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들 사이에서 건설 경기가 좋을 때 지은 집을 조심해야 한다는 괴담이 돌고 있다.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 건설 현장이 많아지고, 그만큼 일손이 부족해 부실시공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실제 건설 현장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노동자들의 근로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각종 통계는 이러한 괴담을 뒷받침한다. 특히 해당 문제는 서울 중심지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건설현장에서도 심각성을 보이고 있다.

숙련공 공급 부족 현상 지속, 부실 공사 우려도 급증
현장 노동자 “의사소통 안 되는데 제대로 작업 되겠나”


부동산 시장은 벌써 수년째 호황기를 보내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전국 16만7921가구가 분양됐다. 새 정부의 6·19 부동산대책과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의 여파가 반영될 하반기에도 23만1514가구가 분양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건설 경기 호황은 건설사들의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분기 실적을 공시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대우건설, GS건설 등 건설사 3사의 실적은 전부 시장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 등도 전년과 비교해 개선된 실적을 나타냈다.

그러나 분양을 기다리는 이들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건설 경기가 좋을 때 지은 집을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은 곳곳에서 들리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이 찾은 건설 현장 주변에서도 비슷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간한 2015년 퇴직공제 통계연보를 보면 지난 2015년 퇴직공제에 신규 가입한 사업장 수는 2만2053곳으로 2014년보다 12.8% 늘었다. 같은 해 시공한 총 건설공사금액이 2014년보다 2.3%(89조7000억 원→91조7000억 원)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주거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은 숙련된 건설 노동자들보다 숙련되지 못 하거나, 고령의 노동자들이 근로하는 비중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실제 각종 통계에서도 건설현장의 고령노동자, 이주노동자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통계연보에 따르면 하루라도 퇴직공제 가입 건설현장에서 일한 적 있는 노동자는 139만 명인데, 50대 이상이 72만9718명(52.2%)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 건설현장 이주노동자는 39만2000명으로 전체의 8.0%, 2011년 5.8% 대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 경력이 짧은 30대 이하 이주노동자는 2013년 32.0%에서 2014년 33.9%, 지난해 37.8%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직종별로는 건설업 유입이 쉬운 보통 인부가 30.4%, 형틀목공 8.1%, 철근 5.7% 순서다.

지방 건설 현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파트 건설현장에 외국인들이 불법으로 대량 고용되면서 내국인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해치고 시민들의 주거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이 빗발친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건설지부는 “아파트 시공업체들이 외국인을 저임금으로 불법 고용하면서 내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 감소와 임금 하락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주거 안전도 해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동조합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광주ㆍ전남 지역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중 합법적 외국인력은 고작 5~10%다. 80~90%에 육박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법고용인 꼴이다.

노동조합은 “불법 고용 자체도 문제지만, 이들이 골조 시공과 해체 등 전문 분야에까지 투입되고 있어 아파트 품질에도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또 건설사들이 임금을 줄이기 위해 위험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또 다른 지역인 강원건설노동조합도 “강원도 건설현장에 불법외국인력이 넘친다”며 강원도·시·군, 고용노동부 강원지청, 법무부 출입국 관리소, 강원지방 검찰·경찰청 등으로 구성되는 ‘건설현장 바로세우기 TF(Task Force)팀’을 요구했다.

다수의 건설 현장에서 같은 목소리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봤을 때, 해당 문제는 단순한 괴담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죽하면 ‘OO건설 부실시공 논란’, ‘OO 아파트 공사 부실시공 드러나’, ‘경찰 불법 공사 수사 착수’ 등의 신문 기사 제목들을 거의 매일 접할 수 있다.

한 건설 현장 근로자는 “상식적으로 해각해 봐라. 건설 인부들이 서로 말도 잘 안 통한다면 제대로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겠냐”면서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막바지에 날림 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 고용 노동자들은 더욱 문제다. 예를 들어 한창 공사가 진행되는 시점에 불법 체류, 불법 고용 등으로 출근을 하지 않는다. 공사 인력을 새로 뽑고, 재배치를 하게 되면 공사 이해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짚었다.

한편 당국의 관리 감독 강화가 매우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하자로 인한 입주민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운영한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신청건수를 보면 부실 유형은 건축부문이 82%로 가장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리 감독 체계가 부실하다는 것. 경제정의실천연대는 그동안 선분양 아파트들이 수많은 부실시공으로 논란이 되어 왔지만 정부는 미봉책으로 일관하며 소비자 피해를 키워 왔다는 견해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연대는 “부실시공은 선분양제 특혜를 유지하는 한 피할 수 없는 결과물이다. 건설사들은 짓지도 않은 주택을 소비자와 분양 계약한 순간부터 공사비를 줄이고 이윤을 극대화하는데 필사적일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부실시공, 자재 바꿔치기, 불량자재 사용, 불법외국인 노동자 고용 등을 일삼고 있다. 소비자를 대신해 부실시공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할 감리조차 시공사로부터 감리 대가를 받기 때문에 시공사의 눈치를 보며 부실감리에 동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일각에서는 하향식으로 이뤄지는 시공 방식을 상향식으로 변경해 책임의 일원화를 하는 것이 산업 현장의 문제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일자리 싸움 또는 공사비 줄이기의 온실이 된 건설 현장이 국민들의 주거 안전 보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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