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는 적이 공격하면 덤벼들어 싸울 생각은 않고, 그 대신 모래 속에 머리를 처박는다고 한다. 눈앞에 닥친 위기극복보다는 어떻게 잘 해결되겠지 하는 안일한 선택을 한 임진왜란 직전의 조선 조정의 결정이 타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하겠다.

그러나 임란 전 좌의정 유성룡은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을 발휘하여 향후 닥쳐올 전쟁에 대비했다. 정읍 현감 이순신을 전라좌수사로 6품계 뛰어넘는 파격적인 발탁을 하고, 권율을 형조정랑에서 의주목사로 천거했다.

유성룡이 추천한 두 장수가 ‘임란3대첩’ 중 행주대첩과 한산도대첩을 승전으로 이끌어 한반도의 일본화를 막은 것이다. 임란 후 유성룡은 『징비록(懲毖錄)』에서 조정의 대비와 조치가 백약이 무효였던 원인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기강이 이미 해이해졌으니, 만 가지 계책이 다 허사였다. 많은 병사가 급한 것이 아니라서, 장수 하나 얻기 참으로 어려웠다.”

미국의 대북 군사대응 강도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18일 “서울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대북 군사옵션 방안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구체적 방안은 밝히지 않았으나 북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 북한 장사정포의 무력화, 최고 지휘부 참수, 전술핵 등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 사이버전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 행정부의 외교안보팀도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면 군사옵션만 남을 것이다”라며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인 발언을 한 바 있다.

또 지난 13일 유사 시 주한미군 가족과 미국 시민권자·영주권자 등 한국 내 거주하는 27만 명의 미국인을 대피시키는 ‘소개(疏開) 작전’의 실무책임자(미 국방부 부차관보급) 2명이 동시에 방한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으로 ‘미국의 대북 군사 행동의 전조’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엄중한데도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팀은 적전분열(敵前分裂)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송영무 국방장관과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충돌이 그것이다. 두 사람 간 갈등의 단초는 문 특보가 제공한 것이다.

문 특보는 앞서 “사드 때문에 깨진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 “미국 대통령이 위기를 부채질해 매우 우려스럽다” “북한 핵 동결을 전제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쌍잠정 중단’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급기야 문 특보는 지난 15일 “12월에 창설되는 부대는 ‘참수작전’ 부대가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수령을 참수한다고 하면 북한이 가만있겠는가”라며 ‘북한을 자극하는 용어여서 아주 잘못됐다’는 식의 비판을 했다. 이에 송 장관은 지난 18일 문 특보를 가리켜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것 같은 느낌이지, 안보특보로 생각되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맞받아쳤다.

이처럼 문 특보는 군사력 없는 북핵 외교라는 신기루에 경도되어 있는 햇볕정책 신봉자이다. 그는 송 장관이 주도하는 군의 단호한 대응 태세를 부정하고 한·미동맹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을 일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논란을 촉발시킨 문 특보 대신 송 장관에게 ‘엄중 주의’를 줬다. 사기를 먹고 사는 60만 군의 총책임자에 대한 모독으로 비춰질 수 있어 우려된다.

두 사람의 충돌은 청와대 안보라인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좌표를 잃고 있으며 외교 난맥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외교안보팀이 정신 바짝 차리고 공조를 해도 될까 말까 하는 판에 핵심들이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일으키면 백전백패다. 더 늦기 전에 북핵 위기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문정부의 외교안보팀은 재정비돼야 한다.

향후 “기강이 이미 해이해졌으니까, 만 가지 계책이 다 허사였다”는 유성룡의 회고가 되풀이 되는 우(愚)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중국 전국시대(약 2,300년 전)의 법치와 실용을 강조한 법가사상을 담은 『한비자(韓非子)』의 ‘망징편(亡懲篇)’에는 나라가 망하는 징조로 총 47가지 사례를 들었다. “영원히 강한 나라도, 영원히 약한 나라도 없다. 법을 강하게 받들면 강국이 되고 법을 약하게 받들면 약국이 된다”는 한비자의 문구를 음미해 보면서 망국의 징후를 제때 포착해 일사불란하게 나라를 고치지 않으면 그 나라는 멸망의 길을 피할 수 없다는 ‘망징편’의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나라가 작으면서도 큰 나라에 대해 겸손하지 않고, 힘은 약하면서 강한 나라를 겁내지 않으며, 무례하게도 이웃의 큰 나라를 업신여기고, 탐욕만 추구하고 외교에 졸렬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정실 인사에 의한 관리가 중용되고 공로 있는 자가 배척당하며, 변두리에서 일어난 작은 선행 따위는 높이 평가되고, 국가에 헌신한 공로를 경시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 “군주가 눈앞에 큰 이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물어물 그것을 포착하지 않거나, 화가 미칠 징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만하여 그것을 경계하지 않고, 공격과 방어를 막론하고 군사를 소홀히 하며 오직 인의만을 가지고 외양에만 힘쓰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 “법과 원칙을 충실히 지키지 않고 동맹과 함께 국력을 튼튼히 키우지 않으면 그 나라는 망한다”

우종철 자하문연구소장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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