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前 4행시·동영상·설문 조사 총동원해 요청

<사진=정대웅 기자>
‘송곳 질문’으로 정부기관 적폐 들추고 ‘국감 스타’로
의정활동 홍보·민원 해결·법안 발의 창구로도 활용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가 10월 초 예정된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부 제보’를 받는 국회의원들이 늘고 있어 이목을 끈다. 국감에서 정부 산하 기관들의 내부 비위를 찾아내고 적폐를 없애는 데 시민 도움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4행시부터 직접 출연 영상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내부자들’의 제보를 요청하고 있다.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입장에서 국감은 ‘의정활동의 꽃’이라 불린다. 공격수로 나서는 의원들은 각종 현안에 대해 ‘송곳 질문’을 준비한다. 이때 내부 제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부 산하 소관 기관 등의 비리를 파헤쳐 이슈화되면 의정활동의 책무를 다하는 것은 물론 ‘국감 스타’로 조명받을 수 있다.
 
국감 앞두고
‘칼 가는’ 의원들

 
최근 여의도에 SNS로 내부 제보를 받으려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지난 18일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48·비례·초선)은 “2017 국정감사, 국민과 함께 만들겠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국회 국토위(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 의원은 “주택·토지·건설·수자원 등의 국토 분야와 철도·도로·항공·물류 등의 교통 분야에 대한 모든 부문의 제보를 받는다”며 “국토위 소관기관의 비리, 안전문제, 갑질 문제와 예산낭비, 부정부패 등 직접 경험한 피해 사례를 알고 계신 분들은 의원실 메일과 블로그를 통해 제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51·충남 천안시을·재선)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국정감사로 ‘4행시’를 지으며 제보를 요청해 시선을 끌었다. 국회 농해수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 의원은 “농어업 정책 중 개선했으면 하는 점, 예산 낭비와 만연한 적폐 등을 제보해주시면 국정감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57·서울 성북구갑·3선)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본인이 직접 출연하는 2분40초짜리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국회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유 의원은 “과학기술, 방송, 통신, 원자력 관련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해당 산업분야 비리, 시정 사항 등 마구마구 제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회 산자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새민중정당 김종훈 의원(53·울산 동구·초선)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제보 요청 글을 게재하면서 의견을 즉시 남길 수 있는 ‘구글 닥스(Google Docs)’를 링크했다.
 
해당 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한 내용 중 잘한 것은 무엇이고, 올해 국감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졌으면 하는 주제는 무엇인지, 국감에 관한 의견과 제보 등을 설문조사 방식을 통해 의견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국감 때 지역 주민이나 상임위 관련 기관의 이해당사자 등으로부터 현장 이야기를 담는 게 좋다는 취지에서 준비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질의 내용 등이) 상투적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감에 필요한 내용뿐만 아니라 민원 해결 창구로서도 (SNS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제보는 상당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도 한다. 제보의 큰 힘을 보여준 사례가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있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시민의 결정적 제보로 “최순실을 모른다”고 잡아떼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실토’를 이끌어냈다.

“저도 곧 올릴 것”
의정활동 중요수단 등극

 
국감을 앞두고 제보를 요청하는 글을 올리려는 의원도 등장하고 있다. 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통화에서 “다음 주 중에 (제보 요청 글을) 올릴 예정”이라며 “국감 관련 각종 아이디어를 부탁한다는 문자도 (지역구민 등에)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어 “제보의 99%가 상식적으로 아는 얘기거나 비논리적인 내용이긴 하나, 그 1%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부 비리 제보, 의정활동 홍보, 민원해결 창구 등 SNS는 의원들의 업무활동에 있어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법안 발의’를 할 때도 모바일 메신저 등 SNS를 활용하기도 한다.
 
과거엔 주로 법안 자료를 들고 일일이 의원실을 돌거나 의원별 사서함에 ‘살포’하는 방식으로 발의 동참 요청을 했다면, 최근에는 의원들끼리 SNS로 직접 소통해 동참을 신속하게 이끌어내는 것이다.
 
자신의 발의하고자 하는 법안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카카오톡 등의 단체 대화방에 올리면 참여 의사가 있는 의원들이 ‘동참합니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후 10명 이상의 의원 서명이 모이면 법안을 발의한다.
 
이 같은 단체 대화방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정당은 민주당이다.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은 법안의 공동발의를 요청하는 ‘참여요청 방’에 소속돼 있다. 한 여당 의원실 보좌관은 “통상 의원실 사서함이나 팩스 등을 활용하는 편이지만 시급성을 요하는 법안일 경우 이 단체 대화방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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