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도입 피할 수 없다’면서도 ‘무소불위 권력기관’ 우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18일 법무·검찰개혁위가 수사권·기소권·공소유지권을 모두 부여하는 내용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우선적인 수사권을 가진다. 이를 바탕으로 고위공직자 권력형 비리와 검찰 비리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수사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수사처로서 정치적 중립성은 필수적 명제다. 그래서 공수처는 독립적 수사기구로 만들어져야 한다. ‘슈퍼 사정기관’이라 불리며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될 공수처는 적폐청산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의 칼’이 될 확률이 높다. 그만큼 야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공수처 앞길이 가시밭길인 이유다. 일요서울에서는 법무·검찰개혁위의 공수처 권고안과 정치권의 반응을 살펴봤다.

홍준표 “푸들로도 충분한데 맹견까지 풀려고 하나” 비판
공수처 퇴직검사 제한 많아 검사들 ‘공수처행’ 꺼릴 수도


“푸들로도 충분한데 맹견까지 풀려고 하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공수처 신설과 관련해 19일 자신의 SNS에 남긴 말이다. 홍 대표는 “공수처 법안을 보니 아예 대통령이 사정으로 공포정치를 하려고 작심했나 봅니다”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지난 19대 때 국회가 여야 합의로 공무원들의 비리 조사를 위한 특별검사·특별감찰관 제도를 도입해 운용 중인데,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공수처를 무슨 이유로 또 만들었느냐는 지적이다.

이러한 인식은 비단 홍 대표만의 생각이 아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발표된 안은 공수처에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며 “또 다른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 대상 많고
수사 범죄 총망라

 
한마디로 수사권·기소권·공소유지권 모두를 가져 ‘슈퍼 사정기관’이 될 공수처가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 청산 도구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국가공무원법상 정무직 공무원,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이다.

대통령 비서실, 국가정보원의 경우에는 3급 공무원까지 확대했고, 고위 공직에서 퇴임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과 고위공직자의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도 수사대상에 포함했다. 대통령 본인은 물론 대통령 친인척비리와 고위공직자의 가족 관련 범죄도 공수처가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수사대상 범죄도 정치권과 고위공무원 최고위층 인사들이 저지를 수 있는 각종 범죄행위가 망라됐다.

수사 대상 범죄행위는 공무원의 직무유기·직권남용·뇌물 범죄, 공용서류 등 무효, 허위공문서 작성, 강요, 공갈, 국가정보원법상 정치관여,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선거운동, 국회에서의 위증 범죄 등이 포함됐다.

이 외에도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할 때 수반되는 ‘관련 범죄’에 형법상 공범 외에 뇌물공여 등 범죄도 넣었다. 공수처 수사 중에 인지된 범죄도 수사 대상에 포함했다. 이 권고안대로라면 지난해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 관련 삼성 뇌물죄, 문화계 블랙리스트, 연설문 유출 등 국정 농단 수사 모두 공수처 소관이 될 수 있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라는 지적을 받는 검찰도 공수처의 칼날 위에 놓이게 된다. 검사 또는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이 범한 모든 범죄도 공수처가 수사한다. 검사가 비리를 저질렀을 경우 검찰이 스스로 수사하고 기소를 결정하기 때문에 ‘봐주기 수사’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 권고안대로 공수처가 신설될 경우 검찰 공무원에 대한 보다 엄정한 처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우선수사권 눈길
사건 이첩 요구 시 응해야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우선수사권’이다. 검찰과 경찰 등 다른 사정기관보다 우선해 공수처가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할 수 있게 규정했다.

권고안은 이미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의 수사에 착수하면, 지체 없이 그 요지를 공수처장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그리고 공수처장이 해당 사건 이첩을 요구하면, 다른 수사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응해야 한다.

다른 기관이 공수처와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더라도 해당 사건은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 사실상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독점적이고 우선적인 수사권을 보장하는 권고안으로 볼 수 있다.
 
수사 인력·첩보기능 한계
수사 인력 유입 어려울 수도

 
공수처가 ‘슈퍼 사정기관’으로 불리지만 수사인력과 첩보기능 등에서 한계가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검찰개혁위는 공수처에 검사 30~50명, 수사관 50~70명을 둘 수 있도록 권고했다. 최대 120명 선으로 꾸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규모는 지난 박영수특검팀보다는 많고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보다는 적은 숫자다.

