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다툼을 벌이다가 니코틴 원액을 함께 마시고 아내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당초 두 사람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니코틴을 마셨지만, 아내만 사망해 동반 자살을 가장한 살해가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최근 이처럼 니코틴 원액을 이용한 사망사건이 잇따르면서 관리 소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급성 중독 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점과 손쉽게 구입이 가능하다는 점이 맞물리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충남 서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A(45·여)씨 부부는 자택에서 부부 싸움을 하다가 “함께 죽자”며 니코틴 원액을 소주잔에 따라 마셨다. A씨는 대부분을 마시고 중태에 빠졌지만 남편은 대부분 토해냈다. 병원 치료를 받던 A씨는 8개월여 만인 지난 2일 결국 숨졌고 5일엔 장례도 치렀다.
 
이에 대해 A씨 유족은 “남편이 동반 자살을 위장해 A씨를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편은 부인을 겁주려고 같이 죽자며 니코틴을 마시자고 했으며, 자신도 부인과 함께 니코틴 원액을 마셨지만 곧바로 토해버렸다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 시신을 부검 의뢰하는 한편 조만간 남편과 유족을 상대로 니코틴 원액 구입 경위 등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니코틴 원액과 관련된 사망사건은 지난해 처음 발생했다. 최근 니코틴 성분을 이용해 남편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인과 내연남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DNA 등 객관적 증거는 없지만 송 씨는 별다른 재산 없이 피해자의 재산으로 생활했고, 살해할 만한 목적이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황 씨는 살인의 기술, 살인의 방법, 니코틴 치사량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등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아내와 내연남은 1심에 불복하며 무죄를 주장했고, 검찰은 1심에서 공소사실이 대부분 인정됐지만 니코틴 투입방법에 대한 판단이 없어 양측 모두 항소했다.

한편 니코틴 액상을 이용한 사망사건이 잇따르면서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니코틴이 체내에 들어오면 말초신경을 흥분·마비시킨다. 니코틴에 노출되면 각성 효과가 나타나 일시적으로 집중력과 기억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독성이 강해 각종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급성 니코틴 중독의 경우 구토, 복통, 설사, 어지럼증, 두통, 맥박 및 호흡 상승 등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에는 신경 마비, 경련, 기절, 호흡 곤란, 심정지는 물론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니코틴 원액이 자살 및 살인사건에 악용되면서 지난 1월 관세청은 수입업자가 화학물질관리법상의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에 따라 보관·운반·시설 등 적정기준을 충족한 경우에만 니코틴 원액의 유통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형 국제특송업체들은 니코틴 함량이 1% 이상인 경우 취급기준을 준수한 경우에만 국제운송을 하기로 했다. 이는 개인적으로 니코틴을 수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국내에서는 허가받은 업체만 니코틴 용액을 판매할 수 있다. 또 농도가 2%를 넘을 경우 유해화학물질로 분류해 구매자의 인적사항을 반드시 파악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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