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를 구우면 한국 며느리들은 돌아오지만 일본 며느리들은 질색한다고 한다. 가지라는 채소 하나에 대륙의 열도 사이를 두고 해석하는 억울한 사연이 존재한다고 한다. 누룽지라는 뜻밖의 부산물을 대하는 태도가 나라마다 달리 해석되기도 한다."

음식 문화사가 담겨 있는 문헌을 통해 인문학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역사와 민담은 문화적 공통분모를 굵직하게 공유하는 큰 뿌리에서 고유의 내력을 발휘한다. 특히 지리상학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은 비슷한 유교나 불교처럼 종교적인 색채를 공유하면서도 일상에서 음식이나 요리에 반영되는 재료를 읽는 방식은 너무도 달랐다.

의식주 중에서도 생존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음식은 한 시대의 가치관과 정서, 생활방식이 녹아 있는 문화적 총체다. 세 나라는 같은 재료라 하더라도 식문화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다루고 조리하는 방식을 차별화했다.

이러한 차별화 방식을 독특하게 드러낸 신간 ‘종횡무진 밥상견문록'은 저자 윤덕노의 장기간의 방대한 자료를 발굴한 노하우가 담긴 책이다. 특히 저자는 20여년간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미국 연수, 특파원 활동, 출장, 여행 등으로 20여 개국을 돌아다녔다. 그러한 와중에 여러 나라의 다양한 요리에도 관심이 많아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음식잡학사전’ 발간을 계기로 음식의 역사와 문화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면서 조선시대의 각종 문헌과 중국 고전에서 원문을 확인하고 그리스 로마 고전에서 근거를 찾아 음식의 유래와 속설을 연구하기도 했다.

책에서 ‘쌀 문화권’에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인 누룽지를 대하는 한중일의 자세를 통해 세 나라의 독특한 문화적 기질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의 누룽지는 식사의 연장선에서 마무리하는 일종의 소화제와 같은 음식물이었지만 대륙적 기질이 다분한 중국에서는 누룽지탕이라는 화려한 요리로 재탄생한다. 이에 반해 음식의 보존성에 중점을 둔 일본에서는 ‘구운 주먹밥(야키 오니기리)’과 ‘센베이(쌀과자)’를 만들었다. 식재료 누룽지 하나를 가지고 소박미가 넘치는 한국의 문화, 화려함을 강조한 중국, 실용성이 드러나는 일본을 추구하는 문화적 특색을 발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서민이 즐겨먹는 음식, 풍속을 담는 방식이나 상류층이 먹는 별미 등으로 세 나라의 유서깊은 문화적 특징을 짚어 냈다. 낯선 문화와 가치관도 음식을 해석하는 각자의 방식을 따라 가면서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음을 일러준다. 저자는 미시적인 접근방법으로 각 나라들의 음식문화 속으로 찾아 들어가 세 나라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흥미롭게 찾아냈다. 비슷한 음식 재료로 한중일이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을 알아내면 후대에 어떤 음식으로 발전해 나갈지에 대한 내력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책에서는 유추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단무지를 예로 들어보면 “중국 음식을 먹을 때는 반찬으로 단무지를 먹는다. 짜장면이나 짬뽕과 같은 한국식 중화요리에는 단무지가 찰떡궁합이다. 특히 짜장면을 먹을 때 단무지가 없으면 뒷맛이 찝찝할 정도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단무지의 뿌리는 일본 절임채소인 ‘다쿠앙(たくあん)’이다. 그러고 보면 중국 음식점의 단무지는 조금 특이한 부분이 있다. 한국 땅에서 중국 음식을 먹으며 일본 반찬을 먹는다는, 한중일 합작의 독특한 식사 구조다"라는 식이다.

흥미로운 것은 한중일 모두 미꾸라지는 보양식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다만 여름 보양식인지 아니면 가을 보양식인지 혹은 특별히 계절에 상관없이 수시로 먹는 보양식인지 차이는 있다.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철저하게 서민들의 보양식, 농민의 음식이었다. 지금은 한중일 삼국에서 모두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돈이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고 추어탕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옛날에는 철저하게 서민들의 음식이었다" 고 짚어 줬다.

이처럼 같은 재료가 서로 다른 문화권으로 들어가면 다른 음식으로 재탄생되는 과정을 그리며 빚어낸 맛과 멋의 향연도 느낄 수 있다.

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