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인근 아파트 주민의 소음 피해를 막기 위한 방음벽은 누가 설치해야 할까? 소음피해 방지 책임을 놓고 벌어진 한국도로공사와 주민간 소송에서 도로공사가 승소했다.

경부고속도로 인근에 위치한 A아파트 주민들은 2007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6억7000여만원의 피해보상과 방음벽 설치를 촉구해달라"고 분쟁조정 신청을 냈다.

환경분쟁조정위는 "한국도로공사가 1억4000여만원을 배상하고 방음 대책을 마련하라"는 조정안을 내놨다.

한국도로공사는 이에 반발해 경북 구미시 봉곡동 A아파트에 사는 김모씨 등 주민 381명을 상대로 "도로공사가 방음벽을 설치해 줄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 달라"며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냈다.

1,2심은 "도로공사가 방음벽을 설치해야 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견해는 달랐다. 대법원은 위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2011다91784)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부고속도로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가 크다는 점과 전국에 있는 모든 인근 주민들에게 방지조치를 해주는 것에 기술적·경제적 한계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방음 대책을 마련할 의무는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며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나 공사가 필요한지, 그에 소요될 시간과 비용은 어떤지, 고속도로의 정상적인 통행에는 지장이 없는지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공사 측에 방음 대책을 마련하라는 판결을 내린 원심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경부고속도로를 왕복 8차로로 확장하는 내용이 A아파트 택지개발사업 시행보다 먼저 고시됐다는 사정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소음 피해 측정도 잘못됐다"며 "아파트 베란다에서 측정기를 든 손을 창문 바깥쪽으로 뻗어서 측정할 것이 아니라, 창문을 모두 열어둔 상태로 주민들이 주로 일상생활을 하는 거실에서 측정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이 무조건적으로 방음벽을 주민들이 설치하라는 뜻은 아니다. 도로공사가 먼저 고속도로를 설치 내지 시행 고시가 되었는지 아니면 기존의 아파트가 있는 상태에서 나중에 고속도로를 들어서게 되었는지 등 선후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이고, 소음측정도 실질적인 주거환경을 기준으로 거실에서 정확하게 측정해야 하는 등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만약 고속도로 확장공사 이후 지어진 아파트까지 도로공사가 방음벽을 모두 설치해야 한다면 전국적으로 엄청난 경비가 소요될 우려가 있는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現)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現)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現)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