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문화가정 내 폭력 사례와 이로 인한 이혼 건수가 증가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소통이 어려운데다, 국제결혼 특성 상 상대방의 일방적 희생과 순종을 당연시 여기는 풍토가 만연해 원만한 가정생활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매년 증가하는 이혼율 수치는 이를 방증한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다문화가정 가정폭력 검거건수 현황’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다문화가정 가정폭력 검거건수는 총 2584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4년 123건, 2015년 782건, 2016년 976건, 올해는 7월까지 501건 등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른 이혼율도 증가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배우자와의 이혼 건수는 총 7665건이었다. 국내 총 이혼건수(10만7328건)의 약 7.1% 수준이다. 외국인 배우자와의 이혼 건수의 73%(5610건)는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아내 사이에서 일어났다. 지난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다문화 이혼은 매년 1만여 건씩 발생하고 있다.
 
전문 기관을 찾아 이혼 관련 상담을 하는 사례도 늘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진행된 다문화가정 이혼상담 건수는 1478건이다. 아내가 외국인인 경우가 955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남편이 외국인이 경우는 523건이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아내들이 남편의 폭력을 이혼사유로 제시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주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대표적 정책은 ‘비자 연장’으로 전해진다. 이주 여성이 결혼하면 체류 기간 연장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남편의 신원보증이 필수다.
 
지자체와 교육당국은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해마다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이 원활한 일상생활을 꾸리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제 몫을 다하도록 적극 돕고 있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 소통이 어렵다는 점이 가정불화의 큰 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단순한 정착 지원을 넘어 지역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시는 지난해 사회복지, 국제교류 담당 공무원과 사회통합추진단, 시교육청 등으로 관련 위원회를 구성했다. 시교육청은 다수의 통역 인력을 보유한 광주국제교류센터와 업무 협약식을 체결하고 다문화 학부모들을 위해 중국어, 러시아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 출신국 언어로 가정통신문을 번역·발송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3월부터 한국어가 능숙한 7개국 31명의 결혼이민여성을 ‘다문화 에듀 코디네이터’로 활용해 학령기 자녀를 둔 다문화 가정에 해당 모국어로 학교생활에 꼭 필요한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충남도교육청은 ‘다우리 다문화 교육사업’을 통해 맞춤형 교육지원에 나서고 있다. 도교육청은 다문화교육센터 운영학교를 지난해 85개교에서 올해 117개교로 확대, 40개 학교는 이중언어로 수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 자치구들은 다문화 가정 여성이 한국 사회에 빨리 적응해 안착할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시는 ‘다문화 가족 출산 전후 돌봄서비스 사업’의 하나로 의료 통역을 돕는 ‘벤토(Vento)’를 운영 중이다. ‘Volunteer’와 ‘Mentor’의 줄임말인 벤토는 의료 통역, 다문화가족 지원 프로그램(건강강좌, 출산교실 등), 통역 지원, 자료 번역, 정보제공, 정서적 지지 등의 역할을 한다. 특히 같은 언어권 출신 벤토는 산후 여성에게 고향에서 먹는 산후 음식을 만들어 주는 등 정서적 지원 효과가 큰 것으로 시는 파악했다.
 
이재정 의원은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일선 경찰은 물론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지방자치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다문화가정 안전장치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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