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를 없애야지, 프랜차이즈 산업을 없앨 셈이냐”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각종 경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기업 관련 정책들은 유독 규제 일변도라는 지적이 많다. 물론 정부의 새로운 경제 법안들은 시장 질서 유지 또는 적폐 행위 근절이라는 기조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해당 법안을 적용받는 기업들은 아무런 혜택도 없이 갈수록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불만이다. 일요서울은 문재인 정부 기업 옥죄기, 신음하는 기업들을 기획, 산업 현장의 현실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무조건 점주 ‘선’ 본부는 ‘악’ 이라는 개념은 위험
우리나라 가맹 산업의 구조부터 정확히 이해해야


문재인 정부는 기업의 불공정행위와 잘못된 거래관행을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이후 첫 과제로 프랜차이즈 가맹 본부 갑질 해소를 제시했을 정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 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10월 22일까지 입법하겠다고 지난 7월 밝혔다.

공정위의 정책추진 과제를 살펴보면 ▲ 정보공개사항 확대 ▲ 불공정행위의 감시 강화 ▲ 가맹점주 협상력 제고 ▲ 가맹점주 피해방지 수단 확보 ▲ 피해예방 시스템 구축 ▲ 광역지자체와 협업체계 마련 등이 골자다. 

또 가맹 분야는 공정위 대책 발표 뒤, 국회의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판촉행사 시 가맹점주 사전 동의 의무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오너리스크 등에 의한 배상책임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가맹 분야 중 법 개정을 동반해야 하는 부분은 ▲ 가맹점사업자단체 법적지위 강화 ▲ 판촉행사 시 가맹점주 사전동의 의무화 ▲ 보복조치 금지 ▲ 오너리스크 등 배상 ▲ 가맹본부의 즉시해지사유 축소 ▲ 정보공개서 관련 업무 광역자치단체 이양 등을 포함 9가지다.

대대적 개혁안

법 개정뿐만 아니라, 실제 현장 조사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롯데리아와 BHC, 굽네치킨 등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연말까지 50개 외식 업종 가맹 본부를 점검한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정부가 추진하는 가맹 사업 규제 강화는 광폭이다. 가맹 본부와 가맹점 간 관계를 착취적ㆍ종속적 갑을관계에서 협력적ㆍ대등적 갑을관계의 구조로 개선해 건전한 시장을 만든다는 취지의 발로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실제 가맹 사업 분야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느냐다. 업계에선 대체로 정부의 취지엔 공감하지만 불공정 행위를 없애려다 가맹 산업 자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특히 업계는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범위가 너무 넓고 그 속도 또한 너무 빠르다는 불만이다. 관련 산업의 현실 구조가 반영되지 않은 정책들이라는 비판도, 만만한 프랜차이즈만 역차별받고 있다는 견해도 보인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지금처럼 광범위하고, 갑작스러운 규제 강화는 부정 업무 근절 효과를 보지 못하고 관련 사업 위축이라는 부작용만 더욱 초래할 수 있다”면서 “규제 속도를 완화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정부의 목표 도달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은 로열티 지불 방식이 정착되지 않아 유통 마진을 남기는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산업 구조를 바꾸기도 전에 원가 공개부터 하라고 하면 그냥 사업을 그만하라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가맹점주들의 협상력을 높이는 조치에 대해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상대적 약자인 점주들에게 협상할 힘을 실어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전체 점주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변할 창구부터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이러다 죽겠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본사와 점주가 상호 동업자 관계에서 현실적으로 협의해야 함은 매우 공감하고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점주들마다 지역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점주들을 대표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 수 있는 틀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최저 임금 인상과 관련해선 “정부가 최저 임금 인상을 결정하고 통보해 놓고, 대책은 우리더러 만들어 내라 한다. 한마디로 공은 정부가 가져가고 과는 프랜차이즈 본부가 책임지라는 식”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가맹본부를 무조건 개선해야 할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시선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의 잘못을 가지고 프랜차이즈 산업 자체를 매도하는 인식 역시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일부 기업들의 잘못된 행동들을 예로 들면서 왜 ‘전국의 프랜차이즈 갑질을 뿌리뽑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업계의 잘못된 관행도 아니고, 한 개인의 도덕성 결여 문제를 산업과 엮는 것은 정부의 성과 올리기 아니냐”고 힐난했다.

더불어 “원가 공개 부분도 그렇다. 대기업들은 ‘영업 기밀’이라고 하면 국정감사에서도 공개하지 않겠다고 버틴다. 그런데 영세한 규모의 프랜차이즈 본부들은 그냥 눈치만 보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명백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불공정행위와 잘못된 거래관행을 고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무조건 선과 악을 나눠놓고 규제를 하는 것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가맹 본부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감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그동안 서민 산업의 대표로 자리 잡은 가맹 산업에서 가맹사업자들의 보호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정부 규제의 방향은 ‘가맹 사업 분야 전체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대전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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