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여야가 오는 12일부터 국정감사에 본격 돌입한다. 앞서 여야는 임이수 헌법재판소장·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과정에서 ‘1패 1승 ’을 주고받았다. 연휴 직후 치러지는 국감이 여야에겐 향후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결승전인 셈이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에 이르는 광범위한 적폐 청산을 예고했다. 특히 여당은 이번 국감이 보수정권 9년의 허물을 들춰 볼 마지막 국정감사가 될 것이라는 각오로 사활을 걸 전망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를 ‘新적폐’로 규정, 문 정부가 5개월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한 국정과제에 대한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국정감사를 국방·방송·기업·원전 등 주요 현안별로 정리해봤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與 ‘MB·박근혜 국감’ vs 野 ‘문재인 정부 新 적폐’
- 국방·방송·기업·원전 ‘뜨거운 감자’… 증인 채택 신경전


이번 국정감사는 사상 초유의 전·현 정부에 대한 ‘두 정부 동시 국감’이라는 상징성을 띤다. 조기 대선으로 인해 전·현 정부 국감 대상 시기가 나뉘면서 여야 모두 공격과 방어,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수행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겨냥한 ‘중·장거리 국감’을,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5개월에 집중하는 ‘단거리 국감’을 예고하고 있다.

방송 장악 의혹,
여야 공·수 동시 수행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세운 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번 국감에서 이전 정부의 방송장악 의혹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민간인 댓글부대 등에 공격 포인트를 맞췄다. 최근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공영방송 장악 문건이 대통령 보고까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송장악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는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방송장악 관련자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정부 수장이었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이동관, 김성우 등 청와대 전직 홍보수석들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이 증인 신청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시중, 이경재, 최성준 전 방송통신위원장, MBC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KBS 이병순, 김인규, 길환영, 고대영 등 전·현직 공영방송사 사장, KBS 이인호, 방송문화진흥회 김우룡, 고영주 등 전·현직 공영방송 이사장들도 증인 신청 대상이다. 또한 최근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KBS 민주당 도청사건 당사자인 장 모 기자, MBC 녹취록 사건의 백종문 부사장 등도 증인 신청 대상에 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인으로는 국정원 블랙리스트 사건의 피해자인 김미화, 김제동 씨 등의 연예인들과, 전 MBC 최승호 PD, 박성제 전 기자, 전 YTN 노종면 앵커 등 해직 언론인들이 출석 대상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에 맞서 자유한국당은 최문순 강원도지사(전 MBC 사장), 정연주 전 KBS 사장 등과 함께 양정철 전 홍보수석 등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태블릿 PC 보도를 했던 JTBC 홍석현 회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 씨 등의 증인 출석을 요구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MBC 김세의 기자(제3노조 위원장), KBS 성창경 전 국장(공영노조위원장) 등과 함께, 김미화, 김제동 씨 등에 맞서 심현섭, 이덕화, 박철 씨 등의 연예인들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후문이다. 현 정부·여당의 ‘방송장악 시도’ 의혹에 공격 포인트를 맞출 것이라는 얘기다.

脫원전·안보 정책 정조준,
정의용·김관진 증인 채택 않기로


나아가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서도 집중 공세를 취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 원전특위 위원장인 이채익 의원은 지난 2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사이에 세계 원전 기술 1위의 한국은 빠지고, 중국이 선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윤동준 포스코에너지 대표, 나기용 두산중공업 부사장을 참고인과 증인으로 채택했다.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인한 민간기업 피해를 집중 조명하기 위한 포석이다.

정부는 앞서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민간 발전업계가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를 LNG발전소로 전환하기로 했다. 포스코에너지가 건설 중인 삼척화력도 대상이다. 이에 한국당은 윤 대표 입을 빌어 입지, 설비 변경 등 과정에서 발생할 재정 부담 등을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나 부사장에게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한 원전업계 손실 등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원전학과 학부형, 울주군주민대핵위원장 등 정부 탈원전 정책 반대 측 목소리를 낼 인사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전방위 공세를 펼친다. 8차 전력수급계획 수요 예측이 지나치게 축소됐다고 보고 국책 에너지 연구기관 인사도 참고인으로 지명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신종 전 한국 광물공사 사장을 증인으로 택했다. MB정부 당시 자원외교 일선에 선 에너지 공기업 수장이다. 지난 정부에서 부실 자원외교 검증이 일단락됐지만 의혹 대상을 ‘윗선’으로 넓히고 재조사한다.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을 불러 사용 후 핵연료 보유, 관리, 활용 실태도 점검한다. 탈원전 관련 야권 공세를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로 차단한다는 의도다.

한편 증인 채택 문제로 진통을 겪었던 국회 국방위원회는 정의용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올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기로 최종 합의했다.

바른정당 소속인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은 “국방에는 여야가 없어야 한다”며 “자칫 결론 없이 정쟁으로만 치달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두 전·현직 국가안보실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조직 구성 논란과 관련해 김관진 전 실장을,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현 정부의 외교안보실패를 따지기 위해 정의용 실장을 각각 국감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해 왔다.

북핵 위협과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면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안보 정책은 한국당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이를 위해 한국당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 추진됐던 주요 정책들에 대해 ‘대북 퍼주기·언론탄압·640만 달러 뇌물수수’로 명명하며, 당 차원의 대책 TF를 구성해 국감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복안이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9월 26일 “문재인 정권이 원조 적폐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 채, 전임 정권이 한 일을 모두 적폐라고 부르면서 보복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은 위선이고, 자가당착”이라면서 “이것이 원조 적폐 규명을 이번 국감의 한 목표로 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 3대 적폐로 ‘안보무능·인사 먹통·정치보복’을 거론하며 “반드시 경종을 울리고 근원적으로 바로 잡아야 할 문제다. 책임규명도 이번 국감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될 사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 총수들 줄줄이
출석 요구‘갑질 국감’ 구태 우려


한편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국회가 재벌 총수나 대기업 대표들을 대거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채택할 전망이다. 여당에선 최순실 국정농단과 연관된 면세점 사업 관계자들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홍욱 전 관세청장을 비롯한 SK, 롯데 면세점 최고경영자(CEO)와 실무자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야당에선 현 정부의 홍장표 경제수석과 김현철 경제보좌관을 국감 증인으로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증원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공약의 문제점이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대기업 총수나 회장의 출석을 요구하는 것도 공개적으로 ‘망신주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여야는 어느 때보다 증인 채택에 신중을 가하고 있다.

이렇듯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이 과거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것을 우려하며,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에 대해 강도 높은 국감을 예고하며 향후 성장과 혁신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바람직한 국정감사’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번 국정감사는 과거 정부는 물론 지난 5개월여 기간 의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점검하고 성장과 혁신이 국정 전반에 반영되는 국정감사로 만들 것”이라며 “미래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적폐는 청산해야 마땅하지만, 과거에만 몰두한 나머지 성장과 혁신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역시 “이번 국정감사는 안보불안, 경제 불안, 정책 혼선 등 복잡한 가운데 진행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내실 있게 국감의 순기능을 살려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초기 정책들이 제대로 적합성을  가지고 부작용 없는 효과적 정책인지를 집중적으로 감사해서 바른 방향을 잡아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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