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방영됐지만 아직까지 명작으로 회자되고 있는 드라마 아이리스. 기억에 남는 여러 장면들 중에 남자주인공 이병헌이 뜨거운 커피에 버터를 넣어 건네는 장면이 있다.
 
이 생소하고 낯선 행동이 신기하여 뇌리에 남기도 하였지만 버터는 커피에 따뜻한 마음 한 조각을 녹인 것 같은 감성을 전했고 그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 뜨거운 버터커피는 극 중 자신을 죽이러 온 적의 마음도 녹게 한 중요한 매개체역할을 하였다.
 
이렇게 커피에 버터를 녹인 버터커피는 티벳의 버터차를 떠올리게 한다. 곡물과 과일이 잘 나지 않는 고산의 척박한 티벳 지역에서는 비타민 보충을 차로 대신하였다.
 
음식도 다양하지 않아 차에 야크의 젖으로 만든 버터와 소금을 넣고 끓여 한 끼 대용으로 마시게 된 것이 버터차의 유래이다.
 
늘 습관처럼 마시는 이 차는 맛이 나쁘지 않고 이색적이라 많은 관광객들도 좋아한다. 든든하고 따뜻하게 몸과 마음을 채워주는 버터를 넣은 차. 이 버터차에서 착안하여 버터를 넣은 커피가 특히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맛이 부드럽고 고소한 버터 커피는 ‘Bulletproof Coffee' 라고 불리며 맛 뿐 만 아니라 강한 활력을 주는 에너지 음료로, 또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로 인해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버터의 지방성분이 당이 떨어지는 현상을 줄여 집중력을 높여주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든든한 아침식사 대용으로도 사랑을 받고 있으며 또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은 다이어트 음료로도 애용되고 있다.
 
한편에선 버터의 지방성분 때문에 오히려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회의적인 의견을 내기도 하지만 목초를 먹고 자란 소에서 나온 우유로 만든 좋은 버터를 사용하면 그 부담이 조금은 덜 할 듯하다.
 
늘 버터차를 물처럼 마시는 티벳의 사람들은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매우 정상적이며 오히려 버터차로 인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터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뜨거운 블랙커피, 아메리카노에 버터를 한 스푼 정도 넣고 버터가 녹을 때까지 잘 저어서 마시면 된다. 취향에 따라 코코넛오일을 함께 넣으면 풍미가 좀 더 좋아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버터커피를 방탄커피라고 부르며 개인적으로 만들어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 든든한 커피라고 하여 ‘방탄’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여러 레시피들의 탄생이 그러하듯이 다양한 조합과 취향이 합쳐져서 새로운 음료가 탄생하고 자리를 잡는다.
 
겨울철에는 따뜻한 핫 초콜릿에 보드카 한 두 방울을 넣어 마시는가하면 유자청을 얼려 아메리카노에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커피 특유의 산미를 강조하면서도 향긋한 유자향으로 인기 메뉴 대열에 올랐다.
 
최근에는 버터커피의 맛과 풍미도 좋은 편이고 활력과 집중력을 높이며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찾는 이가 늘고 있다. 이에 한 카페에서는 버터를 추가로 넣을 수 있도록 옵션으로 해두기도 하였다.
 
인기 드라마에서 적의 마음을 녹였던 감성적인 버터커피로 이 아름다운 계절을 따뜻하게 맞이해 봐도 좋을 것 같다. 꼭 목초를 먹고 자유롭게 생활한 소가 전해주는 버터를 넣어서 말이다.
 
이성무 동국대 전산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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