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임기 채운 사장 두 명, 구속된 사람도 두 명

강원랜드 2대 김광식 사장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강원랜드가 정치권 등의 부정 청탁 등으로 인한 인사 비리에 휩싸였다. 지난 5일 감사원이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인력운영 실태'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회의원 비서관 특혜 채용 의혹이 처음 알려졌다. 하지만 강원랜드에서는 이미 2013년 518명의 교육생 중 95%인 493명이 정치권 등의 청탁에 의해 선발되는 등 대규모 인사비리가 자행됐다. 이같은 사실은 강원랜드 감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묵인하다 최근에서야 검찰에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 취지 무색’ 정치인·지역 유지들 지인 취업터로
2013년 선발된 교육생 518명 중 493명이 청탁 드러나


강원랜드는 권력의 곳간이었다. 과거 정권에서 정치인 등이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지인을 불법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사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개발과 지역 주민들의 생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설립취지가 무색하게도 힘 있는 정치인들이나 지역 유지들의 지인, 자제 등의 취업 장소로 활용됐다.

3700여 명에 이르는 강원랜드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최소 5000만 원에서 7000만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광지역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만들어진 공기업이 소위 있는 자 가진 자들의 배만 불려온 꼴이다.
 
제 역할 못한
역대 사장들

 
강원랜드가 인사비리의 온상이 된 데에는 낙하산 사장들의 부실 경영이 한몫했다. 강원랜드 사장은 공기업 중에서도 노른자위 자리다. 내국인 카지노를 독점 운영하는 만큼 영업이익률이 상당히 높다. 최근 영업이익률은 40%에 육박한다. 올 상반기에만 3000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만히 있어도 잘 굴러가는 공기업인 만큼 노리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역대 사장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통 경영인보다는 정치적 야욕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정치권 진출의 디딤돌을 삼으려는 사장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자연스레 경영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들이 각종 비리를 저지르거나 연루되고 또 다른 인사에 밀려나 제대로 된 경영활동을 펼치지 못하는 동안 강원랜드는 비리의 천국이 돼 버렸다.

강원랜드는 1대 서병기 사장부터 김광식·오강현·김진모·조기송·최영·최흥집을 거쳐 6대 사장인 현 함승희 사장이 경영을 맡아 왔다. 하지만 이들의 운명은 순탄치 않았다.
 
강원랜드 6대 최영 사장 <뉴시스>
   김광식·최영 사장
뇌물수수·인사청탁 구속

 
6명의 사장이 강원랜드를 거쳐 가는 동안 3년의 임기를 다 채운 사람은 김광식·조기송 사장 단 2명뿐이다.

서병기·오강현·김진모 사장은 중도 퇴임했다. 오강현 사장은 취임 1년도 안 돼 한국가스공사 사장으로 갔고 김진모 사장은 소액주주들로부터 경영 능력을 신뢰받지 못해 임기 내내 사퇴 압력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식 사장도 임기는 마쳤지만 퇴임 후 구속되는 운명을 맞았다. 재직 중 한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였다. 최영 사장은 재직 중 2007년 함바식당 운영권 알선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11년 구속됐다.

당시 최 사장은 SH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2월~2008년 7월 함바브로커 유상봉 씨로부터 SH가 발주하는 식당운영권을 수주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9차례에 걸쳐 45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강원랜드 사장으로 있던 2010년 3월 유 씨로부터 카지노 기계 납품 대가로 1000만원, 같은 해 7월 주모씨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500만 원을 받는 등 모두 2500만 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았다.

최흥집 사장은 강원도지사 출마를 위해 임기를 6개월 남긴 채 사장직을 버렸다.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최문순 도지사를 이기지 못했다.

최 사장은 최근 지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비서관을 강원랜드에 채용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밝혀져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강원랜드 전 인사팀장 A씨는 “2013년 당시 최흥집 사장이 나를 불러 ‘담당 부서에서 채용의뢰가 오면 A씨를 채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어 “당시 워터파크 전담인 비전사업팀은 최흥집 전 사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일을 했다”며 “채용 대상이던 A씨의 이력서 역시 기획본부를 거쳐 비전사업팀으로 곧장 내려갔으며, 인사팀으로는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수처 첫 대상 거론
“진상 밝혀져야”

 
강원랜드의 인사비리 의혹이 하나둘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새롭게 생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첫 번째 수사 대상으로 강원랜드 인사비리를 지목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년들의 실업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인사비리가 터져나오자 공정한 경쟁 기회를 잃은 청년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도 강원랜드 인사비리는 핫 이슈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지난 13일 언론 보도를 인용해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이 강원랜드에 80명이 넘는 인원을 청탁했고 그 중 20~30명이 최종 합격했다”며 “검찰의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대한 전면적인 재수사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강원도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깨끗한 보수를 표방하는 자유한국당이 도민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길은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연루된 의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그에 따른 징계를 내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최근 불거진 강원랜드 채용 비리와 관련해 12일 “검찰이 노골적으로 사건을 무마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압이든 스스로 켕기는 것이든 그 이유가 매우 미심쩍다”고 강조했다.

최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청탁에 의한 채용비리라면 청탁을 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청탁을 한 사람도 죄를 묻는 것이 상식이다. 철저한 재수사로 관련자 모두를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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