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역사> 저자 설혜심 / 출판사 휴머니스트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그동안 소비는 단순하게 물건을 사고 쓰는 행위라고 생각해 소비가 포괄하는 다양한 요소 뒤에 숨겨진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비는 실제로 물건에 대한 상상력과 관계맺기를 비롯해 구별짓는 행위까지 사회적 이미지나 상징 등 비물질적 요소들을 포함한다. 또 때로는 소비를 촉진하는 판매나 마케팅, 광고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장치를 해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각 시대별로 소비하는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소비는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발명품을 비롯해 패션용품, 인쇄매체와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을 이끌어온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또 지금의 소비는 소비자의 욕구와 소비공간, 재활용을 해석하는 잣대로 그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따라서 소비의 역사는 인간의 욕망과 쾌락, 사치와 방탕이라는 도덕적 통념을 벗어나 소비가 포함하는 다양한 요소로 재해석해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간 주목하기 쉽지 않았던 소비를 역사학의 한 테마로 재해석한 ‘소비의 역사’라는 신간이 출간됐다. 저자 설혜심 박사는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16~17세기 영국 온천의 상업화’로 박사학위를 받은 재원으로 근대 초 영국사를 주 전공으로 삼아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는 한편 역사의 대중화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거대한 사료 더미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를 발굴해 인간의 삶이 중심이 된 역사를 연구하는 사학자로,  그간 경영학과 사회학에서 주로 언급되었던 소비를 역사학의 한 테마로 해석해 냈다. 

책은 그간 어떤 역사학자도 주목하지 않았던 소비를 익숙한 물건과 공간속의 인간 행위와 동기를 내밀하게 다뤘다.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 상품의 역사는 물론 근대적 판매방식과 공간의 역사를 살펴 나갔다. 또 제국주의 영향을 받은 상품이나 불매운동과 같은 행위를 통해 소비 이면에 숨겨진 저항과 해방, 연대의 장구한 역사를 실감나게 설명한다.

저자는 “우리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비를 진지한 학문적 주제로 끌어올리고 싶다. 소비를 둘러싸고 이루어진 다양한 논의를 소개하고, 마케팅·경제학·사회학 등에서 따로 다뤄온 소비를 역사학과 접목시킴으로써 훨씬 더 풍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소비 행위에서 인간의 동기와 목적성을 주목하는 것은 한때 큰 관심을 받았던 일상생활사나 미시사의 연장선에서, 구조에 함몰되었던 인간을 다시 역사의 중심에 세우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역사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책에서는 “소비는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항할 수 있는 단초를 찾아내거나 국가, 민족, 계급을 초월하는 또 다른 형태의 연대와 네트워크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 참여적이며 앞서가는 주제라 할 수 있다"고 축약한다.

소비라는 행위를 통해 역사학이 주목하지 않았던 인간의 내밀한 행위와 동기, 그리고 그것이 불러온 사회적 효과를 살핌으로써 더욱 다채로운 인간의 역사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설박사의 또 다른 저서로는 ‘온천의 문화사: 건전한 스포츠에서 퇴폐적인 향락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관상학, 그 긴 그림자’ ‘제국주의와 남성성’ ‘지도 만드는 사람: 근대 초 영국의 국토·역사·정체성’ ‘위풍당당 엘리자베스 여왕’ ‘흑사병의 습격’ 등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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