퇴색된다.
마른땅과 듬성듬성 낮은 건물들 그리고 오토바이보다는 자전거가 많이 보이는 호치민 바깥 쪽. 외국인 여행자들을 잔뜩 태운 버스는 메콩 강가에 차를 세우고 이내 사람들은 배에 오른다. 각자 적당한 자리에 앉아 메콩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배가 메콩의 물 위를 저어 나가면 드디어 메콩과의 직접적인 조우는 시작.

투어는 다시 작은 목선으로 나누어 타고 메콩의 작은 수로를 따라 강가의 작은 섬으로 헤쳐 나간다. 결코 긴 구간이라고 할 수 없고 또 울창한 밀림을 지나는 것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메콩의 수로를 지난다는 것, 그러니까 메콩의 숨은 혈관을 탐험한다는 것은 묘한 긴장감을 넘어 이 위대한 메콩에 경외심마저 들게 한다.
이 격한 메콩의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저마다 자라는 수초들 사이를 배 특유의 속도로 지나면 이 가격의 투어는 이미 벌써부터 만족. 배의 맨 뒤에 앉으면 노를 젓는 아낙이 손짓으로 팁을 요구하고 섬에 내릴 때도 약간의 팁을 요구하지만 그것은 그들을 위해서, 그들의 삶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메콩을 위해서 마땅히 지불해야 하는 약간의 금전일 뿐.
투어는 섬에 내린 후 다시 배를 타고 다른 섬들을 다니면서 그 섬의 토산품이나 공연 같은 것을 보는 코스로 이어진다. 꿀과 생강으로 만든 차를 마시고 코코넛으로 만드는 캔디 제조공장을 구경하며 또 소수민족이 들려주는 소규모 공연도 볼 수 있다.

간단하지만 점심까지 제공되는, 소위 가성비 갑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1일 투어. 제품 구매를 강요한다든가 하는 압박은 전혀 없다. 투어의 특성상 그저 이 메콩처럼 흘러가는 대로 다니면 된다. 공연을 하는 처자들과 남성의 복장은 소수민족이나 수상민족 특유의 복장이라고는 볼 수 없는 현대적인 차림이었으나 그들에게 오래도록 당신들의 것을 지키고 살아가라는 주문은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강요인 셈. 점심 식사 때의 엘리펀트 피쉬는 메콩강에서 잡히는 생선인데 특유의 생김새가 인상적이다. 따로 지불해야 하는 음식이지만 비싸지 않으니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유시간 동안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강을 산책한다. 손을 잡고 허리를 감고 어깨를 감싸고 그리고 입을 맞추면서 이 메콩이 주는 거대한 허락에 그들의 시간을 덧붙인다.

그리고 다시 강을 거슬러 호치민으로 돌아가는 시간, 투어에 참가했던 사람들 중 대다수는 이렇게 강을 보며 되뇌일 것이다. 언젠가 메콩을 다시 보러 오겠노라고.
아름다운 난리법석, 데탐거리

동남아시아에는 유독 여행자거리라는 이름으로 된 여행자들만의 특구가 많다. 가장 잘 알려진 태국 방콕의 카오산 로드는 전 세계 모든 여행자들의 집결지이자 성지이며, 이웃하고 있는 라오스에는 수도인 비엔티엔과 루앙 프라방 그리고 작은 마을인 방비엥까지 각각의 여행자거리가 조성돼 있다.
바로 옆 나라인 캄보디아 씨엠립도 물론 그러하다. 베트남이 이 여행자거리의 라인업에서 빠질 수 없다. 나트랑과 다낭 그리고 하노이와 바로 이곳 호치민의 여행자거리. 사람들은 이곳 호치민의 여행자 거리를 데탐거리라고 부른다.
데탐거리는 단순히 데탐과 팜 응우 라오길이 교차되는 지점에 위치해 붙은 이름이고 그 영역은 바로 옆길인 브이 비엔까지 이어진다. 사람들은 베트남은 물론 전 세계 각지에서 몰리고 그들은 또 베트남은 물론 전 세계 로 흩어지고 떠난다.
호치민이 좋아서 이곳에 머무는 사람은 불법 체류를 감수하면서까지 일 년 가까이 이곳에 머문다. 저렴한 가격의 숙소가 넘쳐나고 음식 천국이 이곳저곳에서 펼쳐진다. 예전과 다르게 물가가 조금 비싸진 것이 아쉽다. 극도의 혼잡함 그리고 화려한 밤, 그 카오스와 같은 무질서 속에서 묘하게 피어나는 그들만의 질서, 이 교차되는 키워드를 가지고 여행자들은 스스로 이곳에 그들만의 낭만적인 해방구를 만들었다.
서양의 문물이 호치민에 들어와서 현재의 호치민을 일궜지만 아직까지도 꾸준히 외국의 트렌드가 가장 먼저 피어나고 외국인들이 많은 곳은 데탐거리이다.
어느 곳보다도 먼저 축제가 열리고 또 가장 많고 다양한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곳. 이곳에 머물 생각이 없고 그저 둘러 볼 요량이라면 다소 한적한, 그러나 충분히 복잡한 낮 시간에 들를 것. 밤에 이곳을 지난다면 그토록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여행자들만의 열정적인 정글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수도 있으니.

<tip>
데탐거리는 벤탄시장에서 도보로 15분여의 거리에 있다. 여행과 관련된 모든 것이 가능한 곳으로 하루 종일 활기가 넘치지만 소매치기가 많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infor> 에디터 초이스
소피텔 사이공 플라자 호텔


품격과 럭셔리 그리고 완벽한 서비스. 호텔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모두 지닌 호치민 최고의 호텔 소피텔 사이공 플라자. 프랑스 계열의 5성급 호텔인 소피텔 사이공 플라자는 호치민의 주요 관광 스폿들과도 가까워 접근성이 매우 좋으며 섬세하고 화려한 룸 시설에 호치민의 전통 콘셉트가 혼합돼 사이공의 정신을 놓치지 않았다.
맛은 물론 셰프의 세심함까지 느낄 수 있는 조식 구성과 부두아(Boudoir) 라운지 그리고 L’Olivier 레스토랑은 소피텔 사이공 프라자의 완벽한 쿠진 라인업. 루프트 탑 스위밍 풀에서 느끼는 여유로움은 호치민 여행을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안내한다.
호치민의 수많은 호텔 중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곳이 기도 한 소피텔 사이공 플라자.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사진제공=여행매거진 Go-On>

프리랜서 이곤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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