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은 우리나라의 역사·문화와 궤를 같이 한다. 당면한 시대의 상황과 문화의 유행 등이 명절 선물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한국전쟁 이후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 가장 큰 선물은 먹거리였고, 이후 산업화를 거치면서 생필품과 기호품 등으로 다양화됐다. 2000년대 들어 선물의 종류는 더욱 세분화됐다. 가장 큰 특징은 필요한 것을 직접 고를 수 있는 ‘상품권’의 유행과 이색상품의 등장이다. 명절 선물의 변천사를 들여다봤다.
 
1950년대는 한국전쟁 직후 먹고 사는 것조차 어려웠던 시대다. 당시는 ‘명절 선물’이라는 개념이 따로 있었던 건 아니지만, 고향집에서 명절을 보내며 함께 먹을 음식을 준비하던 문화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이 시대는 직접 길러 수확한 음식들이 명절 선물로 전해졌다. 끼니 걱정이 가장 큰 시기였던 만큼 생존에 필수인 먹을거리를 주고 받았다. 직접 키운 쌀, 닭, 소, 돼지 등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문헌 등에 따르면 196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명절 선물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게 되는데, 이 시대 역시 먹거리가 명절 선물의 주를 이룬다. 라면과 조미료, 설탕, 밀가루 등 ‘삼백식품’이 큰 인기였다고 한다. 설탕과 밀가루 한 포대를 들고 고향에 내려가는 사람이 많았다. 이 가운데 설탕은 단연 최고의 인기선물이었다고 전해진다.
 
1970년대는 산업화를 통한 고도성장기였다. 이 시기엔 명절선물의 다양화가 이뤄진다. 경공업 발달로 식용유, 치약, 와이셔츠 등 생필품이 아닌 기호품 성격의 선물이 등장했다. 이 시기 최고의 선물은 커피세트와 종합선물세트였다. 
 
1980년대는 명절 선물의 다양화를 넘어 ‘고급화’되는 시기다. 백화점을 중심으로 갈비세트나 굴비세트 등 고가의 선물들이 출시되고 넥타이, 지갑, 벨트와 등 패션잡화가 인기를 끌었다.
 
경제성장기인 만큼 상대방의 상황을 고려한 실용적이면서도 가치를 중시한 선물문화 등장했다. 선물 종류는 3000여종에 달했다. 정육세트, 참치통조림 등 규격화된 세트중심의 선물상품이 급속히 늘어났다.

1990년대 명절 선물의 ‘뜨거운 감자’는 상품권이었다. 상품권은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발행됐는데, 개인의 취향에 따라 스스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문화생활의 대중화도 상품권의 인기를 거들었다.
 
실용성을 중시한 중저가 선물세트의 인기도 높아졌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삼, 꿀, 영지 등 건강식품과 지역특산물의 비중이 높아졌다.
 
그러나 90년대 말 ‘IMF 시기’가 닥치면서 고가 선물의 판매가 급감했다. 유기농 가공식품, 올리브유, 포도씨유 등 ‘웰빙 선물’이 인기를 끌었다. 소용량 제품과 간편 조리 상품, 상품권 등의 판매량은 여전히 높았다.
 
IMF 시기 이후 명절 선물은 ‘실속형’과 ‘고급형’으로 양분돼 2000년대로 넘어와 굳어졌다. 특히 더욱 세분화된 ‘맞춤형 선물’이 점점 인기를 구가했다.
 
건강식품, 유기농제품, 프리미엄제품 등 ‘가치형’ 선물은 꾸준한 인기를 끌었고, 이전까지 선물로 분류되지 않았던 이색상품들도 쏟아졌다. 효도관광, 효도성형 등이 대표적이다. 연휴기간 동안 여행을 떠나 여유를 즐기거나, 성형을 통해 콤플렉스를 없애려는 본인의 선택이 반영된 맞춤형 선물인 셈이다.
 
유통업체는 이 같은 추세에 맞춰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1인 가구를 위한 간편식, 여성을 위한 저도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수입맥주 등이 대세다. 또 전통적으로 차례상에 오르지 않던 랍스터, 아보카도, 골든키위 등의 세트 상품도 출시됐다. 또 꽃을 2주마다 4차례 받아볼 수 있는 ‘꽃 정기 배송 서비스권’ 등도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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