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당·바른정당 각자도생, 지방선거 공멸 위기
- 바닥의 보수 민심, 양당 통합 요구 갈수록 거세져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선거의 3대 요소는 민심, 구도, 전략이다. 민심은 선거에서 승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다음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정당 간 또는 인물 간 구도다. 세 번째 요소는 책략, 홍보 등을 망라하는 전략이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보수는 단일 대오(새누리당)로 분열된 범 진보(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에 맞섰지만 크게 패배했다. 수도권, 영남권, 호남권 등 권역별로 기존 정당이 철저하게 심판을 당했다. 19대 대선도 다자 구도로 치러졌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여유 있게 당선했다. 이는 선거에서 민심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입증한것이다. 선거 구도나 전략에서 훨씬 앞선다고 해도 민심을 이길 수는 없다.

촛불 민심 지속, 내년 지방선거 영향권

최근 대한민국의 정치시계는 숨 가쁘게 돌아갔다. JTBC의 태블릿pc 대통령 연설문 유출의혹 보도, 역대급 촛불집회, 대통령 탄핵과 헌법재판소의 파면선고, 대선까지……. 일반적인 경우라면 몇 년에 걸쳐 일어나는 정치 급변동이 눈 코 뜰 새 없이 벌어진 것이다. 아득해 보이는 일들의 연속이지만 생각해보면 이제 1년 남짓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이른바 ‘촛불민심’이 형성됐다. 촛불민심은 한편으로 한국 사회가 안고 있었던 구조적 병폐의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만연해 있는 갑질 문화의 청산, 사회경제적 약자의 권리 확대, 인권 강화 등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진전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묻지마 지지의 표출로 나타나고 있다.

60∼70%를 오가는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 과반에 육박하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 사법개혁과 적폐 청산, 일자리 정책 등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한 국민의 압도적 지지는 촛불민심이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다.

촛불민심이 지속되면서 범 보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당지지도로 보면 보수 정당은 20% 초·중반에 갇혀 있다. 홍준표 대표의 전술핵·핵무장 올인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한국당) 지지율은 20% 벽을 좀처럼 뚫지 못하고 있다. 바른정당도 지도부 리더십이 붕괴되면서 5-10% 내외를  오가고 있다.

문제는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6월 지방선거다. 선거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고,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 역시 하향 추세라서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여론조사로 보면 범 보수는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

통합 안 되면 지방선거 해보나마나

지난달 29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5%인데 비해 한국당은 13%, 바른정당은 9%를 기록하고 있다. 민주당이 범 보수(한국당+바른정당)를 두 배 이상 앞서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31일 데이터앤리서치 여론조사의 차기 서울시장 선호도에서 박원순 시장은 32.2%를 기록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이 16.6%로, 3위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였다. 보수 후보는 3위 이내에 아예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지난달 6일 데이터앤리서치 여론조사의 차기 경기도지사 선호도에서 이재명 시장은 46.1%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남경필 지사는 2위를 차지했지만 지지율은 15.7%에 그쳤다.

굳이 여론조사가 아니라도 지방선거 출마준비에 나선 범 보수 후보들은 위기감이 팽배해있다. 민주당과의 정당 지지도 차이가 워낙 크고 범 보수는 분열되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지 못한다면 ‘선거는 해보나마나’라는 식의 체념 상태에 빠져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당히 많은 예비 출마자들이 통합을 전제로 선거 준비를 하는 경우도 많다. 또 바른정당 소속인 일부 예비 출마자들은 한국당 복당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바닥의 보수 민심은 사실상 통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추석이 지나면서 예비 출마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보수 통합에 대한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많은 의원들도 보수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른정당의 경우 11월 13일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지만 이마저 불확실성이 커지는 형국이다.

보수 민심의 통합 요구에 대해 한국당 홍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답할 차례다. 홍 대표 앞에는 통합을 향한 통 큰 결단, 보수 혁신과 변화라는 두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홍 대표가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설사 통합을 하더라도 시너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유 의원에게도 두 가지 과제가 있다. 바른정당이 통합 대신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한다면 그에 걸맞은 대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유 의원의 서울시장 도전 등을 통해 당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통합에 찬성한다면 구체적인 비전과 방법을 내놓고 국민과 보수를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원칙만 되풀이하다 보면 한국의 보수는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자멸의 길로 들어서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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