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협회 비리에 묻힌 진실...이제는 밝혀질까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노태강 문화체육부 제2차관이 지난 정부에서 윗선 지시로 사직했다는 소식이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의 과거 발언 및 활동내역이 재차 조명받고 있다.과연 무슨 일을 했기에 전 정부에서 쫓겨나듯이 공직을 떠나야 했는지에 대한 궁금중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가 승마협회의 문제를 고발한 것이 전 정부의 미움을 산 것으로 알려진다. 그가 지적했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따라가봤다. 

당시 태권도 승부 조작이 쟁점인데… 승마협회 파문으로 불똥
“지난 정권 ‘장관 윗선’ 지시로 사직”… 현 정부에서 복직

 

문체부 체육국장으로 재임하던 노태강 차관은 2013년 청와대의 지시로 전국승마대회 판정시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 대회에는 정유라가 출전했다. 당시 조사 결과를 보고하며 노태강 차관은 ‘승마계의 고질적인 파벌싸움'을 지적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최순실파'와 ‘반최순실파' 모두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승마협회 비리 지적했다 억울한 퇴출

해당 사건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해당년도 5월 문체부는 태권도 선수 부친의 자살 사건 이후 청와대의 지시로 태권도 판정 비리 및 대한승마협회 비리 등 체육계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착수했다.

박 전 대통령이 7월 국무회의에서 “경기단체 임원들이 본인 명예를 위해 협회장을 하거나 오랜 기간 운영하면서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우리 체육 발전을 위해 바로잡아야 한다”며 “지난번 태권도 심판 문제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건이 있어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 실력이 있는데도 불공정하게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새 정부에선 있어선 안 되겠다”며 한 발언이 단초가 됐다.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시 내용은 당시 큰 파장을 불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 달쯤 뒤인 8월 26일부터 같은 해 12월 24일까지 대한체육회 산하 2099개 전국 및 시·도 경기단체에 대한 특별감사에 들어갔다. 문체부는 동시에 검찰·경찰과 함께 스포츠 4대 악(승부조작·폭력·입시비리·조직사유화) 척결 합동수사본부도 만들어 수사까지 벌였다.

하지만 감사와 수사가 동시에 진행 중인 상황에서 문체부가 승마단체에 대한 우선 감사를 언급하고 나선다.

대한승마협회의 경우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같은 해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춘계 승마대회에 출전해 다른 승마 유망주 김모씨에 이어 준우승을 한 뒤 당시 심판과 관련해 민원을 제기해 놓은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최 씨의 딸이 출전한 승마대회 조사도 촉구하게 된 셈이다.

승마협회 감사를 맡은 노태강 전 국장과 진재수 전 과장은 승마계 파벌싸움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최 씨 측과 최 씨 반대 측 모두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이후 석연찮은 이유로 체육정책을 총괄하는 국장에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갑자기 좌천됐던 그는 이듬해 7월 공직을 떠났다.

노 전 국장 등이 경질됐을 때 이런 내용은 철저히 감춰졌고 체육계 비리 조사 및 대책 마련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식으로 포장됐다.
그 뒤 잠잠했던 이 문제는 2014년 4월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정 씨 딸의 ‘황제 승마’ 논란을 제기하며 세간의 이목을 다시 끌었다.
검찰도 지난해 11월 이같은 의구심을 품고 노 차관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따르면 검찰은 노 차관을 불러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씨가 출전했던 전국승마대회 감사 당시 상황과 최 씨의 대회 개입 여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 2차관 발탁 ‘화려한 귀환' 

한편 노 차관은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순실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섰다.

이 자리에서 노 차관은 “당시 미술전을 함께 준비한 직원들까지 인사 조치가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며 “내가 버티면 직원들에게도 불이익이 돌아갈 걸 직감했다. 저한테 보내는 압박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모철민 전 청와대 교문수석은 헌재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당시 승마협회 보고서가 허술하게 작성됐냐”는 국회 소추위원 측 질문에, “보고서가 잘 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 그가 돌아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문체부 2차관으로 발탁돼 ‘화려한 귀환'을 했다.

1960년생으로 경남 창녕 출생인 노 신임 2차관은 대구고와 경북대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27회에 합격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제체육과장과 체육국장 등을 거친 체육 분야 정통 관료다.
청와대는 노 신임 2차관에 대해 “평창 동계 올림픽을 차질 없이 준비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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