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목사에 관한 우스개 이야기가 참 많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한 한인 목사가 차를 타고 가다가 간선도로에서 교통위반으로 경찰에게 걸렸는데, 경찰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자 이 목사는 “나 목사요”라고 되레 큰소리쳤다. 자신은 일반인들과 다른 ‘예외적’ 사람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자 경찰은 그 목사를 빤히 쳐다보다 냉소적인 표정을 지으며 “그래서요?”라고 대꾸한 뒤 벌금티켓을 발부했다.

세계 10대 대형 교회 중 1위와 2위를 비롯해 무려 5개가 포함되어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교회 수는 7만 여개이고 목사 수는 14만 여명에 이른다. 400개(비인가 포함)가 넘는 각종 신학교에서 매년 배출해 내는 목사후보생이 무려 1만 여명에 달한다. 인간의 영혼을 치료하는 목사가 인간의 몸을 치료하는 의사(약 12만 명)보다 많다.

그런데 희한하다. 목사와 의사는 치료라는 같은 개념으로 활동함에도 국가는 그동안 의사를 차별해왔다. 세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 몸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데 비해 영혼을 치료하는 목사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아니, 그동안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다. 국가가 ‘관행’이라며 이들로부터 세금을 거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4세기에서나 봄직한 코미디같은 장면이다. 로마제국의 황제로 즉위한 콘스탄틴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기독교를 로마제국의 정식 종교로 공인한 후 교회의 성직자들을 특별 계급으로 우대하였다. 성직자들에게 면세 등 각종 혜택을 주었다. 일반 사람들과 구별된 복장을 하게 하는 등 특권층의 권세를 갖추게 하였다. 덕분에 성직자들은 ‘예외적인’ 사람이 됐다.

특권이 많으면 부패가 따르기 마련. 기상천외한 ‘면죄부’를 만들어 부를 축적하던 이들의 비리는 기어이 중세시대를 ‘암흑의 시대’로 만들고야 말았다. 이를 보다 못한 마르틴 루터는 500년 전 종교개혁을 부르짖으며 “모든 신도가 제사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더 이상 성직자들은 ‘예외적인’ 사람이 될 수 없게 됐다.

그런 루터의 개혁정신을 이어받아야할 개신교 목사들이 그러나 지금 되레 종교개혁 이전 시대로 돌아가려하고 있다. 자신들은 여전히 ‘예외적인’ 사람이라며 세금을 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영혼을 치료하는 것은 성스러운 일로 일반인들이 하는 일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들은 근로자가 아니기에 세금을 낼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아무리 종교적 언어가 세상 언어와 다르다고는 하지만 이는 좀 심하다. 물어보자. 영혼을 치료하는 것이 성스러운 일이라면, 이는 의사가 인간의 몸을 치료하는 것은 성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말과 같다. 어디 의사만 그렇겠는가. 이 세상 모든 직업이 성스럽지 않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정말 그런가.

목사들은 자신들이 일반인들과 다른 ‘예외적인’ 사람들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목사는 일반성도들 위에 군림하는 자가 아닌, 그들을 섬겨야 하는 사람이다. 신약성경을 보면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수가 매일 지을 수밖에 없는 제자들의 죄를 씻어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겸손과 섬김의 의미가 더 강하다.

그럼에도 목사들은 왜 자신들은 ‘예외적인’ 사람이라고 할까? 교단 헌법(헌장)을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한 교단은 “목사직은 교회 앞에서 가장 신성하고 존귀한 직분이다”라고 명시해놓고 있다. 교단이 제도적으로 목사를 신성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자칫 기독교의 하나님이 그토록 싫어하는 우상화라는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하나님 이외의 것을 절대화하거나 신성시하는 행위는 기독교적으로 우상화다. 교회 앞에서 가장 신성하고 존귀한 존재는 목사가 아닌 교회의 머리인 예수(하나님)가 아닌가.

목사가 신학교를 다니고 목사안수를 받았다 하여 그 자격조건이 목사의 신분을 평신도의 그것과 다르게 할 수 없다. 목사가 평신도들에게 성경에 나오는 내용들을 가르치고 그들을 훈련할 책임이 주어진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목사가 ‘예외적인’ 사람으로 대우받아야 할 명분이 될 수는 없다. 목사와 평신도는 평등하다. 다시 말하지만, 예수 이외 그 누구도 ‘예외적인’ 존재가 될 수 없다, 기독교적으로.

많은 목사들은 이를 잘 알기에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묵묵히 사역하고 있다. 그리고 세금도 내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은 '예외적인' 존재라며 세금내기를 꺼리는 일부 목사들 때문에 ‘도매금’으로 비난을 받고 있어 안타깝다.

장성훈 국장  seantlc@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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