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문재인 정부 민심 알 수 있는 장
- 새정부 제대로 견제 못한 야당 싸늘한 민심도


한국의 정치 일정이 작년 말의 비상시국을 겪지 않았다면 이번 추석은 ‘대선 민심’의 경연장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새 정부에 대한 민심’을 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무엇이 화제가 되며, 어떤 평가를 받을까?
 
외교·안보 문제가 화제가 될까? 그럴 수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미국이 강경발언을 하는 등 현 시점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 중 하나다. 하지만 문제가 첨예하다고 해서 이 영역에서 사람들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외교·안보 문제가 안 될 수도
 
지금까지의 여론지형을 보건대, 북한이라는 존재를 지우기 위해서는 군사행동도 불사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20% 안팎은 될 것이다. 이들 입장이라면 문재인 정부의 행동이 미국의 강경책에 대한 엇박자로 보여 불만이 클 것이다. 또한 여전히 북한은 같은 민족이기에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도 20% 안팎은 될 것이다. 이런 이들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행동이 미국의 강경책에 대한 부화뇌동으로 보여 불만이 클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사람들 중 대다수의 심경은 다르다. 그들은 남한이 그간의 세월 동안 쌓아올린 부유함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는 모험적인 선택을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한편으로 그들은 더 이상 북한이 우리에게 주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평화·협력·교류·지원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믿을 만큼 감상적 민족주의에 동의하는 이들도 아니다. 대체로 대북제재에 동의하면서도 중국이나 러시아와도 협력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이들 관점에서라면 문재인 정부의 조치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문제를 논하기 이전에, 지난 이십여 년의 경험을 통해 이들은 북한 문제에 대해 딱히 남한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투박하게 말해 남한이 대화 사인 보인다고 북한이 대화해줄 것도 아닌 것처럼, 남한이 전쟁하자고 난리친다 한들 그것 때문에 미국이 전쟁개시할 것도 아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 이명박 정부가 적극적으로 냉각정국을 만들어내 지지율 상승을 꾀했으나 정작 그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유도 이미 대중이 그 사실을 깊이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래서 이 이슈는 양쪽 20%, 통합 40%의 사람들이 정권에 대해 지속적인 불만을 표시하더라도 정작 정권 지지율을 상승시키거나 붕괴시킬 가능성이 별로 없는 이슈다. 명절에 언쟁이 벌어질 수도 있고, 언쟁을 서로 피할 수도 있지만, 이러거나 저러거나 서로에게 영향을 끼칠 일이 별로 없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경제적 문제는 이해관계 엇갈려

오히려 사회·경제적 문제에서 향후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의견의 섞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는 적폐청산이라는 대의를 짊어졌다고 생각했다. 정권 초기에 이미 한국 사회 변혁을 위한 많은 이슈를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최저임금 문제, 비정규직 문제, 부동산 대책, 탈원전 등 에너지대책 문제, 건강보험 문제, 부자증세 등이 그것이다. 이런 이슈들은 본인들의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삶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이로 인해 정치적 지지가 한시적으로나마 바뀌기도 한다.
 
가령 최저임금 문제를 생각해보자. 문재인을 지지한 이라도 영세자영업자라면 현재의 인상폭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올해 인상폭까지는 어찌어찌 감당을 하더라도 내년에도 이런 인상폭이면 지지철회 하고픈 심정이 들 수 있다.
 
문재인 당선이 불쾌했던 노인이라 해도 본인이 아직 노동시장에 나가야 할 처지라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복잡한 심경이 들 수 있다. 가져올 수 있는 임금이 높아질지, 아니면 저임금노동 일자리가 줄어들어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울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데이터앤리서치에서 지난 7월 19일에서 20일 실시한 여론조사(무선 100% RDD, 1000명, 95% 신뢰구간 ±3.1%)를 봤을 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대 응답은 50대(38.9%)가 60세 이상(32.3%)보다 높았다. 대북정책 같은 문제에 대해 질문했을 때는 일어나지 않았던 역전현상이다.
 
특히 명절에는 여러 처지의 친척들이 모두 섞여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푸념을 하게 된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이 괜찮다고 생각한 이라도 부모에게 받을 자산이 많지는 않은 대기업 정규직 다니는 조카가 그 때문에 대출을 못해 집을 사지 못하게 됐다고 한탄하면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야당의 전략, 제대로 가고 있을까?
 
이런 사정을 감안해보면 최근의 야당, 특히 보수 정당들의 전략이 과연 현명한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현재 보수 정당들은 ‘대구·경북’으로 표상되는 전통적 보수층을 누가 차지할까를 두고 맹렬히 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열된 처지에서 ‘기본 지지층’을 먼저 확보한 이가 정통성을 인증받고 상대를 흡수통합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강남’으로 표상되는 중산층들은 사실상 지지할 정당이 사라진다. 설령 지난 대선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던 이들 중에서도 정부 정책에 갸웃하는 이들이 나오고 있지만,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중 이들의 의구심을 풀어주겠다고 접근하는 정당은 없는 것이다.
 
가령 동성애 문제 등에 휘말리는 것은 특정 종교집단의 공세에 휘말리는 것이지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문제에 해법을 제시하는 길이 아니다. 어쩌면 이번 추석부터 제 야당의 정치인들이 귀향처에서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야당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확인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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