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출마를 두고 저울질 하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경기도지사 출마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은 지난 대선에서 자신의 캠프를 도왔던 민주당 의원들을 일일이 만나 경기도지사 출마 결심을 밝히며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성남시장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결심하면서 경기도지사 선거 판도가 출렁거릴 전망이다. 당장 여당 내 후보군이 대거 정리될 공산이 높고 야권 후보 역시 선거 연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주류+당심’ VS ‘대선 후보+국민 인지도’ 본선 같은 경선
- 李·南, ‘청년일자리’, ‘광역버스 준공영제’ 공방 격화


지난 촛불정국과 박근혜 탄핵 그리고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 다음으로 정치적 이득을 본 인사를 꼽자면 바로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기초단체장 출신이지만 민감한 정국에서도 특유의 톡톡 튀는 행동과 발언으로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또한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끝까지 완주하면서 3위를 차지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는 만 표 차이도 안 날 정도로 존재감을 높였다.

이를 바탕으로 이 성남시장은 최근 차기 서울시장 선호도/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시장에 이어 한자릿수 차이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남이 지역구인 덕에 차기 경기도지사 선호도 여론 조사에서는 여당 후보, 여야 모두 포함한 선호도 조사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며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 시장이 서울시장뿐만 아니라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막강한 후보로 등장하면서 광역단체장 출마자들은 그가 어디로 출마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 시장의 선택에 따라 경선뿐만 아니라 본선 구도까지 영향을 미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이 시장이 9월 초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을 일일이 만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직에 도전할 뜻을 밝힌 것으로 본지 확인 취재됐다. 

당시 이재명 경선 캠프에서 중역을 맡았던 한 인사는 “최근 이 시장이 이종걸, 제윤경, 유승희, 김병욱 의원 등을 만나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며 “이 시장은 ‘다시 한번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與 경선 이재명 VS 전해철
‘양강’전 뚜렷


특히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이종걸 의원의 경우 경기도지사 출마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시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도지사 출마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이 시장은 이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적극 도와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 시장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사이에서 도지사 출마로 선회한 이상 여당 내 경선 구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민주당 경기도지사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사로는 경기도당 위원장인 전해철 의원을 비롯해 김진표 전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최성 시장, 최재성 정당발전위원장, 염태영 수원시장 등이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이 경선에 참여할 경우 조직과 인지도측면에서 떨어지는 후보군들은 자연스럽게 출마를 접을 공산이 높게 됐다. 여당 내에서는 최소 이재명, 전해철 양강전부터 최대 김진표, 최재성 4파전으로 흐를 공산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대중 인지도 측면에서 타 후보를 압도하는 이 시장에 맞설 수 있는 카드로 당내 주류 조직이 탄탄하며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전해철 의원을 꼽고 있다.

전 의원은 경기도당 위원장 선거를 통해 확실한 조직을 구축하고 지난 민주당 대선경선 과정에서 국민참여 선거인단 모집을 통해 상당수 인적 DB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결속력 있는 지지층을 갖고 있는 이 시장은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공중파 TV에 고정출연하면서 대중 친화적인 정치인으로 이미지를 각인하고 있다.

아직까지 두 인사는 경선관련 신경전을 공개적으로 벌인 바 없지만 간접적으로 충돌한 적은 있다. 추미애 대표가 당내 혁신을 빌미로 만든 정발위에 최재성 전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다. 일단 친문 진영에서는 최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직 출마설이 나오는 가운데 ‘선수가 심판이 되려 한다’는 의혹을 보냈다.

나아가 추 대표는 시도당위원장에 귀속된 공천권을 중앙당으로 가져오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 의원은 SNS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어렵게 만든 김상곤 혁신안을 한번 실천해보지도 않고 무력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전 의원의 강력한 반발에 추 대표 측은 공천권을 시도당위원장에 남겨두고 공천룰은 당 사무총장 산하에 ‘지방선거기획단’을 만들어 처리하기로 하면서 갈등은 봉합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친문 그룹에서 멀어진 최 위원장이 이재명 성남시장을 정발위원으로 참석시키면서 전 의원의 심경을 건드렸다. 경기도지사 출마가 유력한 두 인사가 정발위를 통해 지방선거에서 모종의 ‘빅딜’내지 ‘음모’를 꾸미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만약 이 시장이 당심을 꽉 잡고 있는 전 의원의 높은 산을 넘는다면 남은 산은 남경필 현 경기도지사다. 남 지사는 지난 대선 경선에 나서 본선무대를 넘지는 못했다. 

하지만 도지사 재선을 통해 다시 한번 대선 도전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이 경기도지사 선호도 조사에서 50%가까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은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미 남 지사는 이 시장이 강력한 여권 후보로 나설 것이라 보고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일단 남 지사는 ‘이재명 3대 무상복지 사업’에 대해 대법원에 제소를 한 상황이다. 청년배당, 무상교육, 공공산후조리원으로 경기도는 대법원에 ‘예산안 의결 무효확인 청구의 소 ’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남 지사가 추진하는 연정은 무늬만 연정”이라며 제소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남 지사는 “대법원 제소 취하는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나아가 이 시장은 남지사가 발표한 청년 일자리 마련을 위해 지난달 발표한 청년연금, 청년 마이스터통장, 청년복지포인트에 대해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성토했다. 이 시장은 “경기도의 청년수당은 되고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안 된다? 일단 오보라고 믿겠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경필-이재명 ‘본선’전
‘기싸움’ 치열


이에 대해 남 지사 역시 반격에 나섰다. 남 지사는 9월1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시장이 24세 성남 청년들에게 한해서만 소득에 상관없이 다 주는 게 청년수당으로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결국 성남은 가능하지만 다른 데는 안 되는, 강남에서는 할 수 있지만 강북에서 할 수 없는 정책이 되고 말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성남시는 ‘광역버스 준공영제’로 갈등을 빚으며 ‘불편한 동거’를 계속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시장과 남 지사가 지금 벌이고 있는 것은 ‘몸풀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두 인사 간 ‘빅매치’가 성사된다면 공방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 시장이 승리할 경우 유일하게 기초단체장에서 광역단체장이 된 송하진 전북도지사에 이어 두 번째로 지방선거에서 이례적인 인물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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