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물림 사고, 2011년 245건→2016년 1019건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산책하던 부부가 대형 맹견에게 물려 크게 다치는 등 ‘개물림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관련 사고도 함께 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형견에 대한 관리 기준 마련과 법 제정 필요성이 함께 대두되고 있다.

안동 풍산개, 주인 해치기도···견주 교육 필요성 제기
외출 시 목줄·입마개 필수···위반 시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지난 6월 15일 오후 10시30분경 서울 도봉구 한 주택가에서 A(31)씨가 키우던 대형견 도고 아르헨티노와 프레사 까나리오가 행인들을 습격했다. 이로 인해 30대 여성이 크게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다른 시민 2명도 각각 개에게 물리거나 넘어지면서 부상당했다.

지난 6월 말에는 군산에서는 길을 가던 초등학생 B(9)군이 목줄이 풀린 알래스칸 맬러뮤트에 팔다리를 물리는 중상을 입었다.

지난 7월 7일 오후 9시경 경북 안동시 남선면의 한 단독주택에서 C(78·여)씨가 개에 물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발견 당시 목에 개에게 물린 듯한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를 공격한 개는 집에서 기르던 풍산개로 확인됐다. 풍산개는 목줄이 풀린 채 콧잔등과 입 주위에 혈흔이 묻어 있었고, 집에서 30m가량 떨어진 골목에서는 송곳니 1개도 발견됐다.

지난 7월 12일 오전 11시 50분경 경기 의정부시 낙양동에서 D(77·여)씨가 밭일을 하다 대형견 그레이하운드 두 마리에게 공격을 당했다. D씨는 심각한 부상은 당하지 않았지만, 놀라 인근 병원에서 안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전북 고창군 고창읍 고인돌 박물관 산책로에서 대형 사냥개 네 마리가 산책을 나온 40대 부부를 공격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남편은 몸 여러 곳에 이빨 자국이 났고, 부인은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중상을 입었다. 이 개들은 주민 E(56)씨가 멧돼지 퇴치를 위해 키운 믹스견들로 사건 당시 목줄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 6월~7월경 개물림 사고가 빈번해 사회 문제로 부각되다 잠잠해졌다. 그러나 대형견 시민 습격 사건이 최근 또다시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고를 일으킨 대형견들은 사냥, 개싸움 등 특수 목적은 물론 일반 가정의 반려, 심지어 식용 등 다양한 목적과 이유로 길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집이나 개장을 탈출해 외부를 배회하던 중 만난 낯선 사람을 공격해 문제를 일으켰다.

피해자는 어린이부터 밭에서 일하던 노인, 길에서 만난 성인 남녀까지 다양했다. 심지어 안동의 풍산개처럼 주인을 해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맹견(대형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경우 반드시 목줄과 입마개를 채워야 한다. 위반 시 견주가 형사입건되고,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이 같은 최소한의 안전조치조차 잘 지켜지지 않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행법상 처벌이
경미하다”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대형견, 맹견과 외출 시 입마개, 목줄을 해야 되는 것이 당연함에도 잘 지켜지지 않아 계속 (대형견 시민 습격) 사건이 나고 있다”고 밝혔다.

류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잇따르고 있는 개물림 사고를 의식한 듯 이같이 밝히면서, 견주들의 권리만큼 의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최고위원은 “동물을 보호하고자 하는 법안은 많이 제출되고 있으나 반려견을 키우는 견주에 대한 책임은 논의에서 제외되고 있다”면서 “많은 견주들이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회피하는데 현행법상 처벌이 경미하다”고 지적했다.

또 “개물림 사고가 2011년 245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019건으로 4배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영국은 개가 사람을 물어 상처를 입히면 최대 징역 5년, 사망에 이르면 최대 14년까지 형을 선고하고 있다. 반려견을 사랑하는 만큼 책임과 의무, 즉 반려견에 대한 권리와 의무, 반려견 견주에 대한 권리와 의무에 대한 입법도 시급하다”고 전했다.
 
동물법 개정안
잇단 발의

 
지난 2015년 서울시가 8개 자치구(강동‧강북‧강서‧금천‧동대문‧동작‧서대문‧중랑)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음‧배설물‧물림‧목줄 미착용 등 반려동물로 인한 민원이 1018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8개 구에 접수된 층간소음 관련 민원 188건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치다.

하지만 현행법상 반려동물로 인해 타인에게 공포감이나 불쾌감을 유발하지 않도록 견주를 제재하는 규정이 없이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임을 보였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8일 대표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반려동물 견주의 의무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황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반려동물 소유주는 동물이 타인에게 소음 또는 공포감 등을 유발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교육이나 훈련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7월 견주의 관리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장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대형견에 의한 사고 발생 시 견주의 동의 없이도 해당 견에 대해 격리 등 필요한 조치를 즉각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견주에게도 대형견의 안전한 사육 및 관리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관리의무 소홀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 시 견주의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형견 관리 부주의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견주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주승용 의원이 지난 1일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동물보호법의 제명을 ‘동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개정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주승용 의원의 개정안은 대형견에 대해 어린이 보호시설 및 다수인 이용 장소의 출입제한 규정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구체적으로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청소년 시설 및 유원지·공원·경기장 등 다수인이 이용하는 장소 등에는 출입을 금지 또는 제한토록 했다.

한편 외국과 같이 면허 제도를 통해 대형견 사육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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