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하면 같은 일이 그대로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시대 류성룡은 임진왜란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뜻에서 ‘징비록’을 후세에 남겼다. 그러나 그의 경고를 무시한 조선의 후학들은 다시 병자호란과 ‘삼전도의 굴욕’을 겪어야 했다. 이들의 후예들 역시 역사의 반복성을 가벼이 여기다 구한말(舊韓末) 일제(日帝)에 의해 아예 나라를 통째로 빼앗기는 치욕을 당하고 말았다. 
이 ‘경술국치(庚戌國恥)’ 후 100여 년이 흐른 작금의 대한민국호는 열강들의 이권 침탈이 극성이었던 구한말만큼이나 격랑에 휘말려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펼치고 있는 신국수주의(新國粹主義)속에서 풍전등화(風前燈火)와도 같은 처지에 놓였다. 구한말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정이 이러하면 우리끼리라도 뭉쳐야 할 텐데 뭐하나 국론이 제대로 통일되는 게 없다. 사드 배치를 두고 찬성파와 반대파가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고, 이를 조정해야 할 정부마저 미국 눈치 중국 눈치만 보며 어찌할 줄 모르고 있다. 더욱이 고립을 자초하며 핵을 미끼로 우리와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친북단체들의 행각이 대한제국 때의 일진회(一進會)를 연상케 해 섬뜩하기조차 하다. 
일진회는 당시 고종의 탄압을 받았던 독립협회의 잔당과 동학농민군의 몸통이 합류해 생겨났던 거대 ‘시민단체’였다. 개항 이래 조선에 대한 침탈야욕을 키워 왔던 일본은 친일적 민의가 절실히 필요했다. 이에 일진회라는 혁명세력의 거대조직이 출범하자 이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군부와 통감부가 중심이 돼 일본의 침략과 강제 병탄의 앞잡이 행각을 벌이도록 만들었다. 결국 일진회는 1909년 순종황제와 이완용 총리대신, 그리고 테라우치 통감에게 각각 합방 상주문을 보내는 등 강제 병탄 청원 운동에 앞장서기에 이른다. 대한제국의 ‘탄핵’을 통해 나라를 일본에 넘겨버린 것이다. 
강제 병탄의 일등공신이 된 일진회는 그러나 병탄 후 일본에 의해 해산당하는 수모를 당하게 된다. 일진회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헝가리가 오스트리아와 대등한 권리를 누리듯 한일합방으로 우리가 일본과 대등한 연방 체제를 수립할 줄로 착각했다. 일진회 회장이었던 이용구는 “우리는 참 바보짓을 했다. 혹시 처음부터 속았던 것은 아닐까”라는 말을 남기고 일본에서 죽었다. 토사구팽(兎死狗烹)당한 것에 대한 회한(悔恨)이었다. 
북한은 끊임없이 우리 사회의 분열을 책동하고 있다. 일본이 일진회의 출범을 반겼듯이 북한 역시 일진회와 비슷한 단체들이 대한민국에 나타나주길 바라고 있다. 실제로 구 통진당 세력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했다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됐다. 
구 통진당뿐만이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시민단체가 상당수 있어 보인다. ‘코리아연대’라는 단체는 주한미군 철수를 통한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과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 통일실현이라는 목표를 띤 이적활동을 한 혐의로 지난해 대법원의 실형 확정 선고를 받았다. 
역사의 ‘반복성’과 100여 년 전 나라 팔아먹는 데 앞장섰던 구한말 일진회가 지금 이 시점에 오버랩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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