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여의도와 과학기술계는 시끌시끌했다. 청와대는 그의 능력을 높이 사 덩샤오핑이 언급한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을 내세워 끝까지 보호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종교관, 이념관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결국 낙마했다. 자신의 고향인 과학기술계뿐만 아니라 종교계 나아가 여권 내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떠났다. 하지만 그가 남긴 후유증은 컸다. 당장 야당뿐만 아니라 여권 내에서조차 ‘인사 책임론’을 들고 나오면서 조현옥 인사수석, 조국 민정수석 등 인사라인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靑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 ‘추천’ 정설 인사라인 ‘책임론’
- “포항 땅 주님이 주셨다!”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해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49)가 끝내 자진 사퇴했다. 청와대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의 국회 인준이 부결된 상황에서 끝까지 박 후보자를 보호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박 후보자가 논란이 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종교관과 역사관이 진보 정권의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다.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는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 8월24일이후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를 사임했다.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라는 논란이 제기되면서다. 창조과학은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유사과학’이다. 현대과학의 진화론을 부정하고 ‘노아의 홍수’같은 성경내용을 실제 인류의 역사로 받아들인다. 창조과학의 복음전파를 기치로 1981년 문을 연 학회에서 박 후보자는 국제위원장, 이사로 활발히 활동했다.

‘종교관’, ‘역사관’
최대의 걸림돌 작용

박 후보자는 2007년 학회 학술대회에서 “오늘날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진화론의 노예가 됐다”며 “사회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모든 분야에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된 사람들의 배치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발언에 대해 박 교수는 “창조론이 아니라 창조신앙을 믿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청와대도 “업무와 무관한 종교의 영역”이라고 두둔했다. 그러나 “포항 땅을 주님이 우리에게 주셨다”고 발언한 박 교수의 과거 인터뷰가 공개되면서 젊은 과학기술자들의 지명철회 요구에 이어 정통 기독교, 불교계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박 교수의 이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 교수는 다수 저술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1948년 건국 등 ‘뉴라이트 역사관’을 드러냈다. 그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초청해 ‘대한민국 건국’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전 교수는 한국의 경제성장 원동력을 일제 강점기로 보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한 뉴라이트 학계 선봉자적인 인사다. 2014년에는 극우논객 변희재 씨의 학교 세미나 초청을 두고 거짓말 논란도 일었다.

촛불집회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와 배치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상당수 문 대통령 지지세력이 반발했고 여당 내에서도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교수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는 “헌법적 가치와 내용을 존중해 대한민국 건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년도 1919년이라고 생각한다”고 건국절에 대한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이 밖에도 그는 부인이 2015년 포항시 북구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하면서 다운계약서 거래로 탈세했다는 의혹, 병역특례 연구원 허위복무 의혹, 자녀 2명의 이중국적 문제 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 안팎에서는 코드가 다른 박 교수가 진보 정권인 문재인 정부에 어떻게 후보자가 됐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과학기술계의 ‘인재풀’의 한계를 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마땅한 인물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내에서는 박 교수가 장관직을 제안해 수용한 27번째 인사라고 밝힐 정도였다.

기존 청에서 부로 승격된 중소벤처기업부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이 핵심 부처 수장인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 인선에 공을 들여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박영선 의원, 윤호중 의원, 김병관 의원, 홍종학 전 의원, 이상직 전 의원 등 전혁직 중진의원의 발탁을 요구했지만 청와대 생각은 달랐다.


이미 현역 의원을 5명이나 임명한 상황에서 더 이상 정치인 카드는 부담스럽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대신 ‘기업인 출신’에 무게를 두고 인선을 진행했고 관료 출신도 배제됐다. 하지만 청와대가 ‘러브콜’을 한 기업인들 상당수는 거절했다. 길어야 2년 정도 장관직을 수행하기보다는 기업 경영에 매진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특히 1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본인과 배우자, 자녀가 보유한 직무와 관련된 3000만 원 초과 주식을 매각 또는 금융기관에 신탁하도록 한 주식백지신탁제도가 가장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집권 여당 관계자는 “혹독한 인사청문과정과 주식백지신탁을 이유로 거절했다”며 “박 후보자는 27번째 장관직을 수락한 인사”라고 밝혔다. 결국 청와대는 우여곡절 끝에 106일 만인 8월24일 박 교수를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깜짝 지명했다. 당초 원했던 기입인 출신은 아니지만 포스텍 기술지주 대표이사를 맡아 기술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지원 사업을 주도했다는 게 청와대 발탁의 이유였다.

문 대통령은 요청 사유서에서 박 교수에 대해 “1996년부터 2008년까지 대기업과 벤처기업 등에서 두루 근무하며 기업경영 환경을 직접 경험한 현장 전문가로서, 중소벤처기업과 소통을 통해 기업의 애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이에 맞는 현장 중심의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26명 제안 고사
27번째 장관직 수용했지만…

특히 박 교수 추천에는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관여했다는 게 정설이다. 박 교수와 포항공대 1기 동기에다 청와대에서 과학계 내부 인사를 추천할 수 있는 인사가 문 보좌관외에 마땅한 인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대신 검증 기간은 짧아지면서 한국창조과학회 이사 활동 경력 논란에 뉴라이트 사관 문제가 터졌고, 급기야 인사라인에 대한 책임론도 일고 있다.

이미 ‘황우석 논문 조작’에 관여한 의혹으로 사퇴한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과 ‘주식대박’ 문제로 자진 사퇴한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비롯해 5명이 낙마한 만큼 문 보좌관뿐만 아니라 조현옥 인사수석,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정부출범 100일이 지났고 가장 마지막 장관 인선에서조차 기초 검증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조차 엄중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은 9월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인사 원칙과 검증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라”, “인재 풀(pool)을 확보하라”는 일반적 지시와 함께, 인사 라인에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임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는 ‘질책성 발언’이 아닌 ‘당부성 발언’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인사라인에 대해 대통령이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편 부산에서 태어나 해운대고를 졸업한 박 교수는 포항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고 석·박사를 마쳤다. 포스텍(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던 그는 포스텍 1회 입학생이자 수석 졸업생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박 교수는 1986년 설립된 포스텍에 87학번으로 입학했다. 졸업 후에는 LG전자에서 1996년부터 4년간 근무했고 델레포스, 세타덱 등 벤처기업을 거쳤다.

2009년 모교 교수로 부임해 산학처장, 기술사업화 센터장, 연구부처장, 창업보육센터장, 포스텍 기술지주 대표 이사 등을 맡아 왔다. 포스텍 기술지주는 올해부터 5년간 120억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학이 설립한 액셀레이터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특히 포스텍에서 대학 구성원과 동문기업으로 구성된 협의체 ‘APGC(Association of POST ECH Grown Companies)' 창설을 주두했고 이를 창업 활성화의 기반으로 삼는데 주력해왔다.

포항공대 수석졸업
세계적 인정받는 공학자

또한 박 교수는 미국 대학 연구진과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이 분말야금분야 국제학술지인 ‘파우더 메탈러지’紙의 최고논문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나아가 국방과학연구소 등과 함께 중앙처리장치나 LED의 열을 순식간에 식힐 수 있는 소재를 개발, 양산에 성공해 학계와 업계 동시에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명 발표에서 “박 내정자는 기계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공학자이자 20년 이전부터 대기업과 벤처기업에 현장 경험을 쌓아온 학자”라며 “2012년부터 창업과 기술사업 지원을 위해 설립된 ‘포스텍기술지주’에서 기술벤처기업 투자와 지원사업을 주도하고 있어 새 정부의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이끌어 나갈 적임자”라고 밝혔다.


홍준철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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