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폐업 면세점 등장…도미노 철수 우려 증폭

<뉴시스>


[일요서울 ㅣ 강휘호] 면세점 사업을 둘러싼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직격탄을 맞은 면세점 사업자들이 특허권을 반납하고 운영을 중단하는 등 최악의 결정을 잇달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중국의 사드 보복과 기업 간 출혈 경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한 면세점들의 특허권 반납 사태가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드 보복은 이미 예견된 재앙, 앞으로 해결책은 있나
특허권 남용한 정부도, 불나방 기업들도 지적 못 피해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면세점 시장이 불황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처음으로 폐업을 하는 면세점이 나왔다.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하나면세점이 지난달 30일자로 영업을 종료한 것이다.

하나면세점은 9월 1일 평택시에 계약 해지를 요청한 뒤 한 달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최종적으로 면세점 허가가 취소됐다. 2014년 평택항 여객터미널에 문을 연 하나면세점은 441.35m² 규모로 화장품, 담배, 주류 등을 판매해 왔다.

하나면세점은 평택시에 연간 18억 원 정도의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영업을 해 왔지만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올해 초부터 매출이 급감해 더 이상 영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사드 보복이 시작된 이후 총 손실액만 해도 36억4000만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면세점의 영업권 종료 기간은 당초 내년 말까지였다. 사드 사태 이후 면세점이 문을 닫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 금지령을 내린 지 약 200여일 만이다.

앞서 7월 한화갤러리아도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특허권을 조기 반납한 바 있다. 다만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말까지 운영하기로 합의해 실제로 문을 닫은 면세점은 아직 하나면세점뿐이다.

지난 2015년 신세계면세점은 김해공항의 면세사업을 철수했다. 임기만료 3년여를 앞둔 시점이었다. 신세계는 2013년 연간 임대료 641억 원을 불러 기존 사업자인 롯데를 밀어내고 김해공항에 입점했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 때부터 흘러나온 승자의 저주설이 설로 끝나지 않고 현실로 직면한 꼴이다. 항만에서 영업하고 있는 면세점들은 물론 공항이나 시내 면세점들 역시 경영 상황이 악화되긴 마찬가지다.

면세점 사업자인 롯데, 신세계, 한화, 두산 등이 모두 같은 상황이다. 전국 항만 면세점만 따로 보면 경기 평택항점(하나면세점) 포함, 인천1항점(엔타스면세점), 인천2항점(탑시티면세점), 부산항점(부산면세점), 전북 군산항점(GADF면세점) 등 5곳이 있다. 

실적도 엉망이다. 롯데면세점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74억 원이다. 호텔신라 역시 면세점 부문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431억 원에서 올해 249억 원으로 급락했다. 신세계면세점은 1분기 16억 원, 2분기 44억 원 적자다.

최악의 국면을 맞은 면세점 사업자들은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는 실정이다. 한화갤러리아는 면세점 사업을 총괄하던 면세사업본부 조직을 최근 시내면세점 단일 체제로 줄였다. 두타면세점은 영업시간과 영업면적을 줄였고 하나투어의 SM면세점도 면적을 큰 폭으로 줄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미노 철수설이 더 이상 우려뿐 아니라 현실이라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중국인 관광객에 편중된 수익주고를 개선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던 승자의 저주라는 점에서 많은 지적이 나온다.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란,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위하여 과도한 비용을 지출해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면세점의 실패도 기업의 무분별한 경쟁 투자와 안일한 정부 정책이 합작해 낳은 결과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영난의 경우 지난 2014년 제주공항에 입점할 때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를 제시했을 때부터 과도한 투자라는 시각이 많았다. 당시 한화갤러리아는 한국공항공사에 연 임대료로 241억 원을 써냈는데, 이전 사업자 롯데면세점의 연간 임대료 2배 이상이었다.

2015년 신세계면세점이 포기한 김해공항의 면세사업장도 신세계가 2013년 연간 임대료 641억 원을 불렀던 곳이다. 641억 원은 기존 임대료(500억 원)보다 140억 원이나 높은 금액이다.

정부 역시 사드 배치에 따른 리스크가 예상 가능한 범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면세특허권을 13개까지 늘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예고된 승자의 저주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또 다른 대목이다.

실제 사드 보복 조치로 국내 관광산업 위축에 대한 우려가 만연했던 시기, 정작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에 기댄 채 장밋빛 전망만 내놓고 특허권을 남발했다. 특히 시내면세점이 늘어나자 정부는 2월 관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특허 수수료도 인상했다.

국내 면세점 시장 매출 중 중국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는 약 70%로 추정된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규모는 12조2000억 원 수준이다. 중국 관광객이 절반 이상 줄어들면 4조 원가량의 매출이 증발한다는 계산이다.

간단한 계산만으로도 기업의 투자와 정부의 특허권 남발이 얼마나 안일했던 발상인지에 대해 가늠해 볼 수 있다. 결국 면세점 승자의 저주는 모두의 욕심이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승자의 저주는 대부분 예상 가능하다. 다만 기업은 실익 이 외 얻을 수 있는 무형의 경제 효과를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라면서도 “면세점 사업의 경우, 실익도 경제 효과도 보지 못해 무분별한 투자라는 지적을 벗어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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