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사들 내수 침체로 울상, 정부 규제로 골머리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전 유통거래 과장이 지난 6월 대규모 유통업법 과징금 고시 개정안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각종 경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기업 관련 정책들은 유독 규제 일변도라는 지적이 많다. 물론 정부의 새로운 경제 법안들은 시장 질서 유지 또는 적폐 행위 근절이라는 기조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해당 법안을 적용받는 기업들은 아무런 혜택도 없이 갈수록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불만이다. 일요서울은 문재인 정부 기업 옥죄기, 신음하는 기업들을 기획, 산업 현장의 현실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출점 제한부터 영업일까지 전방위 규제 강화
골목상권 살리기 실효성은 의문 역차별 논란도


유통업계의 한숨 소리가 깊다. 문재인 정부가 유통 규제 정책 기조의 강도를 날로 높이고 있는 가운데 매출이라도 올려 만회를 하고 싶지만 경기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는 유통 규제 법안 심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모습이다. 유통 분야 규제는 초기 입점 및 출점의 제한부터 의무 휴업 대상 및 시간 확대 등과 같은 영업 관련 사항까지 전방위적이다.

지난해 20대 국회 개원 이후 현재까지 국회에 제출돼 계류 중인 유통법 개정안은 총 28건이다. 정부와 여당은 해당 내용들을 상당수 담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발의할 예정이다.

현재 계류 중인 유통법 개정안은 ▲ 의무휴업일 월 4회로 확대 ▲ 유통점 등록제에서 허가제 변경 ▲ 마트 첫 계획 단계부터 지자체 심사 ▲ 인접 지자체와 합의 의무화 등이 골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규모점포 출점부터 어려워진다. 도시계획단계에서 입지 제한이 가능하도록 상업보호구역, 상업진흥구역, 일반구역 등으로 세분화하고 전통시장과 거리상권 보호를 위해 상업보호지역에서는 대규모점포 신규 출점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의무 휴업 등 영업 관련해선 복합쇼핑몰도 대상이 된다. 그동안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만 의무휴업 등의 제한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복합쇼핑몰 내 전체 시설이 규제 대상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유통법 개정안은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하고 있다. 또 당정은 유통법 개정안이 올해 내 정기 국회를 통과하고 내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추진 속도 또한 빠르다.

그러나 빡빡해진 개정안을 받아들여야 하는 유통업계는 규제안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골목상권을 활성화 시킬 방안을 유통업계 규제로 시작하는 것부터 잘못된 전제라는 비판이다.

우선 영업·출점 제한이 전통시장을 살리는 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영업시간 규제가 시작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전통시장의 매출에는 변화가 거의 없다. 전통시장 매출은 2012년 하루 평균 4755만 원, 2013년 4648만 원, 2015년 4812만 원으로 조사됐다.

백화점ㆍ대형마트의 휴무일보다 오히려 영업일에 전통시장 방문자가 더 많다는 조사 결과도 찾아볼 수 있다. 규제를 떠나 소비자들은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를 선호한다는 조사도 있다.

사단법인 ‘이(E) 컨슈머’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 광장시장, 광주 양동시장 등 5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주변 1㎞ 안팎에 대형마트ㆍ백화점이 있는지와 영업ㆍ휴일 사항을 중심으로 실제 방문자수를 비교한 결과 전통시장의 방문자는 대형유통업체 의무휴무일보다 영업일에 최대 957명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4%는 ‘생필품 및 식재료’의 주된 구입 경로로 대형유통업체를, 22.3%는 개인 중ㆍ소형 슈퍼마켓을 선택했다. 전통시장을 선호하는 비율은 10.6%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86.2%는 전통시장이 주차공간ㆍ매장 공간배치ㆍ친절함ㆍ청결함 등 전반적인 면에 있어 대형마트보다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소비자들은 전통시장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정부는 대형마트 규제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대형 유통시설 내 자영업자들의 역차별 문제도 논란이 된다. 이들은 자신들도 똑같은 소상공인이고 골목상권 자영업자들과 차이가 있다면 유통시설에 입점했다는 것뿐인데, 유통업 규제 때문에 피해를 받고 있다는 불만이다.

한마디로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를 보호한다는 정부 정책이 자신들의 목을 죄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한 점주는 “솔직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나는 그냥 자영업자인데, 나까지 대기업이고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한다.

결국 규제 일변도로 가고 있는 골목상권 살리기는 효과조차 없는데 왜 대형마트 등 유통 업계를 위축시키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빼앗아 가냐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들도 가뜩이나 내수 시장이 회복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 소비 심리만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는다. 

정부가 일자리 늘리기를 주요 정책 기조로 하는 부분도 유통업계에서는 불만이 높다. 대형마트, 백화점, 대형쇼핑몰 등 출점이 곧 일자리 늘리기인데 출점을 제한하면서 일자리는 늘리라고 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점포 당  최대 800명, 복합쇼핑몰은 수만 명의 직·간접 고용효과가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출점 제한이 걸려 있다 보니,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내부 인력도 고령화가 진행 중”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들이 그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실질적인 시장 상황과 효과를 제대로 분석해 더 나은 상생안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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