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송·라디오·예능 대거 결방으로 신인가수 설 자리도 없어져 ‘울상’
-일부 네티즌들 파업 응원하지만 벌써부터 피로감 토로하는 의견도 나와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KBS·MBC가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방송가가 개점 휴업상태다. 특히 외주제작이 주를 이루는 드라마는 아직 결방의 회오리에서 벗어나 있지만 예능, 가요 프로그램들은 사실상 마비되면서 대체방송, 재방송 등으로 메우고 있다. 이 같은 여파로 연예계 역시 차질이 예상돼 우울한 추석을 예고하고 있다. 파업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시청자 및 청취자들의 아쉬운 볼멘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양대 공영방송이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비상 편성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예능프로그램들의 결방이 속속 결정되고 있고 라디오까지 파업에 동참하면서 정상적인 방송편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 KBS의 경우 대표 주말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은 지난 15~16일 예정됐던 녹화 촬영을 취소하면서 한동안 방송에서 만나기 힘들어지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파업 1주차인 지난주에는 촬영이 완료된 녹화분량을 부장급 간부들이 편집하는 방식으로 정상 방송됐다”며 “기획부터 촬영까지 최소 2달 이상의 호흡으로 이뤄지는 ‘1박2일’ 특성상, 촬영 취소가 본격화되면 파업이 끝난 이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정상 방송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KBS공개홀에서 진행된 ‘제12회 서울 드라마 어워즈 2017’은 당초 이날 KBS2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었으나 파업 여파로 다음 날 녹화방송됐다.
 
예비인력도 철수…
방송사고 속출

MBC는 상황이 더 심각해 사전녹화분이 남아 있는 ‘라디오스타’ 등 대표 예능프로그램이 파업에 돌입했고 추석특집프로그램 역시 녹화가 취소되는 등 당분간 대체방송으로 연명할 처지다.

특히 MBC는 방송 송출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을 가리키는 ‘예비인력’을 남기는 노사 간 신사협정까지 철회하는 등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이 때문에 총파업 1주 차에 방송사고 발생을 비롯해 추석특집이 대거 취소됐고 MBC가 한류축제로 추진하고 있는 DMC 페스티벌도 무산됐다.

지난 7일 방영된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은 5회에서 6회가 방영되는 사이 11분간 방송이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드라마를 1, 2회를 쪼개 사실상 중간광고를 진행하는 시간에 뜬금없이 화재 시 대피요령, 빗길 운전 요령 등을 담은 겨울철 재난 대비 방송이 전파를 타 당황케 했다.

또 MBC가 매년 추석특집으로 편성하고 있는 ‘아이돌스타 육상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 녹화도 일정이 무산돼 사실상 추석연휴에 만날 수 없게 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아육대’의 전체 녹화가 취소됐다. 현재 출연진에 녹화취소 여부를 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육대’는 지난 4일 녹화가 연기된 이후 11일은 육상과 양궁, 에어로빅, 리듬체조 등과 18일은 볼링 녹화가 잡혔으나 전체취소가 결정된 것.
 
가요계 직격탄…
신곡 홍보조차 못해

라디오방송도 일부 채널의 경우 하루 종일 음악만 송출되고 있다. MBC의 경우 라디오 피디들의 제작 거부로 라디오 음악방송 채널인 에프엠포유(FM4U·91.9㎒)는 정규 프로그램이 모두 중단된 상태다. 한 채널의 모든 프로그램이 대체방송으로 편성된 건 역사상 처음이다.

양대 공영방송 파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연예계 종사자들에게 직격탄을 난리고 있다. 특히 음악방송과 라디오 등의 결방은 가수들의 활동에 급제동을 걸었다.
총파업과 개편 등을 이유로 음악방송이 줄줄이 결방되면서 복귀 또는 데뷔를 앞두고 있는 가수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가요계는 네이버 V라이브 등 홍보 창구가 다양해지면서 방송의존도가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음악방송과 라디오, 예능 출연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절대적이다. 특히 신인이나 오랜만에 복귀를 알리는 가수들 모두 홍보할 방송이 마땅치 않게 되면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더욱이 가을시즌을 앞두고 복귀를 서두르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가수들이 컴백부터 마지막방송까지 약 3~5주간 활동하는 짧은 일정을 대입할 경우 파업으로 인해 자칫 칼 한번 빼보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또 아이돌그룹 혹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이돌그룹들은 ‘아육대’를 통해 팀 이름과 얼굴 알리기 위해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무산되면서 가요계가 때 아닌 빙하기를 맞게 됐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파업을 이해하고 수긍하지만 애써 키운 신인이나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한 이이돌이 활동을 흐지부지하게 끝낸다면 또 언제 빛을 볼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 “오를 수 있는 무대도 한정돼 있는데 그마저도 없어진다면 어디로 가야 하냐 케이블이나 다른 플랫폼도 방법이겠으나 그래도 지상파에서 무대를 갖냐, 갖지 않냐 차이는 엄청나다”면서 볼멘소리를 냈다.

한편 이번 파업에 대해 시청자들을 비롯해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총파업으로 결방이 결정된 몇몇 프로그램에 대해 이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지만 “또 파업이냐”며 다소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네티즌은 “제대로 공지 없이 결방한다는 얘기를 듣고 당황스러웠다”며 제작진의 설명이 필요했다는 쓴소리를 내기도했다.

이런 가운데 드라마 PD들도 제작 중단 등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파업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파업이 확산될 경우 시청자들이 느끼는 피로감 역시 늘어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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