박영수특검팀의 파견검사는 20여명이었고,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의 기본 인원은 60명이었다. 특히 중수부의 경우 파견된 인원을 합하면 최대 150여명까지 확대된 적도 있다. 사실상 국가의 반부패수사 기능을 모두 맡게 되는 공수처의 위상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수처 검사에 대한 각종 제한도 유능한 수사 인력의 유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혁위 권고안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퇴직 후 3년간 검사로 임용될 수 없고, 1년 이내 대통령비서실 공무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또 1년간 변호사로서 공수처 사건의 수임도 금지했다.

이 같은 권고가 받아들여진다면 기존 검찰의 유능한 특수수사 인력이 ‘공수처행’을 꺼릴 수 있다. 현실적으로 공수처 검사에서 퇴직한 후 할 수 있는 일이 변호사를 개업해 공수처와 관계없는 사건을 맡는 것 외에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들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첩보 기능 문제다. 공수처에 우선적인 수사권을 부여했지만 스스로 고위공직자의 비리 첩보를 입수해 수사하지 않고, 검찰이나 경찰의 첩보에 의존한다면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권고안은 이미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의 수사에 착수하면, 지체 없이 그 요지를 공수처장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내사 단계에서 검찰이 공수처에 이를 알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지 여부는 뚜렷하게 정하지 않았다.

고도의 은밀성이 필요한 수사 사실이 공개된다면 대량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는 고위공직자 관련 범죄 특성상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검찰이 고위공무원 비리를 내사한다고 치면, 이를 무조건 공수처장에게 보고하도록 할 것이냐”고 묻고 “현실에서는 공수처의 활동에 여러가지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변호사는 “이제 신설 단계다 보니 조직을 그리 크지 않게 권고한 것도 이해가 되지만, 검사 30~50명은 국가의 반부패수사 기능을 전담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공수처장, 권한·대우 높게
퇴임 후 권력과 거리 둬야

 
공수처 신설이 가시화되면서 공수처장의 수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고안데로 공수처가 신설되면 공수처장은 검찰총장, 경찰청장보다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장이 되려면 변호사 자격자 중 15년 이상 법조, 학계 등 경력이 필요하다. 이는 검찰총장과 동일한 기준이며, 특별검사 임명 기준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공수처장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가 2인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인을 지명하고,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된다. 역시 검찰총장 임명과 유사하게 설계됐지만, 검찰총장의 경우 3인을 추천하고 있다.

공수처장은 공수처 사무를 통할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는 직무를 갖는다. 주목할 만 한 점은 공수처장에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관련 법안 제·개정 건의를 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점이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한다. 법률 의안 건의도 법무부나 행정안전부를 통해 가능했다.

그동안 국무회의에는 서울시장을 비롯한 일부 차관급 공무원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할 수 있었다. 특정 사안에 대해 발언권을 가지되, 의결권은 없는 형식이다.

권고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공수처장 역시 서울시장과 같은 ‘옵서버’ 자격으로 국무회의 참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회의에서 고위공직자 범죄행위 관련 수사 여부와 애로사항, 법률 의안 건의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셈이다.

또 통상 ‘처장’들은 차관급인 경우가 많지만 공수처장의 체급은 장관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문재인정부 들어 보훈처장이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된 전례가 있다. 다만 개혁위는 공수처장의 직급에 대해 권고안에 명시하지 않고 공을 국회로 넘겼다.

권한이 막강한 만큼 공수처장이 퇴임 이후에 권력과 거리를 두게 하는 장치도 마련됐다. 공수처장과 차장은 퇴직 후 2년 동안 대통령비서실, 대통령경호처, 국가안보실, 국가정보원의 정무직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다. 검사로 임용되는 것도 불가능하다.
 
“공수처 도입 피할 수 없어”
“반부패 수사 약화 우려”

 
공수처 신설과 관련해 검찰 내부와 법조계에서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서초동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공수처 검사가 퇴직한 이후 3년간 검사로 임용되지 못하게 하는 등 제한 조치를 갖춘 점 등을 높게 산다”며 “그간 논의된 공수처 관련 법안들을 적절히 조합한 것 같다”고 평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그간 검찰의 행태를 고려할 때 이번 정권에서 공수처 도입은 피할 수 없었다”며 “공직임용 제한 조치를 두고, 규모도 기존에 논의됐던 것보다 커진 점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한 방안이라고 본다”고 평했다.

하지만 부작용을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관할 문제가 클 거 같다”며 “검찰이 내사 중인 사건을 무조건 공수처장에게 보고할 경우 수사 사실이 알려질 가능성 등이 보다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이 변호사는 “공수처 설치가 오히려 반부패 수사기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아직 권고안인 만큼 차차 수정될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자칫 신설을 위한 신설을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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