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비리·개인정보 유출로 곤혹스러운 통일부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통일부가 직원들의 불법행위로 구설에 휘말리면서 장관이 사과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관이 야권 정치인들 사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일이 발생해 통일부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직원들의 불법행위는 입찰비리와 개인정보 유출이다. 입찰비리는 인사비리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적폐청산 과제였던 만큼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 개인정보 유출 비리는 그 대상이 탈북자인 만큼 탈북자 관리 부실에 대해 비난의 강도가 더 거세질 전망이다.
 
6년간 탈북자 48명 휴대전화 번호, 주소 등 유출 
 
최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통일부 6급 공무원이었던 A씨를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탈북자 48명의 휴대전화 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탈북 브로커 B씨에게 팔아 넘겼다. A씨는 20여 차례 거래를 통해 총 1475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공무원이었던 A씨는 전산시스템에 등록돼 있는 탈북자들의 초기 정착 정보를 빼돌렸다. 탈북자들의 정보는 1건당 약 30만 원씩 거래했다.
 
하나원 출신 탈북 브로커
1475만 원 주고 정보 거래

 
A씨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통일부 산하 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근무했다. 이후에도 주로 남북교류 업무를 담당해 왔다. 탈북 브로커 B씨는 하나원 근무당시 알게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중국에서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돕던 브로커로 활동했다. 하지만 한국행에 성공한 일부 탈북자들이 탈북비를 내지 않는 경우가 생기자 이를 받아내기 위해 A씨에게 접근해 불법 취득 정보를 사들였다.

A씨는 B씨의 제안에 탈북자 정착지 주소,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전산시스템에서 확인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로부터 탈북자들의 정보를 알아낸 B씨는 사채업자들과 똑같이 돈을 주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협박해 돈을 받아 냈다. 탈북자들은 정부로부터 받은 탈북정착금 중 일부를 B씨에게 뜯겼다.

B씨는 A씨로부터 넘겨받은 탈북자 정보들을 또 다른 브로커 등에게 되팔기도 했다.
A씨와 B씨의 불법 행위는 6년 동안 지속됐다. 하지만 통일부는 경찰이 수사 개시를 통보하기 전까지 A씨가 탈북자들의 개인 정보를 빼돌린 사실을 알지 못했다. 빼돌려진 탈북자 정보가 몇 건인지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탈북자 정보 유출은 민감한 사안이다. 최근 북한이 탈북자, 탈북 방송인을 대상으로 납치를 시도하는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되는 만큼 자칫 이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찰 과정서
뒷돈 건네 업체 편의

 
입찰 비리는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 직원이었던 C씨가 저질렀다. C씨는 지난 18일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로부터 특가법 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C씨에게 뒷돈을 건네 뇌물공여 혐의를 받은 납품업체 대표 D씨 등 5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C씨는 남북하나재단 전산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지난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재단의 용역 사업에서 입찰 수주를 도와주는 대가로 보안시스템을 공급하는 E업체로부터 7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을 비롯해 IT(정보기술) 업체 5군데로부터 총 1억2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계좌와 현금으로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C씨는 IT 관련 관급 사업은 용역 발주 여부, 수의계약 사유가 있는지 등 판단이 모두 전산 담당자에게 맡겨져 있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C씨는 재단의 전자결제 시스템, 보안시스템 등 전산 관련 용역 사업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추천하는 심사위원을 선정하는가 하면 입찰 조건으로 청탁한 업체가 보유한 개발사 인증서를 기재했다. ‘신속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수의계약사유서를 작성한 뒤 소프트웨어 납품 수의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같은 입찰 비리를 통해 5개 업체가 수주한 사업 계약액은 총 18억 원 상당에 달했다.

C씨의 범행은 통일부 자체 감사에서 적발됐으며, 통일부는 지난 5월 C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C씨는 앞선 통일부 감사에서 "청탁 대가가 아닌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며 각 업체로부터 받은 차용증을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C씨가 감사에 적발된 이후 허위로 차용증을 작성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탈북주민께 죄송”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9일 탈북자 개인정보를 탈북 브로커에서 넘긴 통일부 직원과 업체 선정 대가로 억대 뒷돈을 받은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 전 직원과 관련 “부처를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문제가 발생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또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 관련 정보의 외부유출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탈북민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더욱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깊은 반성과 철저한 혁신을 통해 통일부가 거듭나고 유사한 비위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통일부 직원과 통일부 산하기관인 남북하나재단 전 직원의 비위행위가 발생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히 온갖 어려움을 딛고 대한민국에 정착하신 북한이탈주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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